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OR SPORTS WRC 개막전 현대 누빌, 토요타 누르고 몬테카를로 승리
2020-01-31  |   12,889 읽음

MOTOR SPORTS / WRC 개막전 몬테카를로 랠리

현대 누빌, 토요타 누르고 몬테카를로 승리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2020년 시즌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시트로엥이 퇴진을 결정하면서 챔피언십 구도는 단순명쾌해졌다. 매뉴팩처러 챔피언 현대와 드라이버 챔피언 토요타의 대결구도. 모터스포츠계의 한-일전이 시작된 것이다. 랠리카는 큰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2022년 하이브리드 도입 등 대규모 변경을 앞두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하기 때문인지 현대와 토요타, M스포트 모두 2019년 차를 살짝 개량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드라이버의 이동은 많았다. 우선 지난해 챔피언 오이트 타나크가 토요타에서 현대로 이적했다. 타나크는 지난해 챔피언으로 엔트리 넘버1을 가질 수 있는 자격이 있다. 하지만 이전부터 사용해 온 8번을 그대로 쓴다. 본인에게 행운의 숫자라고 한다. 티에리 누빌에 타나크라는 강력한 카드까지 손에 넣은 현대는 더블 챔피언 획득 가능성이 높아졌다. 3번째 차는 여러 드라이버에게 나누어 맡긴다. 모나코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세바스티앙 로브를 투입하지만 다니 소르도와 크레이그 브린을 각 랠리 특성에 맞추어 투입할 예정. 스웨덴에는 브린이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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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빌이 개막전 몬테카를로에서 개인통산 첫승을 거두며 시즌을 산뜻하게 출발했다

현대는 WRC2 클래스에서도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6년 선보였던 i20 R5는 세부적으로 개량되었다. 니콜라스 그리야진과 올레 크리스찬 베이비가 현대 모터스포츠N으로 엔트리했다. 실제 운영은 오이크 타나크와 마르코 마틴이 공동 운영하는 에스토니아의 레드그레이팀이 맡는다. 마르코 마틴은 타나크와 같은 에스토니아 출신으로 2005년을 마지막으로 WRC에서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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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타막)와 얼음이 뒤섞인 까다로운 노면


대권 가도에 큰 변화

에이스 이적으로 큰 공백이 생긴 토요타는 서둘러 오지에를 끌어들였다. 6회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한 오지에는 두말할 여지없는 현역 최강. 하지만 36세의 나이로 전성기는 지났다는 평가다. 지난해에서 챔피언십 3위로 WRC 프랑스 챔피언 시대(세바스티앙 로브-세바스티앙 오지에)의 종지부를 찍었다. 은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토요타로 이적해 다시 한번대권 도전에 나선다.  

토요타는 타나크 이적을 계기로 라트발라와 미크까지 방출하고 드라이버진을 완전히 갈아 엎였다. 오지에라는 강력한 카드를 중심으로 엘핀 에번스와 칼레 로반페라를 포진시켰다.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로반페라는 WRC 출신의 아버지 헤리 로반페라로부터 조기교육을 받은 랠리 영재. 지난해 WRC2 챔피언이다. WRC에서 은퇴할 것으로 보이는 미크와 달리 노장 라트발라는 스폿 참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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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카를로는 첫날 야간 경기로 시작된다


현대와 토요타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메이커 워크스가 아닌 M스포트 포드(세미 워크스다)는 더욱 힘겨운 시즌이 예상된다. 에번스가 토요타로 이적해 빈자리가 생겼지만 시즌 개막 직전이 되어서야 드라이버진을 공개했다. 수니넨은 그대로 두고 시트로엥 퇴진으로 자리를 잃은 라피를 영입했다. 나머지 한 자리는 WRC2의 거스 그린스미스를 끌어왔다. 차는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없다.   

캘린더에도 변화가 있었다. 제4전 칠레 랠리가 없어져 13전으로 줄었다. 지하철 요금인상으로 국가적인 시위가 벌어졌던 칠레는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하기로 했는데, 하필이면 4월이라 랠리 일정과 겹쳤다. 뒤이어 열리는 아르헨티나 랠리를 1주일 당겨 다음 포르투갈로의 이동에 여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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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에 모인 참가차들


현대팀 타나크가 사고로 리타이어

개막전 몬테카를로 랠리는 1월 22일(수) 쉐이크다운 테스트를 시작으로 4일간 16개 스테이지에서 열렸다. 1911년 시작되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몬테카를로 랠리는 WRC를 대표하는 존재로서 타막과 아이스를 오가는 까다로운 노면 컨디션 등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인기 이벤트다. 몬테카를로 랠리라는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경기가 열리는 곳은 대부분 프랑스 땅이다. 잘 알려진 대로 모나코는 세계에서 2번째로 작은 도시국가로 여의도보다도 좁다. 그래서 경기는 주변국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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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카를로 랠리는 사실상 프랑스에서 열린다. 사진은 로브


수요일 테스트에서 가장 빨랐던 것은 오지에. 누빌과 에번스가 뒤를 이었다. 목요일 오후 5시 모나코에서 세레모니얼 스타트를 한 참가자들은 SS1으로 이동했다. 저녁 8시 반을 넘겨 시작된 SS1 말리얄-푸이미첼 17.47km 구간.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시작된 오프닝 스테이지에서 오지에가 가장 빨랐다. 거의 마른 노면이었던 첫 스테이지와 달리 25.49km의 SS2는 절반 가까이 얼음과 눈이 덮여 있었다. 여기서는 누빌이 오지에보다 25.5초 빨랐다. 덕분에 누빌이 종합 선두가 되었고 오지에, 타나크, 에번스, 로브, 라피, 로반페라, 카밀리가 뒤를 이었다. 타나크와 에번스는 0.3초 차이였고, 6위 라피는 선두에서 벌써 1분 이상 멀어졌다. 수니넨은 변속기 트러블로 첫날 리타이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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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야간 스테이지용 램프를 추가한 타나크의 i20 쿠페 WRC


야간 경기로 몸을 푼 참가자들은 1월 24일 금요일, SS3~SS8의 6개 스테이지에서 데이2를 시작했다. 이 날의 스테이지 합계는 122.58km. 랠리 본부가 설치된 가프에서 동남쪽으로 반경 20km 거리에 위치했다. 이 날의 오프닝 스테이지 SS3는 타막과 얼음길, 얼음이 녹은 웨트 컨디션이 뒤섞여 변화무쌍했다. 토요타팀의 에번스가 SS3부터 SS5까지 3연속 톱타임으로 훨훨 날았다. 누빌과 오지에를 밀어내고 SS4부터 종합 선두가 되었다.  SS4에서 현대팀에 고비가 찾아왔다. 현대에서 데뷔전인 타나크가 SS4의 9.2km 지점에서 사고로 리타이어한 것이다. 완만한 고속 코너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빠진 타나크는 길 아래로 떨어지며 크게 굴러 차가 대파되었다. 시속 190km로 달리다가 일어난 사고였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나는 괜찮다. 새로운 차에 탄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차근차근 좋아질 것이다. 랠리카의 느낌은 괜찮았다. 그래도 차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더 달려야 한다. 그 사고 이전에도 위험한 장면이 많았다. 블랙 아이스에서 미끄러져 스핀하기도 했다. 몬테카를로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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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팀으로 이적한 타나크는 SS4에서 사고로 리타이어했다


오후는 오전 3개 스테이지를 반복했다. 종합 3위로 밀려난 오지에가 심기일전, SS6과 SS7을 잡아 다시 선두에 복귀했다. 상위 3명은 그야말로 박빙의 싸움이었다. 이 날을 마감하는 SS8에서는 누빌이 가장 빨랐다. 금요일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오지에가 종합 선두. 1.2초 차이로 에번스가 2위였고 누빌이 6.4초 차이로 추격했다. 로브, 라피, 로반페라, 카츠타, 카밀리, 시아민, 오스트베르크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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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빌은 경기 내내 토요타 듀오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누빌, 꾸준한 추격으로 대역전극

1월 25일 토요일 데이3는 SS9~SS12의 4개 스테이지 75.2km 구간에서 열렸다. 16.87km와 20.73km의 코스를 오전과 오후에 반복해 달렸다. 첫 스테이지는 누빌의 차지였다. 이어진 SS10에서는 에번스가 톱타임으로 종합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누빌은 여전히 종합 3위. 예상보다 기온이 올라 젖은 노면이 많았다. 

오전을 반복해 달리는 SS11과 S12에서 가장 빨랐던 것은 누빌이었다. 2개 스테이지를 연속으로 잡은 누빌은 비록 종합 3위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선두 에번스와의 시차를 6.4초까지 줄였다. 이 날의 종합 선두는 에번스, 2위가 오지에였고 누빌이 3위. 4위 로브부터는 2분 이상 벌어졌다. 그 뒤로 라피, 로반페라, 카츠타, 카밀리, 오스트베르크, 시아민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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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까지 우승을 다투었던 오지에


1월 26일 일요일 데이4. SS13~SS16 63.54km 구간에서 최후의 승자를 가렸다. 2개 스테이지를 두 번씩 달리는 구성으로 최종 SS16은 파워 스테이지를 겸했다. 오프닝 스테이지 SS13과 SS15(La Boll?ne - V?subie-Pe?ra Cava)는 몬테카를로를 상징하는 코스. 산허리를 타고 도는 추리니 고갯길은 평탄하지 않은 노면에 얼음이 군데군데 있어 무척이나 까다롭다. 게다가 선두 에번스부터 2위 오지에, 3위 누빌까지 6.4초밖에 차이나지 않는 초근접전이다. 큰 실수가 아니어도 충분히 뒤집힐 수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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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카를 정비중인 현대팀


누빌이 오프닝 스테이지를 잡으며 상쾌한 스타트를 끊었다. 오지에를 밀어내고 종합 2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에번스 1.4초 뒤까지 따라붙었다. 이어진 SS15까지 잡은 누빌이 종합 선두로 부상했다. 이제 에번스와 4초, 오지에와는 11.2초 차이다. 사실 누빌은 지금까지 강렬한 스피드로 초반에 반짝 선두에 올랐다가도 스스로 자멸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왔다. 몬테카를로에서는 지난해 2위가 최고 성적. 게다가 상대는 몬테카를로 우승 경험이 많은 백전노장 오지에다. 솔직히 이때까지도 승리를 예상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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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로 이적한 에번스가 3위였다


하지만 올해의 누빌은 달랐다. 타나크 영입으로 팀내 에이스 자리를 위협받았기 때문일까? 누빌은 오후 세션에서도 거침없는 달리기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SS15에서 오지에와 1.4초 차이로 톱타임 행진을 이어간 누빌은 최종 파워 스테이지 SS16를 앞두고 에번스에 11.1초 차이를 확보했다. 최종 스테이지에서 우선 오지에가 잠정 톱타임. 에번스는 이보다 5.7초 뒤져 오지에가 최소 2위를 확보했다. 이제 누빌의 차례다. 누빌은 모든 구간 기록을 갱신하다가 최종적으로 오지에와 동일한 9분 39초의 기록으로 대미를 장식, 개막전 몬테카를로의 주인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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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빌이 오지에를 12.6초 차로 누르고 승리를 차지했다


누빌과 현대가 챔피언십 리더로 올라서

누빌은 개인통산 첫 몬테카를로 우승은 물론 파워 스테이지 5점으로 30점을 챙겨 챔피언십 선두로 나섰다. “이번 승리가 어떤 의미인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터프한 4일간의 전투에서 살아남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목요일 밤 경기에서 컨디션은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 금요일은 괜찮았지만 차의 상태는 그저 그랬다. 그래도 마지막 날 좋은 주행이 가능해 우승할 수 있었다. 최종 스테이지를 앞두고 우승을 예감했다. 시간차이도 충분했다. 지난해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한해였다. 지난해에는 마지막에 승리하지 못하는 1명이었지만 금년에는 웃을 수 있었다. 림에 약간 파손이 있었는데, 소프트 타이어를 아끼기 위해 그대로 달렸다. 덕분에 최종 스테이지에서 에번스, 오지에보다 빨리 달릴 수 있었다. 랠리카의 상태도 좋았다.” 누빌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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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WRC2에서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사진은 크리스티앙 비에비


오지에와 에번스가 2, 3위로 토요타팀이 더블 포디엄을 달성했다. 그 뒤로 라피, 로반페라, 로브, 가츠타, 수니넨, 카밀리, 오스트베르크가 순위권을 마무리. 로브는 SS14에서 타이어 문제로 로반페라의 추월을 허용했다. 기대했던 타나크는 리타이어했지만 로브가 6위를 한 덕분에 현대가 패뉴팩처러즈 포인트에서 토요타에 2점 차이로 선두에 올라설 수 있었다. 2월 13~16일 스웨덴에서 캘린더 유일의 스노 랠리인 스웨덴 랠리가 열린다. 현대팀은 타나크와 누빌 그리고 3번째 차에 로브가 아니라 크레이그 브린을 태운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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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e0f9ffd6eeb4f28e4177e9773c11e95_1580435237_4889.jpg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레드불


9e0f9ffd6eeb4f28e4177e9773c11e95_1580435237_5142.jpg자동차생활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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