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을 위한 럭셔리 쿠페 - MERCEDES-BENZ CL63 AMG
2011-03-17  |   14,255 읽음

AMG는 언제나 그렇듯 강력하다. 일부러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서킷을 호령하던 카리스마가 묻어난다. ‘더블C’로고가 여성들의 머리를 혼미하게 만들 듯 AMG가 붙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남다른 존재감을 뿜는다.
그러나 환경규제는 AMG를 비롯한 고출력 머신 메이커들에게 또 다른 고민을 주었다. 예전 같으면 그저 아스팔트를 찍어 누를 정도로 강력한 파워와 야무진 서스펜션이 최고의 덕목이었지만 이젠 조금 더 똑똑해져야 한다. AMG는 이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메르세데스식 럭셔리 쿠페의 진화
지난해 파리모터쇼를 통해 공식 데뷔한 신형 CL63 AMG는 몇 가지 수술로 존재감을 더욱 뚜렷이 했다. 헤드램프를 약간 꺾고 V자형 보닛 주름을 조금 더 세웠다. 범퍼 아랫부분은 AMG 전용의 에이프런으로 보기 좋게 감쌌다. 선명한 크롬 바 하나로 간결하게 마무리한 그릴 아래로 커다란 공기흡입구를 두었는데 그 양옆의 LED 데이타임 러닝 라이트가 전체 얼굴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앞 범퍼 옆의 아가미를 생략하고, 휠과 아웃사이드미러 디자인을 바꾼 옆을 지나 뒤로 시선을 돌리면 바뀐 테일램프와 디퓨저, 테일 파이프의 변화된 모습이 들어온다. 후진등을 따로 떼어내 번호판 부근으로 옮겼고 원형의 테일 파이프를 사다리꼴 모양으로 바꿨다.

S클래스의 변화에 맞춰 CL의 실내도 약간 달라지긴 했지만 의미를 둘 정도는 아니다. 럭셔리 쿠페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전체적으로 우아하다. 독일 마이스터가 최고를 위해 한 땀 한 땀 쏟은 정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보통의 쿠페라면 토굴에라도 들어가는 양 몸을 구겨야 하지만 CL63 AMG는 워낙 차체가 큰지라 뒷좌석공간도 나무랄 데 없다. 레버만 당기면 자동으로 앞으로 이동하며 공간을 내는 시트 덕에 타고 내리는 불편도 크지 않다. 다리 공간은 같은 크기의 세단보다 좁지만 머리 위 공간은 쿠페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넉넉하다. 가운데 자리한 커다란 수납공간에 간단한 간식거리를 넣고 어른 넷이서 장거리여행을 떠나도 문제없을 정도로 안락하다.

디자인 변화보다 신형 CL63 AMG의 핵심은 새 파워트레인이다. 6.2L 자연흡기 엔진 대신 V8 5.5L 바이 터보(트윈 터보) 엔진이 보닛 아래에 자리잡았고 7G트로닉도 수동변속기 기반의 MCT7로 바뀌었다.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미래의 AMG에게 아주 중요하다. 비록 V12 엔진을 아직도 챙기고 있지만 다운사이징이라는 대세는 어쩔 수 없다. 앞으로 AMG 라인업의 핵심은 V8 터보의 몫이다. 내부적으로 M156이라 부르던 구형 엔진은 그동안 AMG의 핵심 일꾼으로 제 구실을 톡톡히 했지만 강화되는 배출가스 기준을 감당하기엔 벅찼다. M157로 불리는 새 엔진의 면면을 살펴보자. 우선, 배기량을 5,461cc로 줄이고 경량소재를 더 써 무게가 204kg으로 줄었다. 배기량을 줄이는 것은 배출가스를 줄이고 연비를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

그러나 여기에도 AMG만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수치적으로 보어×스트로크가 98.0×90.5mm여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평범한(?) 라인업의 V8 5.5L 직분사 엔진에 2개의 가레트 터보만을 붙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단조 크랭크샤프트와 커넥팅 로드로 바꾸고 무게를 줄인 피스톤에 마찰을 줄이기 위해 별도의 연마작업을 하는 등 AMG 노하우가 양념처럼 곳곳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기존 M156에 비해 19마력 높은 544마력의 출력과 17.3kgㆍm나 센 81.5kgㆍm의 강력한 토크를 뿜는다. 단순히 출력만 높은 것이 아니라 평균 연비가 5.8km/L에서 7.2km/L로 향상되었고 CO₂ 배출량은 401g/km에서 324g/km로 크게 줄었다. 새 엔진과 똑똑한 변속기에 스톱/스타트 시스템을 더해 이룬 결과다. 최고출력이 440마력에 불과(?)한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S(6.1km/L, 384g/km)와 국내에 들어온 벤틀리 중 가장 깨끗한 560마력 컨티넨탈 GT(5.4km/L, 432g/km)를 보면 AMG가 새 파워트레인을 통해 얼마나 큰 결과를 얻어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했다고 평가하면 좀 과할까?

성능과 효율을 양립한 새 파워트레인
이런 무시무시한 엔진을 깨우는 일은 너무 간단하다. 이태리 스포츠카에서 흔한 버튼 누르기 퍼포먼스 따윈 없고 키를 꽂아 돌리면 그만이다. 대배기량 엔진의 움찔거리는 순간 동작이 끝나고 타코미터의 바늘이 고정되면 엔진음은 이내 베이스음으로 바뀐다. ‘두~둥’거리는 소리가 마치 할리 바이크와 비슷하다. AMG 엔지니어들은 이런 소리가 S63 AMG와 CL63 AMG를 구분짓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한다. 터보이기 때문에 타코미터의 한계회전수는 6,300rpm 부근으로 그리 높지 않다.

묵직한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면 배기음은 맹수의 포효처럼 귀를 때리고 2톤이 넘는 거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스피드를 낸다. 터보 엔진이지만 자연흡기 엔진과 같은 선형적인 반응을 보인다. 다만 차체가 크고 스포츠 쿠페치곤 바람소리를 잘 걸러내기 때문에 체감 스피드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 페달입력에 따라 ‘욱’ 하고 달아나는 경량 스포츠카와 달리 이 차의 움직임은 ‘우~욱’거리며 반 템포 뜸을 들인다. 관성의 법칙에 따른 것이기도 하고 CL63 AMG가 묵직하고 정돈된 스피드를 추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엔진 스피드를 최고로 올리면 실린더 4개씩 묶은 배기관에 연결된 2개의 터빈이 18만5,000rpm까지 회전해 시간당 1,750kg의 공기를 실린더로 구겨 넣는다. 동시에 피에조 인젝터가 최적화된 혼합비로 연료를 실린더로 직접 쏘아 최고의 효율을 낸다. 그러나 이 시점에 이르기도 한참 전인 시속 260km 부근에서 시승차는 힘을 빼 버린다. 제한장치를 두지 않았다면 시속 300km 이상은 무리 없이 달리고도 남을 힘이다.

엔진 동력을 손실 없이 뒷바퀴로 전달하는 역할은 80kg으로 다이어트한 AMG 스피드시프트 MCT7 변속기가 맡는다. 2008년 SL63 AMG에 처음 사용된 것으로 자동변속기의 토크 컨버터 대신 오일에 젖은 콤팩트 클러치를 사용해 동력을 단속한다. 2스테이지 토션 댐퍼를 붙여 변속기의 진동을 줄인 것도 특징이다. 커맨더 옆의 스위치로 C(컨트롤드 이피션시), S(스포츠), M(매뉴얼) 변속 모드를 설정할 수 있고, M 모드의 경우 C 모드에 비해 변속시간을 50% 정도 줄여줄 뿐만 아니라 타코미터 바늘이 한계회전수에 다다르기 전 기어를 올리는 C/S 모드와 달리 스스로 기어 변경을 하지 않는다.

좀 달리고 싶다면 변속기를 M 모드에 놓고 ABC(액티브 보디 컨트롤)를 스포츠에 맞춰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죄면 준비 끝이다. 다만 하드코어를 지향하는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ESP 개입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평범(?)한 스포츠카라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런 류의 값비싼 럭셔리 쿠페를 탈 때에는 ESP를 노련한 드라이버의 조언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속편하다. ‘이쯤이면 참견하겠지’라는 시점을 알아챌 정도에 이르면 코너에서 남모를 자신감이 붙게 되니까. S클래스보다 ABC의 기본과 스포츠 모드 세팅 값에 큰 차이를 두었는지 섀시 반응이 모드에 따라서 크게 다르다. 반면 AMG 로고가 커다랗게 붙어 있던 브레이크의 제동력은 차체 무게가 느껴질 정도로 살짝 아쉽다. 

옷매무새를 다듬고 파워트레인을 개선한 CL63 AMG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값도 그렇거니와 스포티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아울러야 하는 럭셔리 쿠페이기 때문이다. 벤츠는 오랫동안 이 시장을 리드해왔지만 최근 라이벌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다행히 벤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똑똑해진 새 파워트레인 덕분에 한숨을 돌릴 수 있을 듯하다.

MERCEDES-BENZ CL63 AMG
BODY
보디형식, 승차정원 2도어 쿠페, 4명
길이×너비×높이 5070×1900×1400mm
휠베이스 2955mm
트레드 앞/뒤 1600/1610mm
무게 2,135kg

CHASSIS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EPS)
브레이크 V디스크
타이어 앞 255/35 R20
          뒤 275/35 R20

DRIVE TRAIN 
엔진형식 V8 직분사 바이 터보
밸브구성 DOHC 32밸브 배기량 5461cc
최고출력 544마력/5250~5750rpm
최대토크 81.5kgㆍm/2000~4500rpm
구동계 배치 앞 엔진 뒷바퀴굴림
변속기 형식 7단 자동(멀티클러치)

PERFORMANCE
0→시속 100km 가속 4.5초 최고시속 250km/L
CO₂ 배출량 324.0g/km
연비, 에너지소비효율 7.2km/L, 5등급

PRICE
기본 2억1,8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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