한국 태생 해치백 유럽을 달린다 - Cruze 5
2011-07-20  |   29,313 읽음

얼마 전 프랑스에서는 한국 가수들의 공연이 성황리에 열려 큰 화제가 되었다. 유럽 문화의 중심 파리에서 한국 가수의 공연을 본다는 자체가 의외였는데, 그 열기가 무척이나 뜨거워 더욱 놀라웠다. 인터넷을 타고 퍼지기 시작한 ‘한류’의 바람이 문화 후진국이었던 한국을 대중문화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에서도 한류가 가능할까? 미국시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듯하지만 유럽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 그래도 기아가 씨드를 현지생산하는 등 점차 현지화에 힘쓰고 있으니 10년쯤 후에는 기대해 볼 만하겠다.

세단보다 높은 값이 큰 걸림돌
이번에 발표된 쉐보레 크루즈5를 보면서 한국차가 유럽에서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물론 이 차는 GM대우가 아니라 쉐보레 엠블럼을 달고 있으며 한국차가 아닌 GM의 차로 인식될 뿐이다. 그렇다 해도 거대기업 GM이 유럽시장용 모델의 개발 작업을 한국에 맡겼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해치백에 있어 불모지나 다름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개발된 해치백이 본고장 유럽에서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국내 소비자들의 철저한 외면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품질과 디자인, 성능 그리고 디자인 부서의 글로벌화 덕분에 이런 단점들이 상당부분 극복되고 있다.

디자인 프로젝트를 주도한 김태완 부사장은 GM 산하 10개의 디자인 스튜디오 중 한국이 규모로는 세 번째, 프로젝트 양으로는 두 번째라고 설명한다. 해외 스텝도 많기 때문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고. 한국은 여전히 세단만 편애하고 있지만 젊은 고객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해치백시장도 점차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크루즈 해치백은 디자인에서 트래디셔널함보다는 스포티함을 추구했다. 앞모습은 세단과 달라진 점이 없지만 원래부터 스포티한 이미지를 품고 있었다. 반면 소형차 느낌이 강했던 세단과 달리 해치백의 뒷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삼각형의 C필러와 급하게 경사진 뒤창이 속도감을 더할 뿐 아니라 리어 콤비네이션램프도 차체 라인과 잘 어우러진다. 결과적으로 디자인 밸런스 면에서 세단보다는 해치백 쪽에 조금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세단에서 트렁크만 뚝 떼어냈던 누비라 펜타5를 기억한다면 격세지감을 느끼고도 남을 완성도다.

인테리어 역시 원래부터 스포티한 이미지가 잘 부합되었다. 실린더형으로 깊게 자리잡은 미터와 금속질감의 트림, 좌우 분할된 듀얼 콕핏 디자인 등이 외모와 잘 어울린다. 여전히 조금 촌스럽게 느껴지는 푸른빛 조명과 깔끔하지 못한 시동버튼 등 약간의 흠은 있지만 전반적인 거주성이나 감성품질은 만족스럽다. 휠베이스가 2,685mm나 되기 때문에 공간 면에서는 준중형차로서 더할 나위 없다. 접이식 센터암레스트가 있는 뒷좌석은 6:4 폴딩이 되는데, 해치백인 만큼 접었을 때의 트렁크 활용성이 세단보다 뛰어남은 말할 것도 없다. 

엔진은 1.8L DOHC 에코텍과 2.0L 디젤(VCDi) 두 가지. 세단과 달리 수동 없이 6단 자동 변속기만 고를 수 있다. 2.0 VCDi는 가변 지오메트리 터보차저를 사용해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좋은 성능을 낸다. 방음처리가 잘 되어서인지 실내로 진동이나 소음 유입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토크가 넉넉하기 때문에 가속이 시원스럽다. 15.9km/L의 뛰어난 연비를 갖추고 있어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다.

1.8 에코텍은 흡배기 밸브 타이밍을 개별적으로 제어하는 DCVCP 시스템을 얹어 효율을 높였다. 최고출력 142마력에 최대토크는 17.8kg·m. 디젤보다 파워에서는 밀리지만 회전이 매끄럽고, 엔진회전수를 올리며 달리는 모습이 스포츠라는 이미지에는 더 잘 어울린다.

크루즈5는 캐주얼해진 외모와 1.6L 엔진을 제외하면서 엔진 평균성능이 높아졌고 최신 주행안정장치인 SECS(Sensitive Electronic Stability Control System)를 기본으로 갖췄다. 여기에 직진 주행안정성을 높여주는 SLS, 제동력 배분장치 EBDS, 트랙션 컨트롤이 더해지고 코너링 브레이크 컨트롤(CBC)을 동급 최초로 갖추고 있다. 이와 반대로 차체가 약간 무거워지면서 주행성능 면에서는 약간 손해를 보았다. 크루징 능력은 나무랄 데 없지만 빠른 조작에서 차체 움직임을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하고 버둥거렸고, 와인딩에서의 움직임도 그리 날렵하지는 않았다. 

크루즈5는 한국시장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쉐보레 엠블럼을 달고 70여 개 나라에 수출되는데, 개중에는 해치백의 고향 유럽도 포함된다. 경쟁상대는 폭스바겐 골프와 푸조 308, 포드 포커스 등 세계적인 강자들. 한국에서 주도적으로 개발되었지만 쉐보레 엠블럼을 달고 유럽의 강자들과 진검승부를 벌이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1.6L 엔진이 없는 데다 AT뿐이라 동급 크루즈 세단보다 80만원 가량 비싸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세단 선호가 뿌리 깊은 이곳에서는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그렇다고 ‘엉덩이가 짧으니 더 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문(愚問)은 제발 던지지 말기를 당부한다. 크루즈5가 값어치 충분히 하는 차라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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