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목적을 가진 오렌지카운티의 이색 공간, 마르코니 오토모티브 뮤지엄
2019-02-07  |   22,512 읽음

특별한 목적을 가진 오렌지카운티의 이색 공간   

마르코니 오토모티브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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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터스틴에 자리 잡은 마르코니 오토모티브 뮤지엄은 지금까지 다녀 본 박물관 중에 설립 취지가 가장 독특한 곳이다. 축복 받은 기후라 불리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어바인과 오렌지카운티 중간쯤에 있는 이곳은 특이하게도 주말에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처음 이 곳을 알게 된 계기는 아주 우연이었다. 어바인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지인의 소개로 처음 접했을 때는 막연하게 훌륭한 컬렉션을 소유한 개인 박물관 정도로만 생각했다. “아마 거기 가면 사람 좋은 아줌마를 만나게 될 겁니다.”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달랑 위치 정보만 가지고 접촉을 시도하자 비로소 마르코니가 매우 특별한 목적을 지니 곳임을 알게 되었다. 취재 요청을 했을 때 돌아온 답변은 ‘언제든 취재는 가능하지만 주말을 불가’였다. 공공시설임에도 주말과 휴일에 일반 공개가 되지 않는 곳. 지금까지 다녀 본 중 가장 독특한 운영 시스템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마르코니 박물관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 한국에 소개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어디를 가나 흔한 한국인 관람객도 거의 없다고 한다. 중간에서 연락을 담당했던 에이전시조차 사무실 바로 근처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 우리가 방문했던 날은 캘리포니아에서 일정을 거의 마무리할 무렵이었다. 

캘리포니아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주차에 대한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쇼핑센터나 패스트푸드점, 카트장, 박물관 등 어디를 가도 공간이 넉넉하다. 대부분의 건물이 단층이라는 점도 한국과는 다르다. 건물을 위로 올리는 것 보다 단층으로 넓게 짓는 편이 훨씬 저렴하고 효율적이라고. 빡빡한 빌딩과 아파트 숲에서 사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한적한 업무 지역 내에 자리 잡은 마르코니 박물관은 다른 박물관에 비해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다. 사무실에서 박물관 행정을 담당하는 비키 에스트라다를 만났을 때는 지인이 얘기했던 ‘사람 좋은 아줌마’의 이미지와 정확하게 100% 일치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어제 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 파티가 있어서 조금 어수선 합니다만 관람을 하거나 촬영에는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 하세요.” 전직 해병 아들을 둘 이나 두고 재향군인과 어린이를 위한 재단에서도 활동한다는 그녀는 우리에게 자유롭게 둘러 봐도 좋다는 설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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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니 박물관=비영리 어린이 재단 

이곳에 있는 전시 차종은 미국차와 유럽차, 경주차, 바이크 등을 포함해 약 60여대. 얼핏 보면 전시된 주제나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이곳에 있는 모든 자동차는 마르코니 박물관과 어린이를 위한 재단 설립자인 딕 마르코니의 개인 소장품을 기증받은 것이라고 한다. 사업가 딕 마르코니가 캘리포니아에 자리 잡은 시기는 1950년대 후반. 인디애나 주 그래이를 떠난 그가 캘리포니아에 도착했을 때 가진 것이라고는 부인과 18개월 된 아들, 500달러뿐이었다. 딕은 이후 식품 보조제, 비타민 제조 사업을 통해 큰 부를 얻었다. 

이때부터 하나둘 모으기 시작한 자동차 컬렉션이 수백만 달러에 가치를 갖게 되고 1994년 어린이를 위한 재단을 설립해 마르코니 박물관 부지와 자동차 컬렉션을 함께 기증했다. 그야말로 통 큰 기증이다. 마르코니 컬렉션의 경제적 가치는 약 3.000만 달러 정도라고 한다. 현재 마르코니 박물관과 어린이들을 위한 재단의 CEO는 그의 부인인 프리실라 마르코니가 맡고 있으며 6명의 각계각층 이사회 멤버를 주축으로 7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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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 가치가 약 3,000만 달러에 이르는 마르코니 박물관에는 자동차를 비롯해 다양한 레이스 머신도 소장하고 있다


마르코니 박물관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자동차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관람 수익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이들이 진행하고 있는 자선 사업이 꽤나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오렌지카운티 내 불우한 환경에서 생활 중인 어린이들을 돕는 것과 로스앤젤레스의 노숙자 청소년을 돕기 위한 슬립 아웃(Sleep Out) 활동이다. 이 외에도 퇴역 군인을 위한 다양한 모금 활동과 사회 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면 이들은 매년 100만 달러의 모금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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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문을 연 마르코니 박물관은 개인 소장품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에 집중하는 곳이다


여기에 박물관 입장료 중에 5달러와 전체 수익의 일부가 재단에 기부된다. 

그렇다고 마르코니가 자동차 문화와 이벤트에 인색한 것은 아니다. 터스틴과 오렌지카운티, 어바인, 뉴 포트 비치 등 주변 지역의 자동차 모임과 다양한 이벤트를 함께 진행하며, 어린이와 자동차 마니아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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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니 박물관은 박물관 외에 각종 자선 행사 및 자동차 마니아들의 이벤트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마르코니 박물관의 특별한 차 

박물관에 전시된 차들은 저마다의 특별한 사연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특히 설립자인 딕 마르코니가 오랜 시간 정성 들여 관리해온 차들이 가득하다. 박물관 측은 전체 관람 시간을 40분에서 1시간 정도로 소개하고 있지만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이곳에서의 시간은 무의미하다. 운이 좋으면 설립자 딕 마르코니가 직접 박물관 가이드로 나설 때도 있다고 한다. 박물관 측의 설명에 따르면 남부 캘리포니아 최대 페라리 컬렉션을 소유 및 전시 중이라고 하는데, 이 중에는 정말 특별한 모델도 곳곳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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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가치가 부쩍 상승하고 있는 페라리 디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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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클래식 페라리의 내부. 최첨단을 달리는 모습과는 달리 인간적이고 이유를 모를 향수를 느낄 수 있다 


페라리 외에도 전시 차종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재규어 E 타입을 비롯해 데 토마소, 머스탱의 특별 버전, 디아블로를 비롯한 람보르기니 클래식 모델 등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델도 이곳에서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박물관에는 전시차들의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인력이 따로 배치되어 있다. 이들은 전시차의 컨디션을 수시로 점검하며 이벤트가 있을 때 배치를 담당한다. 현재 마르코니 박물관이 소유한 차들의 가동률은 90% 이상으로 외관 유지 보수 외에 운행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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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식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6.0 VT는 최후(?)의 람보르기니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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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토마소의 차 중에 가장 유명한 판테라 G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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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F50(1995년)

1995년부터 1997년까지 349대만 제작된 F50은 페라리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는 모델이다. 페라리 수퍼카 계보에서 1990년대를 담당하는 F50은 F1 기술이 그대로 녹아 있으며 디자인은 피닌파리나에서 담당했다. F1 머신과 흡사한 섀시 구조를 가지고 있는 F50의 엔진은 V12 5.7L 자연흡기이며 최고 출력은 512마력에 이른다. 별명은 도로를 달릴 수 있는 F1 머신. 당시 가장 빠른 경주차의 엔진과 섀시 구조에 보디를 올린 형태의 F50은 미끈한 디자인과 공기역학적인 설계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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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FX(1996년)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커스텀 모델인 페라리 FX는 브루나이의 29번째 술탄을 위해 제작된 원 오프 모델이다. 테스타로사에 사용했던 수평대향 12기통 엔진에 윌리엄즈 F1 팀에서 제작한 7단 시퀀셜 변속기를 조합했다. FX는 총 9대가 제작되었다. 이 중 6대가 브루나이 왕실에 배달될 예정이었으나 4대의 주문을 취소하면서 나머지 차들은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졌다. 마르코니 박물관의 FX는 이중 윌리엄즈 팀에서 소유한 차를 구입한 것으로 최고 시속 330km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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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348TB 세리에 스페치알레(1993년)

아토믹 블루베리라는 별명의 348 레이스 버전. 세리에 스페치알레 100대 중에 12대가 1992년, 88대가 1993년에 제작되었으며 쿠페형 TB, 컨버터블인 TS 버전이 있었다. 348 챌린지 원 메이크 경주차로 개발된 이 차는 양산형에 비해 출력이 높았으며(320마력) 배기와 공기역학, 브레이크 등을 다듬었다. 이 차는 현재 마르코니 박물관과 어린이를 위한 재단의 CEO인 프리실라 마르코니가 직접 레이스에 출전할 때 탔던 모델이기도 하다. 또한 프리실라 마르코니는 348 챌린지에 출전한 최초의 여성 레이서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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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에스파다 400GT SL(1969년)

람보르기니 최초의 GT 쿠페인 에스파다는 다른 람보르기니 모델에 비해 덜 알려져 있는 모델이다. 1969년 모나코 그랑프리를 통해 데뷔한 에스파다는 미우라의 다자인을 담당했던 거장 마르첼로 간디니의 손에서 완성되었다. 1978년까지 1,217대가 생산된 에스파다는 람보르기니의 상징과도 같은 V12 엔진을 차체 앞에 배치하고 뒷바퀴를 굴렸다. 이중 마르코니 박물관에서 소장한 에스파다는 186대만 생산된 시리즈1이다. 쿤타치와 같은 시저스 도어를 채택하려 했으나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강력한 반대로 일반 도어 형태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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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TWR XJ220S(1996년)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XJ220의 최종형인 XJ220S는 레이싱 컨스트럭터 TWR에서 다듬은 모델이다. 레이스카를 일반 도로용으로 개조한 이 차는 총 5대가 제작되었으며 양산형 XJ220에 있는 편의 장비를 대거 삭제하고 흡기와 배기 계통을 개량한 것이 특징이다. 마르코니 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박물관 소장품 중에 가장 빠른 차라고 한다. V6 트윈 터보 엔진과 5단 수동 변속기를 탑재한 XJ220S는 0→100km/h까지 가속에 3.2초가 걸리고 최고 속력은 무려 368km/h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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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토마소 판테라 L(1973년)

이탈리안 엔지니어링과 아메리칸 머슬이 합쳐진 데 토마소 판테라는 GTS 버전이 가장 유명하다. 마르코니 박물관에는 2대의 판테라가 있는데 한 대는 GTS, 나머지 한 대는 럭셔리 버전인 L이다. L은 Lusso의 이니셜로 영어로는 Luxury를 뜻한다. 딕 마르코니는 이 차를 처음 샀을 때 운전이 상당히 어려웠으며 구입한 날 잼버리 거리에서 트랜스액슬을 날려 먹었다고 회상했다. 판테라 L은 포드의 V8 5.8L 클리블랜드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를 조합했으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에 5.5초가 걸렸다. 성능은 괜찮았지만 판매량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게다가 미국 자동차 법률을 만족시키기 위한 5마일 범퍼가 달려 있어 원래 디자인에 비해 날렵한 느낌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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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탱 쉘비 GT350(1965년)

마르코니 박물관은 여러 대의 쉘비 모델도 보유 중이다. 이 중 GT350은 최초의 쉘비 모델이기도 하다. 포드의 요청으로 머스탱을 서킷용으로 다듬은 캐롤 쉘비는 1964년 첫 모델 GT350을 공개했다. 쉘비 GT 시리즈는 이후 레이스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으며 GT500과 코브라 등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며 머스탱 전문 튜너로 이름을 알렸다. GT350은 레이스뿐 아니라 일반도로용 스포츠카로서도 인기를 끌었는데, 미국을 대표하는 고성능 포니카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다. 당시 GT350의 최고 속력은 215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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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보라(1974년)

조제르토 쥬지아로가 디자인을 담당한 보라는 마세라티가 처음 만든 2도어 미드십 스포츠카이다. 1971년부터 1978년까지 약 565대(4.7L 289대, 4.9L 275대)가 생산된 보라는 람보르기니 미우라, 데 토마소 망구스타와 곧잘 비교된다. 1968년 시트로엥 산하에서 첫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으며, 데뷔 후 회사의 주인이 데 토마소로 바뀌는 우여곡절을 엮기도 한다. 마세라티는 기블리의 성공을 발판 삼아 야심차게 보라를 선보였지만 안타깝게도 오일 쇼크와 새로운 세금 제도 등의 직격탄을 맞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곳에 전시딘 보라는 V8 4.9L 버전으로 최고시속은 284km에 이른다.  


글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류장헌 

현지 코디네이터  Johan Lee(DRIVEN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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