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ULA 3000 F1 도약의 최종 관문
2003-11-25  |   6,783 읽음
포뮬러 3000(F3000)은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F1과 F1 진출의 교두보인 F3를 이어주는 국제자동차연맹(FIA) 공인 포뮬러 카테고리 가운데 하나다. 최근 들어 F3000, F3 등 중간과정을 거치지 않고 F1에 입성하는 드라이버가 늘어나면서 입지가 약해졌지만, 올 시즌 그랑프리에서 활동한 20명 중 11명이 F3000 출신일 정도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R. 바리첼로, J.M. 몬토야, R. 슈마허, D. 쿨사드 등이 F1 마지막 관문 F3000 무대에서 활약한 드라이버들이다.
F3000은 F1 아래 위치해 1947∼84년에는 ‘포뮬러2’(F2)로 불리다가 85년 엔진 배기량을 3천cc로 늘여 지금의 체제가 만들어졌다. 대표 경기인 FIA F3000 챔피언십은 올 시즌 유럽 8개국, 10개 서키트를 돌며 치렀다. F2 시절부터 세계선수권 외에 유럽 선수권이나 영국, 일본 등지에서 개별적으로 열린 F3000은 지금도 유럽과 일본(96년 독자노선을 택하고 포뮬러 니폰으로 바뀌었다)에서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과거 F1과 F3000의 중간 카테고리였던 포뮬러5000, F3과 F3000 사이에 위치한 월드 시리즈 닛산, 포뮬러 르노 V6 등도 F1 드라이버의 배출무대가 되고 있다.

47년 시작되어 F1의 등용문 구실 해
F3000은 2차대전 직후인 1947년 F2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유럽 각 국에서 열리던 그랑프리에서 자리를 얻지 못한 드라이버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F2는 1952∼53년 ‘드라이버 세계 선수권’(Driver World Championship)이라는 이름으로 열렸고, 1967년 FIA가 관여하면서 ‘유러피언 선수권’(European Championship)으로 자리잡았다.
규정을 계속 손질하면서 변화를 추구해 온 F2는 1985년 F3000으로 다시 태어난다. 2천cc(표1 참고) 이하인 엔진 배기량을 자연흡기 3천cc로 크게 늘여 터보 시대로 접어든 F1의 뒤를 쫓았다. F3000이라는 명칭도 배기량에서 유래된 것이다.
F3000은 초기에 F1에서 사용된 중고 섀시를 쓰기도 했지만 곧바로 마치, 롤라, 랄트, 레이너드 등 섀시 메이커들이 참가했다. 90년대 일본 문크래프트도 경쟁에 나섰지만 레이너드와 롤라가 주를 이루었다. 지금은 레이너드가 도산해 2002년형 롤라 B2/50만 사용된다.
자연흡기 3천cc 엔진은 최고 회전수를 9천rpm으로 제한하는 장치가 달려 450마력 전후의 출력을 낸다. 초기에는 F1 엔진(터보화가 진행되면서 재고를 이용)으로 사용되었던 포드 코스워스 DFV가 주를 이루었으나 혼다 무겐, 지텍 등이 추가되었다. 현재는 지텍의 V8 3.0ℓ엔진, 타이어는 쿠퍼제 에이온 원메이크 체제다.
F3000은 F1과는 마찬가지로 1년간 여러 경기에서 쌓은 포인트를 합산해 챔피언을 가린다. 그러나 섀시와 엔진이 원메이크여서 컨스트럭터즈 타이틀은 팀 타이틀이 대신한다. 포인트는 F1과 마찬가지로 1∼8위에 10, 8, 6, 5, 4, 3, 2, 1점을 준다. 참가대수가 12대 미만일 경우에는 경기가 취소된다.
경기방식은 본선 전날 12시 30분부터 30분간 자유 연습시간이 주어지고, 오후 2시 30분부터 30분 동안 그리드 순서를 정하는 예선을 치른다. 결승일 오전 10시부터 20분의 웜업 주행이 끝나면 스탠딩 스타트로 레이스가 시작된다. 드라이 타이어는 한 경기에 6세트를 사용할 수 있고 웨트 타이어 사용에는 제한이 없다.
F3000(F2를 포함)의 기록을 보면 익숙한 이름이 많다. J. 클라크, J. 스튜어트, G. 힐, E. 피티팔디, S. 모스, A. 자나르디 등 유명 F1 드라이버들이 F3000에서 배출되었다. 근래 들어 M. 슈마허, K. 라이코넨, J. 버튼 등 F3000을 건너뛰고 F1에 입성한 드라이버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선수가 F3000에서 인정받은 뒤 F1으로 올라서는 것을 수순으로 여기고 있다.
2003년 시리즈 초반에는 10개 팀이 출전했으나 최종전에는 8팀만 남았다. 들고 난 30명의 드라이버 중 스웨덴의 B. 브르드하임이 챔피언의 영광을 차지했다.

독자적으로 열리는 일본 F3000
FIA 챔피언십 외에 F3000은 각 국에서 독자적으로 치러지고 있다. 영국(1989∼94년), 이태리(1999∼2000년) 경기는 유러피언 F3000이 뒤를 이었고, 73년 시작된 일본에서는 몇 번의 변화를 거쳐 포뮬러 니폰이라는 독자 경기로 자리를 잡았다.
1999년 시작된 이태리 F3000은 개최지를 유럽 각 국으로 넓히면서 2001년 유러피언 F3000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섀시는 초기에 FIA F3000에서 사용했던 구모델(롤라 T96/50)을 쓰다가 2002년부터 롤라 T99/50을 사용하고 있다. FIA F3000과 마찬가지로 엔진과 타이어는 지텍 및 쿠퍼 에이본 원메이크로 진행된다. 2001년 챔피언 F. 마사가 F1에 진출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1973년 전일본 포뮬러2 선수권(All Japan
Formula 2 Championship)으로 시작된 일본 F2는 85년 바뀐 유럽 시리즈의 변화를 받아들여 2년 뒤 전일본 포뮬러 3000 선수권(All Japan Formula 3000 Championship)
으로 변경되었다. 일본자동차연맹(JAF)은 1987년 전일본 F2 시리즈에 F3000 경주차의 혼주를 인정했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모두 F3000 경주차였다. 이름만 F2일 뿐 사실상 F3000 시리즈가 시작된 것이다.
이듬해 정식으로 F3000이 개최되었고, 경기 호황과 더불어 많은 외국 드라이버의 적극적인 참가에 힘입어 일본 시리즈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M. 슈마허도 1991년 F1 진출 전 잠시 출전할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거품이 꺼지고, 기초가 약한 팀들이 퇴출하면서 참가 대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엔진은 자연흡기 3천cc로 12기통까지 허용하고 엔진 회전수는 9천rpm으로 제한했다. 엔진 메이커는 혼다 무겐, 포드 코스워스, 지텍 등으로 모두 V8을 내세웠다. 섀시는 마치, 롤라, 랄트, 레이너드 등 유럽 메이커가 주를 이루고, 일본 돔이 들어와 94년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던롭, 요코하마 등 3메이커가 참가, 우수한 그립력에 힘입어 F1에 가까운 카테고리가 되었다.
F3000은 1996년부터 일본레이스프로모션(JRP, Japan Race Promotion, Inc)을 새 주인으로 받아들이고 독자적인 방침에 따라 포뮬러 니폰을 시작했다. 경주차는 원메이크인 FIA F3000과 달리 롤라, 레이너드, G포스 등 3대 메이커가 참가했으나 레이너드가 주를 이루어 원메이크나 다름없었다.
엔진은 혼다 무겐의 V8 3천cc가 얹히고, 타이어 역시 브리지스톤이 독점적으로 공급했다. 96년 R. 슈마허가 챔피언을 차지하고 이듬해 F1으로 진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참가대수가 줄어들면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스칼라십을 확대해 아시아 드라이버를 초대하는 등 활성화를 시도했다. 2001년 스칼라십으로 참가한 말레이시아의 알렉스 융이 F1에 진입, 다시 한번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F1 조단팀이 포드 엔진으로 바꾸면서 일본 F3000의 입지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섀시도 레이너드의 도산으로 롤라만이 공급하고 있다.

F3000 기반되는 포뮬러 닛산·르노
1969년 F3000과 F1 사이에 새로운 카테고리가 등장했다. 포뮬러5000(F5000)이라고 불린 경기로 영국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등지에서 열렸다. 그러나 흥행에 실패해 모두 사라지고, 최근 F3000과 F3을 연결하는 새로운 경기가 태어났다. 월드 시리즈 닛산과 포뮬러 르노 V6가 그것이다.

달라라 닛산은 1998년 시작된 스페인 최고의 포뮬러 경기. 2002년 개최지를 늘려 월드 시리즈가 되었다. F3000에 가까운 머신을 저렴한 예산으로 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F3의 윗단계로, 어린 선수들이 중심을 이룬다. M. 헤네 F. 알론소 등 F3 챔피언 출신이 F1에서 활약하게 된 것도 경기 활성화에 보탬이 되었다.
머신은 이태리 코로니제를 사용하다가 2002년부터 달라라 원메이크로 굳어졌다. 엔진은 닛산의 V6 3.0ℓ(처음에는 2.0ℓ), 타이어는 미쉐린이 공급한다.
2001년형 섀시에 닛산의 2천cc 엔진을 얹은 포뮬러 닛산 2000과 르노 1천600cc 엔진을 쓰는 포뮬러 주니어 클래스가 신설되는 등 초급 포뮬러가 크게 활성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 도입된 포뮬러 르노 V6 유로컵은 F3000 형태의 카본 모노코크와 V6 3천500cc 르노 엔진, 6단 세미 오토매틱. 미쉐린 타이어를 달고 승부를 겨룬다.
레이스는 하루에 두 경기씩 한 시즌에 10라운드 19전을 치른다. 오전에는 스탠딩 스타트로 시작해 45분간 진행되고 오후에는 롤링 스타트로 30분간 달린다. 종합 챔피언에게는 르노 F1 경주차의 테스트 드라이브 기회가 주어진다. 지난해까지 스텝업 카테고리였던 포뮬러 르노 유로컵은 포뮬러 르노 마스터 토너먼트로 이름을 바꾸어 어린 드라이버들의 경쟁무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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