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제8전 유럽 GP: 로즈베르크가 바쿠 창설전 우승
2016-06-30  |   14,594 읽음

올 시즌 F1 제8전의 이름은 유럽 그랑프리. 이 명칭은 지금까지 한 나라에서 두 개 이상의 경기(유럽 기준)를 치를 경우에 사용되어 왔었다. 1985년 영국 브랜즈해치나 94년의 스페인 헤레즈, 이듬해에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유럽 그랑프리가 열렸고 가장 최근에는 2008~2012년 사이 발렌시아(스페인)에서 개최되어 왔다. 1994~95년 일본에서 두 번 열렸을 때는 퍼시픽 그랑프리라는 이름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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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해의 유럽 그랑프리는 조금 다른 케이스다. F1을 처음 유치하는 아제르바이잔이 수도인 바쿠 도심에 스트리트 서킷을 만들었다. 동쪽으로는 카스피해를 접하며 조지아(그루지아), 이란과 국경을 마주하는 아제르바이잔은 19세기 후반 유전 개발로 ‘불의 나라’ 혹은 ‘제2의 두바이’로 불리는 나라. 지리적으로 서아시아에 속하면서도 구소련 연방인 관계로 동유럽으로 인식되어 왔던 이곳은 오랫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땅이었다. 하지만 중세 이슬람 문화와 현대가 기묘하게 조화를 이룬 풍경 덕분에 최근 새로운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스스로도 유로비전 송 컨테스트나 유로 올림픽, FIA GT 레이스 등 대형 이벤트 유치에 공을 들이며 관광객 끌어들이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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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 시내에 건설된 스트리트 서킷

서킷은 카스피해에 접한 수도 바쿠의 도심 도로를 활용한 스트리트 코스였다. 설계는 헤르만 틸케.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1주 6km(6.0003km) 서킷은 F1에서 벨기에 스파 다음으로 길며 구시가지 메이든 타워 성벽을 끼고 도는 후반부가 매력적이다. 해변에 접한 도심 코스, 고속 레이아웃이라는 점에서 싱가포르 그랑프리와 유사점이 많다. 긴 직선로 때문에 고출력을 보유한 메르세데스 진영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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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전 드라이버들의 코스 답사와 프리 주행을 통해 몇 가지 안전문제가 제기되었다. 우선 긴 고속 직선 구간에 비해 차를 세울 수 있는 런오프 구역이 좁고 피트 출구가 상당히 까다롭다는 의견이었다. 또한 노면에 연석을 고정하는 나사가 풀려나오는 바람에 많은 머신들이 왼쪽 뒷바퀴에 손상을 입는 문제가 있었다. 이 때문에 오프닝 이벤트인 GP2 예선 스케줄이 연기되었다. 한편 보타스의 피트 주행 때 배수구 커버가 튀어 오르는 바람에 차체가 손상을 입는 사고도 있었다.

6월 18일 열린 예선에서는 메르세데스의 로즈베르크가 가장 좋은 기록을 세워 첫번째 폴포지션을 따냈다. 반면 팀동료 해밀턴은 프리 주행에서 가장 빨랐지만 정작 예선에서는 여기저기 방호벽에 부딪치며 사고를 연발, 10그리드로 떨어졌다. 2그리드는 메르세데스 엔진의 페레스(포스인디아). 리카르도와 페텔이 2열에 섰고 3열은 라이코넨과 마사가 늘어섰다. 크비야트, 보타스, 페르스타펜, 해밀턴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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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직전 컨디션은 기온 33℃, 노면온도 42℃, 습도 31%에 풍속 2.1m의 맑게 갠 드라이 컨디션. 타이어는 미디엄, 소프트, 수퍼소프트가 지정된 가운데 휠켄베르크, 에릭슨, 벨레인이 소프트를 끼우고 나머지는 모두 수퍼소프트를 골랐다.

드디어 바쿠 시가지에서의 결승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폴포지션 로즈베르크가 순조롭게 선두로 달려 나가고 리카르도, 페텔, 라이코넨이 뒤를 따랐다. 반면 페레스는 5위로 떨어졌다. 2주에서의 순위는 로즈베르크, 리카르도, 페텔, 라이코넨, 페레스, 마사, 페르스타펜, 크비야트, 보타스, 해밀턴 순. 긴 직선로는 예상 대로 메르세데스 엔진 세력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5주에 페레스가 라이코넨을 위협했고 페르스타펜은 보타스, 해밀턴에게 쫓기다 추월을 허용했다. 6주에 페텔이 리카르도를 제쳐 2위로 올랐다. 페르스타펜과 알론소, 크비야트가 피트인 했고 다음 주에 크비야트, 마사와 나즐, 리카르도가 타이어를 교환했다. 투스톱을 노린 이른 피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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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 로즈베르크가 거침없는 질주로 시차를 11초로 벌렸다. 페텔과 페레스의 차이는 8.9초. 반면 페레스 뒤로 보타스와 해밀턴이 1초 내외의 근접전을 펼쳤다. 11주에 로즈베르크가 1분49초930의 최고속랩. 해밀턴은 보타스를 추월, 벌써 4위다.

12주에 로즈베르크가, 13주에는 라이코넨이 최고속랩을 경신. 로즈베르크, 페텔, 페레스, 해밀턴, 보타스 등 상위권 맴버들은 원스탑 작전을 위해 수퍼소프트로 최대한 버텼다. 14주, 라이코넨이 피트 출구에서 라인을 밟아 5초 페널티를 받았다. 한편 해밀턴은 무전을 통해 진동이 심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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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이 16랩, 페레스가 17랩에 타이어를 갈아 끼웠다. 페텔은 21주, 로즈베르크는 무려 22주에 피트에 들어가 소프트로 교환했다. 23주의 순서는 로즈베르크, 라이코넨, 페텔, 페레스, 해밀턴, 리카르도, 마사, 보타스, 사인츠 Jr., 알론소 순. 리카르도가 2번째 타이어 교환을 하느라 13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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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베르크가 폴투윈 차지

로즈베르크가 24주에 1분47초954로 최고속랩을 경신, 독주를 이어갔다. 페라리팀은 라이코넨과 페텔이 내부 경쟁 중. 27주에 두 차의 시차가 1초까지 줄었고 28주에는 추월에 성공해 페텔이 2위가 되었다. 31주에 선두 로즈베르크와 페텔의 시차는 무려 14초. 사인츠 Jr.가 33주에 서스펜션 트러블로 리타이어했다. 41주에 로즈베르크-페텔은 19초, 페텔-라이코넨은 7초 차로 벌어졌다. 반면 라이코넨은 페레스의 맹렬한 추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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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 창설전 우승자가 로즈베르크로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막판 관심을 끈 것은 시상대 마지막 자리를 놓고 벌어진 라이코넨과 페레스의 결투였다. 3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두 차의 거리는 1초 내외.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사실상 페레스의 승리였다. 라이코넨이 피트인 때 +5초 페널티를 받은 상태이기 때문. 결국 로즈베르크가 바쿠에서 창설 전 우승컵을 거머쥔 가운데 페텔이 2위, 페레스가 3위를 차지했다. 라이코넨이 4위, 해밀턴이 5위였고 보타스, 리카르도, 페르스타펜, 휠켄베르크, 마사가 득점권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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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 시가지 서킷은 신구가 조화를 이루는 도심 풍경과 고속 레이아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주최측 역시 장기 개최를 자신하며 성공에 고무된 모습. 반면 몇 가지 문제도 있었는데 우선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드라이버들의 비판이 있었으며, 르망 24시간과 겹치기 일정은 캘린더 발표 시점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게다가 원래 오후 6시 스타트여서 1시간의 시차가 있었지만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올해 섬머타임을 금지, 르망 피니시와 스타트 시간이 정확히 겹치고 말았다. 서방 세계로부터 끊임없이 비판을 받은 아제르바이잔의 인권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인권 단체인 스포츠 포 라이프에서는 공개서한을 보내 버니 에클레스턴 FOM 회장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수진 편집위원
사진
다임러 벤츠, 레드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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