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WRC 제10전 호주 랠리
2015-09-09  |   18,409 읽음

폭스바겐 타이틀 2연패 확정
현대 트리오 전원 포인트 획득

 

독일(WRC 9전) 랠리에서 깜짝 우승을 거두며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던 현대 모터스포츠가 이번엔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호기심과 기대를 품고 지난 9월 10일 호주 콥스 하버로 날아갔다. 시드니에서 해변을 따라 530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콥스 하버는 인구 4만5,000명의 작은 도시로 호주인들이 휴식을 즐기기 위해 찾는 곳이다. 봄기운이 가득한 콥스 하버의 날씨는 활동하기에 딱 좋았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하긴 했지만 드라이버나 미케닉들에게 기분 좋은 온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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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랠리에 참가한 드라이버들. 선수와 팬이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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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원정온 헤이든 패든의 팬들

 

현대 패든 6위, 폭스바겐 선두
9월 12일 금요일. 시즌 제10전 호주 랠리 데이1은 콥스 하버에서 막을 올렸다. 총 발착거리 267.37km, 기록을 측정하지 않는 RS(Road Section, 법규를 지키며 정해진 시간 내에만 들어오면 됨)를 제외하고 8개 SS(Special Stage, 기록 측정)의 총 주행거리는 95.84km. 3개 스테이지를 왕복하고, 수퍼 SS를 왕복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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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외모의 티에리 누빌은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기록에 따라 선두로 출발한 폭스바겐 세바스티앙 오지에가 SS1에서 톱타임으로 기선을 제압하는가 싶었지만 바짝 마른 도로에 얇은 모래가 쌓인 불리한 여건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도로 청소부 역할의 핸디캡으로 오지에가 주춤하는 사이 SS2~3에선 시트로엥의 크리스 미크가 가장 빠른 기록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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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자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멋진 레이스를 펼친 오지에

 

오후 스테이지에서는 오지에를 선두로 폭스바겐 군단이 다시 맹공을 퍼부었다. SS4~8에서 오지에와 라트발라가 톱타임을 양분했고, 폭스바겐2의 미켈센까지 막판에 미크를 앞서 폭스바겐의 1-2-3 진영을 완성했다. 그들은 제9전 독일에서 놓친 매뉴팩처러 타이틀을 향해 돌진했다. 이들을 포드계 M-스포트의 미코 히르보넨이 7.9초차로 따라붙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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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리 누빌은 SS5에서 리어 서스펜션 고장으로 2분여를 허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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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트리오를 추격하는 M-스포트의 미코 히르보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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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2~3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세운 시트로엥 크리스 미크

 

아쉽게도 현대군단은 현대N의 헤이든 패든이 6위, 현대 WRC 에이스 티에리 누빌이 10위로 그를 뒤따르는 상황. 팀동료 크리스 앳킨슨은 득점권을 벗어났다. 서비스 파크로 돌아온 누빌은 동반석쪽 뒷바퀴를 흔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SS5에서 입은 서스펜션 고장이 못내 아쉬운 듯했다. 살짝 여유로운 코너에서 뭔가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고 그 이후에 리어 서스펜션이 망가졌다고. 이것을 수리하는 데 2분여의 시간을 허비했다. 불운은 누빌에게만 그치지 않고 그의 동료 앳킨슨도 섬프 가드 문제로 1분여를 소비했다.

 

타이어 선택이 가른 승부
9월 13일, 두 번째 날은 발착거리 370.77km에 6개 SS(9~14) 118.88km의 코스에서 레이스가 펼쳐졌다. 48.92km와 7.92km의 임도 스테이지 2개와 콥스 하버의 수퍼 SS를 합쳐 3개 SS를 왕복하는 6개 스테이지의 까다로운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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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타이어를 선택해 어려움을 겪은 라트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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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측정이 되지 않는 RS 구간에선 차를 세우고 종종 드라이버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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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도 서비스 파크의 미케닉들은 바쁘게 움직인다

 

폭스바겐의 선두 행진은 이어졌지만 순위는 요동쳤다. SS9와 SS10에서 야리마티 라트발라가 연속 베스트타임을 기록하며 세바스티앙 오지에를 추월해 선두로 올라섰다. 오지에는 SS10를 달리는 동안 범퍼에 살짝 상처를 입었지만 다행히 기계적인 고장은 없었다. 둘 사이의 시차는 4.1초.

 

그러나 라트발라의 집권은 타이어 선택의 실수로 오래가지 못했다. 서비스를 마친 오후 스테이지에서 라트발라는 비가 내릴 것을 예상해 리어 타이어를 소프트 타입으로 바꿨다. 그러나 그의 예상을 벗어나 비는 내리지 않았고 너무 빨리 달궈진 리어 타이어 때문에 그립을 찾느라 고생했다. 반면 오지에는 ‘3하드, 1소프트’라는 다소 특이한 구성으로 타이어를 조합해 라트발라를 맹공했다. 결국 SS11에서 톱타임을 기록한 오지에가 13.4초 차이로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오지에는 뒤이은 SS12, 수퍼SS 13과 14에서도 베스트로 라트발라를 11.8초차로 따돌렸다.

 

한편 3, 4위에서 격전을 벌인 폭스바겐 안드레아스 미켈센과 시트로엥 크리스 미크의 레이스도 볼거리였다. 하드 콤파운드 타이어를 끼우는 모험을 선택한 미크는 미켈센보다 빠른 기록으로 한때 3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SS10의 막판 코스를 크게 벗어난 것이 숏컷으로 판정돼 페널티 61초가 떨어지면서 미크의 종합순위는 5위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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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프트로 코너를 빠져나오는 미켈센. 호주 랠리는 고속코너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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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F1 드라이버 쿠비차는 머신 트러블로 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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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에서 타이어를 살피는 크리스 미크

 

날씨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기에 현대 트리오의 오후 타이어 선택도 달랐다. 첫 주자로 나선 앳킨슨은 소프트 타이어를 장착하고도 오전보다 기록을 단축하는 등 선전했지만 타이어 마모가 컸다. 반면 하드 타이어를 선택한 누빌은 SS12 도중 우체통을 들이받는 사고로 앞 범퍼를 잃었음에도 순위를 8위까지 올렸다. 6위로 출발한 현대 N의 패든은 시트로엥 오스트베르그에 순위를 내주며 7위로 내려앉아 뉴질랜드에서 달려온 팬들을 아쉽게 했다.

 

폭스바겐, 팀타이틀 확정
9월 14일 일요일 발착거리 309.96km에 6개 SS(15~20) 100.58km 코스에서 호주 랠리가 막바지에 들어갔다. 오프닝 스테이지 SS15에선 라트발라가 톱타임을 기록했다. 아스팔트처럼 단단하게 다져진 흙길이 주류를 이루는 고속 코스에서 라트발라는 만점에 가까운 레이스를 펼치며 동료이자 라이벌 오지에를 압박했다. 쉽먼즈(SS15)에서 3년 전 사고의 트라우마가 있던 오지에였지만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이며 이번 랠리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로 꼽히는 SS16에서 베스트 기록을 수립했다.

 

오전 마지막 스테이지 SS17에서 오지에는 초반 미끄러운 노면을 간파하고 모험 대신 안전한 주행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1위 탈환을 위해 총공세로 맞선 라트발라는 시트로엥 미크에 뒤져 SS17 2위에 만족해야 했다.

SS17이 끝나고 서비스 단계에서 폭스바겐 듀오의 격차는 8.7초. 라트발라가 약간 시차를 좁혔지만 여전히 선두는 오지에.

 

오후의 오프닝 SS18에서 오지에가 톱타임을 기록하며 선두행진을 이어갔고 시트로엥의 마즈 오스트베르그는 서스펜션 이상으로 포인트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불운을 겪었다. 뒤이은 SS19에서 라트발라가 베스트 기록을 세웠고 오지에도 1.9초차의 2위로 골인하며 둘 사이의 격차는 약 8초 수준을 유지했다. 둘은 남은 9.23km의 파워스테이지(SS20)에서 맞붙었다. SS17을 통해 노면을 익힌 터라 불꽃 튀는 접전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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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혼신을 다한 라트발라가 1위로 골인하며 파워스테이지에 붙은 보너스 3점을 추가하는 데 성공했지만 8초에 가까운 시간차를 극복하기엔 남은 거리가 부족했다. 노련한 솜씨로 SS20에서 2위로 2점을 더한 오지에가 최종 1위로 시즌 6승째를 거머쥐며 승자의 트로피를 들었다.


1-2-3위로 시상대를 휩쓴 폭스바겐이 매뉴팩처러 타이틀전 2연패로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러나 승자는 폭스바겐만이 아니었다. 비록 포디엄에 오르진 못했지만 현대도 상당한 수확을 얻었다. 현대 N의 헤이든 패든이 6위에 올랐고, 워크스팀의 에이스 티에리 누빌이 7위로 뒤따랐다. 그리고 마지막 투혼을 발휘한 크리스 앳킨슨이 10위로 1점을 보태며 모두 포인트 레이스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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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빌은 첫째 날 서스펜션 고장으로 고전했지만 마지막 날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고 레이스를 평가했다. 이번 호주 랠리를 통해 좁은 고속 코너에 대응하는 나름의 전략을 세울 수 있었으며 팀 개발자들에게도 좋은 피드백이 되었다며 만족한 모습이었다.

 

모두에게 축제인 WRC
1989년부터 열리기 시작한 호주 랠리는 퍼스 근교에서 열리다 2009년 뉴 사우스 웨일즈를 거쳐 2011년부터 콥스 하버에서 개최되고 있다. 코스의 대부분이 숲길이고 대체로 단단한 그래블 노면이어서 속도가 빠른 편이다. 퍼스 시절의 황금기에 비하면 최근의 분위기는 다소 움츠려든 상태. 또 거리상의 문제로 팀트럭을 가져오지 못하기 때문에 팀들은 몇몇 컨테이너로 가져온 물자로 서비스 파크를 꾸려야 한다. 이런 이유로 서비스 파크는 유럽권에서 열리는 레이스보다 규모가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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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랠리쇼에 몰려든 관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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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레이스에 대한 열정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레이스 하루 전인 목요일 오후에 있던 랠리쇼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조용하고 작은 동네를 축제의 장으로 바꿔 놓았고 야간에 치러진 수퍼스테이지도 예외 없이 관중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결승이 끝난 후 서비스 파크의 인파들에겐 더 이상 승부는 중요하지 않은 듯 모두가 이 감격적인 순간을 누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WRC는 10월 3~5일 프랑스의 알자스에서 제11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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