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908 HDi, 예선 1∼3위 싹쓸이 괴물 아우디, 푸조 잡고 LMP1 8승 사냥 성공
2008-07-04  |   9,737 읽음
프랑스 모터스포츠의 성지 북부 프랑스 르망의 라 사트르 서킷(1주 13.605km). 여기서 해마다 열리는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는 세계 모터스포츠팬을 열광시키는 최대 이벤트의 하나이다. 올해 76회를 맞은 르망 24시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벌였다. 6월 11∼12일의 예선에 이어 6월 14∼15일에 결승전이 펼쳐졌다. 26만 관중이 열광한 철야 경기에서 아우디의 R10 TDi 제2호가 8회 우승의 영광을 아우디에 안겼다. 24시간의 주회수 381회. 제7호 푸조 908은 아우디의 전천후 안정성과 르망 베테랑 드라이버 군단 앞에 무너졌다.

최고 영예에 빛나는 팀은 아우디 노스 아메리카, 드라이버는 R. 카펠로·T. 크리스텐센·A. 맥니시였다. 크리스텐센이 아우디와 함께 8회 우승, 맥니시는 10년 만에 2회, 그리고 카펠로는 3회 우승이었다. LMP2 클래스 우승은 반 메르크스타인 모터스포츠의 포르쉐 RS 스파이더, LMGT1은 애스턴마틴 레이싱의 애스턴마틴 DBR9, LMGT2는 리지 콤페티치오네의 페라리 430 GT였다.

시보레, LMGT1 클래스 첫 폴포지션
푸조가 2일(6월 11∼12일)간의 예선을 완전 제압했다. 경주차 908 HDi 트리오가 그리드 1∼3위를 휩쓴 것이다. 6월 11일 S. 사라쟁이 제8호차를 몰고 거둔 랩타임 3분 18초 513이 폴포지션(PP)을 굳혔다. F. 몽타니와 N. 미나시앙은 각기 제9호와 제7호로 최고속 랩타임을 기록했다.

푸조가 아우디보다 6초 앞선 기록은 그대로 유지됐다. 아우디팀에서 누구도 A. 맥니시의 3분 23초 847을 깨지 못했기 때문. M. 로켄펠러, A. 프레마트와 L. 루르의 제3호 아우디는 5위에서 출발한다. 선두 6위권에 들어온 롤라 애스턴마틴 바로 앞이다. S. 무케는 최종 예선 초반에 잇따라 이례적인 랩타임을 기록했다. 그러나 제1호 아우디는 7위에 그쳤다. F. 비엘라와 M. 베르너는 예선 막판에 제1호 기록경신을 시도했다. 둘 다 2일에 걸쳐 이 차로 가장 빠른 랩타임을 끌어냈다. 그러나 베르너가 바로 0.1초차로 6위를 놓쳤다.

예상한 대로 LMGT2 클래스에서는 4분 벽이 깨졌다. W. 헨츨러는 제77호 펠버마이어 포르쉐로 3분 59초 072를 기록했다. 뒤이어 P. 롱은 IMSA 포르쉐로 3분 58초 832이라는 경이적 타임을 선보였다. 그러나 봅 벨의 페라리도 4분을 밑도는 랩타임 3분 59초 820을 냈다. 경주차는 제96호 비르고 430.

LMGT1 클래스에서도 기록은 단축됐다. C. 부쉬는 라르브르 컴피티션의 살린 S7R로 동급 선두인 팩토리 콜벳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제63호 시보레와의 시차는 0.1초 미만. 그러나 부쉬는 오코널·매그누센·펠로즈의 시보레 첫 르망 PP를 막을 수 없었다. 애스턴 마틴도 마지막 세션에 페이스를 올렸다. A. 가르샤와 H. 프렌첸이 각기 제009호와 제007호의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2대의 콜벳과 샐린 뒤였지만 5대 모두의 시차가 2.2초에 지나지 않았다.

포르쉐 RS 스파이더가 LMP2를 제압했다. 메르크슈타인과 팀 에식스 경주차가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바라지 엡실론과 팀 세바 롤라가 2초차로 뒤따랐다.

6월 14일 오후 3시 정각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56대의 르망 대열은 6월 15일 오후 3시의 피니시 라인을 향해 돌진했다. 제76회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기로 꼽혔다. 이 경기에서 T. 크리스텐센, A. 맥니시와 D. 카펠로가 화려한 승리를 거뒀다. 제2호 R10 TDi의 드라이버 3인방은 사상 가장 위대한 르망 드라마를 연출했다. 독일 명문 아우디는 9년 만에 8회 우승으로 르망의 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 크리스텐센 역시 8회 우승의 영광을 함께 나눴다. 맥니시는 2회(1회 우승 뒤 10년 만에), 카펠로는 3회 우승을 기록했다.

푸조는 시종 스피드의 우세를 지켰다. 그러나 고국에서 벌어진 세계 정상의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아우디는 스피드의 열세를 안고 결승을 맞았다. 따라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우디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고, 보다 빠른 푸조에 최대한 압력을 가했다. 26만 명의 대관중이 스탠드를 꽉 메웠고, 짜릿한 24시간 경기의 결말을 보기 위해 자리를 지켰다. 크리스텐센은 제7호 푸조로 막판 총공세를 펴는 N. 미나시앙을 의연하게 맞받았다.

두 라이벌은 레이스 시작에서 마지막까지 장엄한 결투를 벌였다. 날씨는 변덕스러웠고, 자질구레한 신뢰성 문제가 여기저기 불거졌다. 몇 차례 트랙을 벗어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시간에 숨막히는 절정이 다가왔다. 푸조는 예상대로 우세한 스피드로 결승에 임했다. 토요일 저녁까지만 해도 승리의 확률이 더 높아 보였다. 그러나 아우디는 노련한 르망의 마술사. 이 위대한 레이스의 경쟁자들에게 새로운 조건을 던질 때마다 아우디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밤이 되면서 비가 내려 레이스는 수중전으로 변했다. 수중전에 뛰어난 제2호 R10은 제7호 푸조를 3분 앞질렀다. J. 빌르너브, M. 헤네와 N. 미나시앙은 오전 내내 돌아가며 3분을 조금씩 앞서나갔다. 그런데 그 진도는 기껏해야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었다. 오전 중 A. 맥니시와 T. 크리스텐센의 눈부신 방어작전이 먹혀들었다. 푸조는 더 빨랐다. 하지만 악조건에서의 안정성과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는 베테랑 드라이버를 자랑하는 아우디. 여기서 뚜렷한 차이가 드러났다.

24시가 끝나기 두어 시간 전 크리스텐센은 아우디팀을 발칵 뒤집었다. 주회가 뒤진 J. 바라지의 LMP2가 스핀할 때 충돌한 것. 다행히 큰 손상 없이 선두를 지킨 채 계속 달렸다. 마지막 시간에 아우디는 푸조를 운명을 건 도박으로 몰아넣었다. 그러자 미나시앙은 서킷에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슬릭 타이어를 신고 나가는 모험을 감행했다. 하지만 시간단축의 기대는 어긋났다. 랩당 단축시간 4초는 아우디와 똑같은 타이어를 신었을 때와 마찬가지.

그러나 미나시앙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너무 멀리 앞선 라이벌을 잡기에는 무모한 도박이었다. 들뜨기 쉬운 908을 몰고 서킷을 휘저었다. 던롭과 뮐산 시케인에서는 트랙 밖으로 날아갔다. 대사고를 스쳐 지나는 아슬아슬한 곡예였다. 때로는 8초나 더 빨랐다. 하지만 좌후방 펑크를 당한 뒤 컨트롤을 잡지 못해 허둥댔다. 하지만 끝내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크리스텐센과의 간격을 도저히 메울 수 없었다. 미나시앙이 아무리 기를 써도 덴마크의 명드라이버를 막을 수 없었다. 크리스텐센은 또 다시 승리를 거둬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레이스의 전환점은 오전 3시 직후에 찾아왔다. 그때 전세는 푸조에 단연 유리했다. 제7호와 제2호 아우디와의 시차는 2분 남짓. 그러나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모든 것을 뒤엎었다. 빌르너브와 다른 두 푸조는 불량한 시야와 싸워야 했다. 반면 D. 카펠로는 때를 만났다. 2분을 앞서가던 빌르너브는 점차 쫓기는 신세가 됐다. 전세는 아우디로 기울었다.

제7호는 피트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푸조 트리오가 일제히 거라지에 들어가 과열문제를 처리해야 했기 때문. 크리스텐센은 제2호의 스티어링과 함께 선두를 잡았다. 그때 푸조는 드라이버 교대가 늦어 피트작업 시간이 길어졌고, M. 헤네가 2위로 따라붙었다. 그러자 크리스텐센은 폭우와 수중전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전력질주해 2주 만에 헤네와의 시차를 30초로 벌렸다. 그 뒤 1시간을 거의 최고속으로 달린 결과 차이는 약 2분에 이르렀다.

비가 약간 걷히면서 트랙이 마르기 시작했다. 푸조는 다시 야금야금 아우디에 접근했다. 실로 놀랍게도 고양이와 쥐 싸움이 사르트 서킷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맥니시의 흔들리지 않는 돌파력이 아우디를 밀어줬다. 10년 전 맥니시는 르망에서 승리를 거뒀다. 당시 그는 페이스에서 뒤졌으면서도 빠른 토요타를 물리쳤다. 현재 상황이 그 당시와 흡사했다. 맥니시는 약 1주를 앞선 다음 제2호 R10을 카펠로에게 넘겨줬다. 카펠로는 빌르너브와의 대결에서 그 간격을 끝내 지켜냈다. 서킷이 마르기 시작하기 전에 차이는 3분으로 늘어났다. 아우디는 미끄러운 트랙에서 안전거리를 유지하기를 바랐을 뿐이다. 그런데 크리스텐센은 그보다 더 세차게 밀어붙였다.

레이스 막판에 건조한 주행선이 드러났다. 다시 한번 푸조는 빼어난 페이스를 입증했다. 하지만 24시간에 걸쳐 아우디를 누르려면 전천후 패키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R10의 방탄급 신뢰성과 빗속 운전성능은 승리를 보장할 압도적인 힘이었다.

제8호 푸조는 최고속차 가운데도 한층 빨랐다. 확실히 아우디에 도전할 능력이 있었다. 그런데 온갖 불운이 뒤따랐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승리의 불빛은 꺼지고 말았다. S. 사라쟁, P. 라미와 A. 부르츠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두 6위권을 뻔질나게 들락거렸다. 그러나 야간에 배터리 교환이 필요할 때 제8호는 다시 12분을 잃었다. 게다가 라미가 아르나즈의 타이어 장벽을 들이받고 스핀하면서 시간을 놓쳤다. 이때 절뚝거리며 피트에 돌아가 뒤쪽 윙을 교환했다.

그런데 굽히지 않고 끝까지 달려 5위에 들어왔다. 제1호 아우디 R10보다 1주나 앞섰다. 아우디 제1호는 오전 중 클러치 고장으로 5주를 놓쳤다. 게다가 시간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23시에 서킷에는 미친 듯 장대비가 쏟아졌다. 이때 F. 비엘라가 첫 시케인에서 스핀했다. 제17호는 워크스 페스카롤로. H. 프리마트·B. 트렐뤼에·C. 탱소가 비공식 휘발유 클래스의 우승을 노렸다. 폐쇄 보디의 신참들이 덤벼들지 못하게 봉쇄작전을 폈다.

R10, 방탄급 신뢰성과 빗속 운전 탁월
롤라 애스턴마틴은 페이스만으로도 우승후보로 충분했다. 그러나 레이스가 시작된 지 채 2시간이 되지 않아 J. 샤루즈가 던롭 시케인에 충돌했다. 르망을 향한 대망은 헛된 꿈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S. 무케, T. 엥게와 샤루즈는 굽히지 않고 남은 22시간을 달렸다. 결국 이 차는 데뷔전에서 값진 10위에 진입했다.

돔도 초반에 힘찬 스피드와 미래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그런데 밤사이에 잇따라 문제가 생겨 발목이 잡혔다. 그 뒤 엔진 고장으로 영광스런 완주에의 꿈은 사라지고 말았다. 제16호 페스카롤로는 레이스의 절반 이상 비디젤의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역시 엔진 고장으로 이날 오전에 탈락했다. 한편 제5호 쿠라즈 오레카는 토요일 저녁 심각한 충돌사고로 좌초했다. 그 뒤 M. 파슬러가 병원으로 실려갔다.

LMP2 클래스에서는 토요일 오후 2대가 계속 선두를 뺏고 빼앗겼다. 제31호 포르쉐 스파이더 RS의 C. 엘가르드가 제34호 포르쉐 스파이더 RS에게 덤벼들었다. 그때만 해도 덴마크의 엘가르드는 네덜란드의 J. 블레케몰렌을 잡을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팀 에식스는 오래 선두를 지키지 못했다. 피트에 들어갈 때마다 P. 메르크스타인에게 밀렸다. 마침내 밤이 찾아올 때부터 멀리서 힘겨운 추격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두 라이벌은 이른 새벽까지 1주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에식스 경주차는 계속 미스파이어가 일어났다. 그러자 팀요원들은 예정된 피트스톱마다 원인을 찾으려 씨름했고, 그 사이 몇 주를 놓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과거부터 LMP2의 저력은 얄팍했다. 솔리니어 페스카롤로가 표창대를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클래스 선두 메르크스타인보다 20주나 뒤졌다.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 제대로 달린 다른 경주차는 퀴펠 롤라뿐. 바라지 엡실론은 뮐산 스트레이트에서 펑크를 당한 뒤 트랙에 주저앉았다. 스피디 레이싱 롤라는 전기 계통 고장으로 시간을 잃었다. 애스턴마틴은 미국산 콜벳과 시종 접전을 벌인 끝에 2년 연속 클래스 정상에 올랐다.

레이스 초반 팩토리 콜벳이 한층 강력해 보였다. 그러나 D. 터너와 D. 브래범이 저녁부터 애스턴을 선두로 밀고 나갔다. 그런데 그들 둘과 제3 드라이버 A. 가르샤는 밤사이에 콜벳을 따돌리기에 벅찼다. 한 바퀴 뒤진 경주차 대열과 싸워야 했고, 폭우가 쏟아질 때 타이어 선택에 실패했다.

결국 양자 대결로 레이스는 압축됐다. 라이벌 제63호 콜벳은 J. 마그누센·J. 오코널·R. 펠로즈가 핸들을 잡았다. 밤사이 양팀의 세컨드는 고장으로 주춤거렸다. 제64호 콜벳은 토요일 저녁 알터네이터에 이상이 생겨 선두에서 밀려난 뒤 기력이 살아나지 않았다. K. 밴들링거·A. 피치니·H. 프렌첸이 몰던 제007호 애스턴은 이른 새벽까지 선두 2대를 맹추격했다. 그런데 비슷한 문제에 부닥쳐 선두 사냥에서 물러났다. 라르브르 샐린은 애스턴마틴 및 콜벳과 한판 붙기를 바랐다. 그러나 초반에 이미 라르브르의 야망은 시들고 말았다. C. 부쉬가 바퀴 하나를 잃고 스핀. 던럽 커브의 자갈밭에 뛰어들었다.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 달리고 있었지만, 클래스 선두와는 40주차.

LMGT2 클래스에서 리지 콤페티치오네는 5년 만에 처음으로 페라리에 르망 승리를 안겼다. 여기서는 처절한 소모전이 벌어졌다. 고대하던 페라리와 포르쉐의 결투는 이뤄지지 않았다. 포르쉐는 모조리 고장이 나는 바람에 선두 리지에게 덤벼보지도 못하고 물러났다. 플라잉 리저드 포르쉐는 초반에 리지 경주차에 도전했다. 그러다가 꼴찌에서 출발해 추월전을 계속하던 IMSA 포르쉐와 충돌하고 말았다.

펠브마이어 포르쉐는 피트스톱 중간에 제82호 리지에 도전하며 번갈아 클래스 선두에 나섰다. 하지만 기어박스 고장으로 12주를 놓쳤다. 이때부터 우승후보는 페라리밖에 없었다. 뒤이어 밤사이에 리지팀은 비르고 모터스포츠 F430의 공격을 뿌리쳐야 했다. 그런데 G. 브루니, M. 살로와 J. 멜로는 날선 스피드를 앞세워 선두를 휘어잡았다. 레이스 종료 3시간을 남기고 비르고는 엔진 고장으로 탈락했다. 그래서 BMS 스쿠데리아 이태리 페라리 및 그와 비슷한 파른바허 경주차가 표창대를 메웠다. 파른바허는 초반에 사고 연발로 선두와는 멀리 떨어졌다. 그럼에도 과감한 반격전으로 표창대 끝자리를 차지했다.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는 내년 6월 제77회를 기약하고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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