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리와 F1, 그리고 FIA의 정점에 선 남자, 장 토드
2017-04-14  |   20,804 읽음


랠리와 F1, 그리고 FIA의 정점에 선 남자, 장 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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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퍼시픽 모터스포츠 회의 참석차 FIA의 장 토드 회장이 한국 땅을 밟았다


지난달 둘째 주, 한국에서는 모터스포츠 관련 굵직한 국제행사가 열렸다. FIA의 아시아퍼시픽 모터스포츠 총회가 3일간의 일정으로 열린 것. 한국은 자동차산업 규모에 비해 모터스포츠 분야가 워낙 취약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FIA(Fede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 국제모터스포츠연맹)는 자동차 관련 비영리 기구로서 세계 최대 규모와 영향력을 가진다. 이번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장 토드 FIA 회장은 자동차와 모터스포츠 세계를 아우르는 세계 최고의 거물급 인사.


FIA의 전신은 1904년 설립되었던 국제자동차 공인 클럽 연합(AIACR). 이것이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47년 FIA로 개편되어 오늘에 이른다. 자동차산업이나 교통 분야에서는 각국에서 따로 법률을 정하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모터스포츠에서는 FIA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 F1 경기규정을 바꾼다거나 드라이버 라이선스를 발급하는 일도 모두 FIA의 영역이다. 우리가 알 만한 유명 자동차 경기 모두 FIA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 출신으로 2008년 회장직에 오른 장 토드는 모터스포츠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젊은 시절 랠리 코드라이버로 데뷔했고 80년대 푸조-탈보팀 감독이 되어 매니지먼트 능력을 인정받았다. 루카 디 몬테제몰로에게 발탁되어 1994년 47세의 나이로 스쿠데리아 페라리팀의 감독이 된 그는 마이클 슈마허와 손발을 맞추어 페라리를 황금기로 이끌었다. 그의 재임 시기 슈마허는 5번의 월드 챔피언,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8번의 컨스트럭터즈 타이틀(2008년부터는 CEO)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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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마허와 함께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2009년부터는 FIA 회장으로 모터스포츠계의 정점에 섰다. 16년간 회장직을 맡아왔던 막스 모즐리가 섹스 스캔들로 실각한 직후였다. 당시 회장직을 두고 맞붙었던 라이벌은 한때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로 호흡을 맞추었던 아리 바타넨. 압도적인 표차로 회장이 된 토드는 2013년 투표에서도 단독 입후보 끝에 재당선되었다.


전임 회장 모즐리의 지지를 받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와는 다른 노선을 걸었다. 정치적이며 강경노선이던 모즐리는 버니 에클레스턴과 함께 사실상 F1을 좌지우지해온 인물. 반면 토드는 대화를 중시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큰 잡음을 피해왔다. 이에 대해 카리스마 부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짧은 인터뷰 기회를 얻어 자율운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FIA가 지속적으로 펼쳐온 교통안전 캠페인의 취지에서뿐 아니라 자동차산업과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도 큰 변화를 불러올 혁명적 기술이기 때문이다.

 

굉장히 다각적인 부분에서 다루어야 하는 문제라고 운을 뗀 토드는 “물론 자율운전이 자동차계에 혁명을 불러올 만한 기술이다. 하지만 정작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개발도상국까지 보급되기에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안전벨트나 헬멧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아직 많다”고 답했다. 혁명적 기술이기는 하지만 당장 누구나 누릴 수는 없으므로 현실에 맞는 사고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FIA는 이날 한국 교통안전공단, KARA(한국자동차경주협회), SK T맵, BMW 코리아와 함께 교통안전 공동 추진에 대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한편 모터스포츠 분야에서의 자율운전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모터스포츠는 챔피언을 가려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드라이버가 필요하다. 따라서 자율운전 자동차 경기는 모터스포츠로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1946년생으로 칠순을 넘긴 토드는 세계에서 여전히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2004년에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배우 양자경과 재혼했다. 전 부인과의 사이에 난 아들 니콜라스는 아트 그랑프리 공동 오너이자 펠리페 마사, 파스토르 말도나도의 매니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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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회장 선거에서 슈마허, 양자경과 함께


기자 개인적으로는 장 토드가 영화에 출연했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있다. 프랑스 만화 ‘아스테릭스’의 극장판에 슈마허와 함께 카메오로 출연했었는데, 로마 전차경기에 출전한 선수와 팀 감독 역할이었다. 당시 소속팀 페라리를 위해 영화에서도 붉은색의 유선형 마차가 준비되었다.

이수진 편집위원 사진 최재혁, L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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