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 로즈베르크, F1의 정상에서 은퇴를 외치다
2017-01-04  |   26,239 읽음

 

니코 로즈베르크, F1의 정상에서 은퇴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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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전 아부다비에서 챔피언을 확정지은 니코 로즈베르크. 엔트리 넘버 6은 부친이 챔피언에 오를 당시 사용했던 번호다

 


시즌 막판까지 치열하게 이어졌던 F1 드라이버즈 챔피언 타이틀 결정전은 결국 니코 로즈베르크의 대관식으로 막을 내렸다. 추격자 해밀턴이 최종전 아부다비에서 우승했음에도 로즈베르크가 2위를 차지해 총점에서 5점 앞섰기 때문이다. 전직 챔피언 케케 로즈베르크의 아들인 니코는 10년 전 F1에 데뷔할 당시부터 이미 유명인사였다. 물론 챔피언의 아들이라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니코는 안정적인 성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메르세데스 엔진의 높은 전투력에 힘입어 2014년부터 줄곧 챔피언 후보로 거론되었다. 다만 해밀턴이라는 걸출한 팀내 경쟁자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F1 드라이버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하다. 본인의 재능도 중요하지만 전문적인 교육과 엄청난 금전적이 지원이 필요한 분야. 따라서 부친을 프로 드라이버로 둔 2세들은 남들보다 유리한 환경이 보장되는 ‘금수저’임에 틀림없다. 60년대 전설적인 드라이버 그레이엄 힐의 아들 데이먼 힐이 1996년, 이듬해 질 빌르너브의 아들 자크가 F1 챔피언에 오른 이래 많은 2세 드라이버들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케케 로즈베르크의 아들 니코, 넬스 피케의 아들인 넬슨 피케 Jr., 세나의 조카인 브루노 세나, WRC 챔피언 카를로스 사인츠의 아들 카를로스 사인츠 Jr.가 F1에 발을 들였고, 최근에는 요스 페르스타펜의 아들 막스가 대활약 중이다. 마이클 슈마허의 아들 믹도 카트와 F4, F2000을 거치며 착실하게 계단을 오르고 있다.


니코의 부친인 케케 로즈베르크는 1978년 F1에 데뷔해 82년 드라이버즈 챔피언에 올랐다. 우승은 한 번 뿐이었지만 대형 사고와 리타이어, 규정 위반 등 소란이 끊이지 않았던 혼란의 시기에 꾸준한 득점으로 이룬 쾌거였다. 케케는 스웨덴계 핀란드인으로 F1계의 초대 플라잉 핀(Flying Finn, 핀란드 출신 유명 선수에게 붙이는 애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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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케 로즈베르크는 1982년 윌리엄즈팀에서 챔피언에 올랐다

 

 


니코는 10살 때 카트를 시작, 2002년 주니어 포뮬러, 2003년 팀 로즈베르크에서 F3에 데뷔한 후 2002년에는 윌리엄즈팀 테스트에 참가하며 아버지의 길을 따랐다. 환경이 좋은 후광을 등에 업었지만 무엇보다 빛나는 재능이 있었다. 17세의 F1 시운전은 당시 최연소 기록. 이후 2006년 윌리엄즈팀으로 F1에 정식 데뷔했다. 2010년 메르세데스로 이적한 후에도 성적은 6~9위 수준이었으나 당시 동료였던 슈마허(페라리에서 은퇴 후 복귀)보다는 좋은 성적이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14년 터보 엔진 도입 등 대규모 규정 변경을 계기로 메르세데스팀의 성적이 급상승했다. 그럼에도 챔피언으로의 길은 쉽지 않았다. 이번 걸림돌은 슈마허 대신 2013년 이적한 해밀턴이었다. 하지만 올해 드디어 디펜딩 챔피언 해밀턴을 제치고 왕좌 등극에 성공했다. 힐, 빌르너브에 이은 세 번째 F1 2세 챔피언의 탄생이었다. 로즈베르크의 카 넘버 6은 1982년 부친이 챔피언에 등극할 당시 사용했던 번호. 다만 독일에서 태어나 독일 국적을 취득(어머니가 독일인이다)한 니코는 ‘플라잉 핀’의 호칭은 이어받지 못했다. 대신 메르세데스 벤츠 실버 애로 최초의 독일인 챔피언으로 기록된다.


대망의 타이틀을 결정지은 다음 주 금요일,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FIA 표창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니코는 F1 은퇴를 전격 발표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지난 25년간 레이스를 해왔고 드디어 F1 챔피언이 되었다. 단 하나의 꿈이었다. 피나는 노력과 고통, 희생을 통해 일구어낸 결과다. 실망스러운 두 시즌을 보내고 매우 필사적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없었던 동기부여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최종전이 열리던 날 아침에 레이서로서의 경력을 끝내자고 생각했다. 이것이 마지막 레이스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즐기고 싶었다. 램프가 꺼지고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55랩이 시작되었다. 하루 동안 생각을 정리한 후 월요일에 아내 비비안과 게오르그(매니지먼트사 노르테 스텝), 토토 볼프(메르세데스팀 대표)에게 이야기했다.”


니코는 F1에서 10년을 뛴 중견 드라이버다. 206번 엔트리해 23번 우승했고 폴포지션 30번에 최고속랩은 20번. 물론 적지 않은 경력이지만 현재 F1에는 라이코넨, 알론소 등 이보다 경력이 많은 선배들이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게다가 챔피언 등극으로 한창 기세가 오른 상태였기 때문에 그의 은퇴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물론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메르세데스팀. 현재 가장 강력한 챔피언팀에 빈자리가 생기자 드라이버 인선을 두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듯하다.


니코 후임으로 가능성 높은 인물은 윌리엄즈팀의 발테리 보타스. 메르세데스팀 대표인 토토 볼프는 보타스 매니지먼트사의 일원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는 엔진 공급가 파격 인하(150억원 내외)와 예비 드라이버인 파스칼 벨레인에 대한 우선권을 제시하며 윌리엄즈팀을 설득했다. 반면 윌리엄즈는 베테랑 드라이버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마사가 은퇴를 연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뜩이나 공력과 타이어 등 경주차 규정이 대폭 바뀌는 2017년 F1은 대권의 향방을 더더욱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이수진 편집위원 사진 LAT, 메르세데스 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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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니코. 왼쪽부터 아버지 케케 로즈베르크, 부인 비비안, 오른쪽은 어머니인 지나 로즈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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