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OPTIMA 2.4 GDI EX - 진정으로 모범을 보이고 싶어하는 왕족의 웨딩카
2011-03-17  |   22,510 읽음

영국 왕자 윌리엄 웨일스와 조지 앳 아스다(George at Asda)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의 신부 케이트가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계단을 내려온다. 30년 만에 영국에서 열리는 세기의 결혼식을 지켜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하객들은 일제히 환호를 올린다. 계단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웨딩+허니문카는 놀랍게도 기아의 신형 옵티마(한국 판매명 K5). 영국에서 올 가을 시판에 들어갈 차로, 적극적인 기아의 PR 이사가 미국 스펙의 2.4L GDI를 미리 들여왔다. 검소한 왕족의 웨딩카로는 완벽해 보인다. 신랑 윌리엄이 뒤 도어를 살짝 당기자 하마터면 신부 케이트의 무릎을 칠 뻔하게 벌컥 열렸다. ‘가볍군, 이건 뭐 깡통 수준이네.’ 미래의 영국왕이 생각한다.

방금 왕자비가 된 케이트가 뒷좌석에 몸을 들여놓았다. 그리고는 시아버지 찰스 왕세자의 구형 아우디 A8과 거의 같은 다리공간에 깜짝 놀란다. 옵티마는 BMW 5시리즈와 덩치가 거의 같다. 하지만 재치 있는 패키지 덕택에 훨씬 넓은 감이 든다. 케이트가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대는 순간 ‘드르륵’ 뭔가 쓸리는 소리가 난다. 그녀의 커다란 보석 왕관이 조잡한 천장 라이너에 꽉 낀 것이다. 왕관의 가장 위에 달린 다이아몬드가 사정없이 쓸렸다. ‘이런, 지붕이 낮군. 헤드룸이 비교적 괜찮은 앞쪽으로 머리를 둬야겠네.’ 케이트가 속으로 말한다.

잘생긴 겉모습과 넓은 실내
신부를 뒷좌석에 태운 윌리엄은 이제 운전석에 직접 앉는다(운전기사가 알아서 모시던 철부지 시절은 옛날이야기다). 토요타를 닮은 시동버튼을 누르자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깨어난다. 구식 풋 브레이크를 밟고, 나른해하는 6단 자동기어를 드라이브에 넣었다. 윌리엄이 액셀을 힘차게 밟자 옵티마는 엔진회전수가 휙 치솟으며 앞으로 나간다. “엑, 무단변속기 같은 소리가 나요”라고 케이트가 말하자 남편이 대꾸한다. “그렇군. 그러나 큰 차 치고는 가속력이 괜찮은 것 같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영국 수입 모델의 성능이 염려스럽군. 우리 국민들은 미국형에는 없는 1.7L 디젤 140마력 버전을 살 수 있을 거야. 아마 출력이 더 높은 버전도 따라 나오겠지. 내 생각엔 기아차는 자연흡기 160마력짜리 2.0L 가솔린 모델도 수입해야 하지 않나 싶소.”

앞바퀴굴림 옵티마는 런던 세인트 제임스 공원 옆 상점가를 따라 달려갔다. 구경꾼들이 멋진 디자인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앞모습은 혼다 어코드를, 비스듬히 바라본 뒷모습은 재규어 XF를 닮았다. “피터 슈라이어팀이 디자인한 겁니다. 슈라이어는 오리지널 아우디 TT를 탄생시킨 분이에요.” 런던 토박이 매지가 주위에 모인 구경꾼들에게 설명한다.

실내는 어떨까? 센터콘솔은 운전자를 향해 기울어진 아우디를 닮았다. 무지 잘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저기 끼워 넣은 가죽장식은 그냥 플라스틱처럼 보이고 어떤 내장재는 번들거리는 싸구려 느낌이 딱 플라스틱이다. 미국 스펙의 기본장비에는 6개 에어백과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장치, 주행안정장치(ESP)와 오르막 정차 보조장치, 전화 및 MP3 플레이어 블루투스 연결장치가 있다. 오늘의 웨딩카인 중급 버전 EX 트림에는 도어 개폐 리모컨과 시동버튼이 추가된다. 영국에서 기아의 차는 빵빵한 7년 보증을 받는다. 삼촌 앤드루 왕자의 결혼기간보다도 훨씬 길다.

“여보, 왜 차 앞부분이 자꾸 흔들리는 거예요?” 당황한 케이트가 묻는다. “직선구간에서는 스티어링이 이상할 정도로 무겁고 느리군. 직진을 유지하려면 자주 스티어링을 조정해야 하다 보니 앞머리가 흔들리고 있어요. 아직은 끝마무리가 좋은 편이 아니네요. 고속도로에서는 바람소리가 심하고 거친 아스팔트에서는 타이어 소음이 몹시 시끄럽군. 그럼에도 승차감은 좋소.”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에 떠받친 보디가 당당하게 언덕을 타넘고 산뜻하게 내려앉는다. 윌리엄이 말을 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물에 띄운 바지선 같은 느낌은 아니요. 기아에 따르면 옵티마를 유럽인의 구미에 맞춰 튜닝할 거라고 하오.” 그러나 이처럼 앞머리가 무거운 차를 코너에서 제대로 돌게 만드는 게 말처럼 쉽게 될지는 영 의심스럽다.

신혼부부는 리셉션 행사장인 버킹엄 궁전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케이트가 질문에 윌리엄이 대답했다. “값이 1만9,000파운드(약 3,400만원)를 밑돌고, 장비가 넉넉할 뿐 아니라 잘생기고 공간이 상당히 넓어 검소한 영국인들을 유혹할 만하지 않소?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영국 <CAR> 잡지가 별 3개를 줄 만큼 좋아요.” 케이트가 큰소리로 응답했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요. 내일은 당신이 이 차를 몰고 버틀린스(영국의 휴양지. 런던에서 250km)까지 신혼여행을 떠나야 하니까요.”

값 1만8,500파운드(약 3,300만원)부터 엔진 4기통 16밸브 2359cc, 200마력/6300rpm, 25.7kg·m/4250rpm 트랜스미션 6단 자동, 앞바퀴굴림 성능 0→시속 96.5km 가속 7.9초(추정), 10.2/14.9km/L(미국 시가지/고속도로) 무게 1507kg 영국 시판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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