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N. 라피에레, 깜짝 우승 이변 5만여 명 참관, 시가지 전체가 레이스 축제
2003-12-12  |   5,655 읽음
마카오는 세계 4대 카지노 도시 중의 하나. 하지만 해마다 11월 셋째 주가 되면 도시전체가 F3 머신의 굉음으로 뒤덮인다. 조용하기만 하던 마카오 전체가 하나의 경기장으로 탈바꿈해 아시아에서 가장 활기 찬 도시로 변한다. 제50회 마카오 그랑프리가 열린 11월 14∼16일 마카오 시내는 물론 인근 홍콩과 중국 광둥지방 등의 주요 신문 1면은 온통 그랑프리 관련 기사로 가득 찼다.
마카오 그랑프리의 가장 큰 특징은 노면이 매끄럽지 못한 일반도로에서 벌어진다는 것. 조직위원회는 대회가 시작되기 2∼3주 전에 안전을 위해 거리에 보호벽과 관중석을 마련한다. 시내 중심을 도는 6.12km의 기아 서킷은 경기기간에도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사용할 뿐 나머지 시간은 일반도로로 개방된다. 홍콩에서 배편으로 들어오는 창구인 마카오 페리터미널 앞 도로가 바로 서킷이기 때문에 입항하자마자 레이스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N. 피켓 주니어와 N. 로즈베르그 대결 관심
F1 조단팀 G. 피지켈라 시범주행 펼쳐 인기


마카오 그랑프리는 국가별로 치러지는 F3에서 상위권 성적을 거둔 드라이버들이 모여 진정한 1인자를 뽑는 자리. 레이서들에게는 F1으로 향하는 등용문과도 같다. 94년 경기중 사고로 사망한 전설적 레이서 A. 세나를 비롯해 98년 F1 챔피언 M. 하키넨, 통산 6차례 F1 타이틀을 거머쥔 M. 슈마허 등이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F1에 진출했다.
올해에도 각국 내셔널 챔피언을 비롯해 17개국 30명의 드라이버가 참가해 우승컵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드라이버는 F3 유로시리즈 타이틀을 거머쥔 R. 브리스코(프리마 파워팀)와 일본 F3 챔피언 J. 커트니(톰스). 지난해에 기아 서킷을 달려본 커트니가 다소 유리했다. 성적과 관계없이 이색 경력의 드라이버들도 눈길을 모았다. N. 피케 주니어(하이테크 레이싱), N. 로즈베르그(칼린 모터스포츠) 등 아버지의 뒤를 이어 부전자전 레이서로 활약중인 20대 초반의 신예들이 그 주인공이다.
피케 주니어는 80년대 F1 그랑프리에서 3차례(81, 83, 87년)나 월드 챔피언에 올랐던 브라질 출신 N. 피케의 아들이다. 올 F3 유로시리즈 신인왕 로즈베르그 역시 82년 F1 챔피언인 케케 로즈베르그의 2세여서 같은 시대에 활약했던 F1 드라이버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승부를 벌이는 셈이다. 2001년 국내 포뮬러1800에 출전한 재일교포 주대수(스위스 레이싱팀)는 스폰서 문제로 일장기를 달고 나왔다.
마카오 그랑프리는 13일(목요일)과 14일(금요일)에 예선, 16일(일요일)에 결승을 치렀다. 일반적인 포뮬러 레이스(금∼일요일 3일간)보다 일정이 넉넉하게 잡힌 것은 메인 경기인 F3 그랑프리 외에도 ACMC 트로피, 모터사이클 그랑프리, SJM 기아레이스, 포르쉐 카레라컵 아시아 등 다양한 이벤트를 소화하기 위해서다.
예선전은 경주차들이 서킷을 각 45분씩 두 차례 돌아 이 중 가장 빠른 1바퀴의 속도(랩타임)를 비교, 순위를 정했다. 노면이 매끄럽지 못하고 코스가 험하기로 악명 높은 마카오 그랑프리는 예선부터 드라이버들을 주눅들게 만들었다. 1차 예선이 펼쳐진 목요일 13대, 결승 출발 순서를 결정한 금요일에는 14대의 경주차가 벽을 들이받거나 멈췄다 출발하는 등 난코스 앞에서 고전했다.
두 차례 예선 중 1차전 기록은 의외였다. 커트니와 F. 카보네(시그너쳐 플러스)가 1, 2위. 독일 출신 P. 카퍼(TME 레이싱)가 3위에 오른 것이다. 기대를 모았던 호주 출신 브리스코는 사고를 당해 15위로 뚝 떨어졌다. 건조하고 날씨가 흐린 가운데 오후 2시 45분부터 45분 동안 진행된 최종 2차 예선에서는 카보네, 브리스코가 제일 좋은 기록을 뽑아냈고 1차 예선 1위 커트니가 3위에 들어 베스트 컨디션을 보여주었다.
1, 2차 예선 중 가장 좋은 기록으로 가리는 결선 그리드 순서는 카보네, 브리스코, 커트니 순. 목요일의 1차 예선기록 2분 13초 835를 가볍게 넘어선 카보네는 2분 13초 016으로 폴포지션(PP)을 차지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고, 프랑스 출신 N. 라피에레(시그너쳐 플러스)가 4그리드에 자리잡았다.

3일째인 11월 15일은 이벤트 레이스의 날이었다. 모터사이클 그랑프리, ACMC 트로피 레이스, 아시안 포뮬러 르노 챌린지 등 5개 이벤트 경주가 기아 시가지 코스를 달구는 가운데 F1 조단팀 주전 드라이버 G. 피지켈라의 시범주행이 단연 큰 관심을 모았다. 경기장을 둘러싼 수만 명의 관중들은 단 한 대의 F1 머신이 달리는 것을 감탄하며 지켜보았다. 경주차가 5바퀴를 달린 뒤 멈추자 관중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1∼2레그 모두 1랩 3코너에서 추돌사고
J. 커트니, 경주차 문제로 우승 꿈 접어


11월 16일 9시 15분, 제50회 F3 마카오 그랑프리 결승 1레그(10랩)의 막이 올랐다. 1레그 성적대로 2레그 출발순서가 정해지므로, 1레그는 2레그의 예선 성격을 띤다. 먹구름이 하늘을 가린 오전 7시 55분 웜업에서는 PP 카보네의 몸놀림이 가벼워 보였다. 올 영국 F3 종합 4위 R. 안티누치(하이테크 레이싱)도 제 컨디션을 찾은 듯 속도를 높였고, 피켓 주니어(3위)와 로즈베르그(9위)도 모처럼 10위권에 들어 강자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브리스코와 커트니, 라피에레의 웜업 성적은 각각 7위, 20위, 29위. 그러나 머신과 노면의 상태를 최종 점검하는 주행이어서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스탠딩 스타트로 진행된 제1레그는 오프닝 랩부터 대형사고가 일어나 관중석이 크게 술렁거렸다. 리스보아 호텔 부근 3코너에서 F3 경주차 4대가 추돌해 레이스 상황이 갑작스레 변했다. 첫 사고의 제물은 A. 파렌테(칼린 모터스포츠), P. 몬틴(쓰리본드 레이싱), 카퍼, 로즈베르그 등 4명. 사고수습을 위해 곧바로 세이프티카가 투입되었고 2랩 뒤에 경주가 다시 시작되었다.
재출발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그리드를 제일 먼저 벗어난 드라이버는 PP 카보네. 그러나 곧바로 다음 랩에서 시그너처 플러스팀 라피에레가 선두로 뛰어올라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라피에레의 질주는 오래가지 못했다. 5랩에서 예선 3위 커트니에게 선두자리를 내주었고 커트니는 라피에레의 맹추격을 뿌리치며 그대로 골라인을 통과해 첫 체커기의 주인공이 되었다.
선두다툼은 싱겁게 막을 내렸지만 안티누치와 L. 해밀턴(매너 모터스포츠), 카보네 등 3위 다툼이 볼 만했다. 세 드라이버는 랩마다 순위를 바꾸며 속도경쟁에 불을 당겼다. 한 발짝이라도 앞서야만 제2레그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안티누치와 해밀턴이 3, 4위로 골라인을 밟았다. 첫 랩 사고 이후 경주차 4대가 리타이어해 1레그를 완주한 드라이버는 22명이었다.
챔피언을 가리는 최종 제2레그(15랩)는 오후 3시 55분 시작되었다. 2레그 역시 첫 랩부터 사고가 일어났다. 1레그 사고지점에서 안티누치, R. 쿠비카(타킷 레이싱), A. 톰슨(하이테크 레이싱) 등 3명이 동반 탈락해 살아남은 27대 대열을 세이프티카가 유도했다. 세이프티카가 빠진 다음 재편된 순위는 커트니, 라피에레, 카보네, K. 히라나카(프리마 파워팀), 해밀턴이 1∼5위. 추월이 힘겨운 서킷이라 상위권 드라이버들의 순위가 그대로 굳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5랩을 남겨두고 선두 코트니가 경주차 트러블로 리타이어했고 선두로 올라선 라피에레는 나머지 5랩을 차분하게 지켜 감격스러운 승리를 거두었다. 베스트랩 2분 13초 324, 평균시속 148.81km를 기록한 그는 2위 카보네를 5.416초 차이로 눌렀다. 히라나카, R. 퀸타레리(JB 모터스포츠), 카퍼가 3∼5위.
“최고였다. 우승컵을 안을 수 있도록 도와준 팀과 미캐닉 모두에게 감사한다. F1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라피에레의 우승소감이다. 20살인 라피에레는 2001∼2002년 포뮬러 르노를 탄 후 올해 F3 경주차에 앉은 신예. 그는 “내친김에 코리아 수퍼프리 타이틀도 거머쥐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랑프리 개최 50주년을 맞은 이번 대회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조직위원회의 원숙한 경기운영이 돋보였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대회기간 동안 마카오 그랑프리를 참관한 관중은 전체인구의 약 10%인 5만 명을 넘었다. 모터스포츠에 대한 마카오 국민들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편 마카오 그랑프리를 마친 드라이버들의 대다수는 11월 21∼23일 경남 창원 시가지 서킷을 찾아 제5회 F3 코리아 수퍼프리에서 다시 한번 열전을 펼쳤다.
취재협조: 마카오정부관광청 ☎(02)778-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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