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와 슈마허, 4년 연속 더블 타이틀 F1/M. 슈마허, 사상 최다 6회 월드 챔피언 등극
2003-11-24  |   9,032 읽음
2003년 F1 그랑프리는 또 하나의 사상 첫 기록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서키트의 터미네이터 M. 슈마허(93점)가 K. 라이코넨(91점)을 제치고 시즌 왕관을 차지했다. 이로써 슈마허는 F1 역사에 길이 남을 통산 6회 드라이버즈 타이틀 신기록을 수립했다. 컨스트럭터즈 부문에서는 페라리(158점)가 윌리엄즈(144점)를 눌렀다.

제15전 미국 그랑프리

PP 라이코넨, 슈마허 사냥에 실패
미국 모터스포츠의 성지 인디애나폴리스에서 F1 그랑프리가 시작된 시기는 지난 2000년. 올해로 4년째를 맞아 F1 캘린더에 튼튼히 자리잡았다. 미국 팬들은 CART나 IRL과는 다른 F1의 박력에 매혹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페라리의 M. 슈마허와 R. 바리첼로의 순위 바꿈으로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F1용으로 신설된 도로 코스는 오벌 트랙을 일부 사용하고, 통상과는 역방향으로 달린다. 따라서 오벌의 턴1이 F1의 최종 코너가 된다.
9월 26일 금요일, F1 제15전 미국 그랑프리가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1주 4,192km)에서 1차 예선에 들어갔다. 1차 예선에서 트랙이 변덕을 부려 중위그룹이 유리했다. 때문에 타이틀전은 뒷전으로 밀리고 르노의 J. 트룰리가 선두를 잡았다. 일찍 출전한 J.P. 몬토야(윌리엄즈)와 M. 슈마허는 각기 5위와 8위로 밀려났다.
연습주행을 망친 소나기가 그친 뒤 트랙은 완전히 말랐다. 랭킹 순위에 따라 M. 슈마허가 먼저 출전했다. 기록은 1분 10초 736. 몬토야가 뒤를 이어 1분 10초 372로 슈마허를 눌렀다. 본부석 앞 직선코스에서 시속 7km나 앞섰다. 그는 주먹으로 하늘을 찌르며 흥분했다.
트랙 조건이 더욱 좋아지자 R. 슈마허(윌리엄즈)가 동료 몬토야를 꺾었다. 뒤이어 R. 바리첼로가 랄프를 물리쳤다. 페라리 진영은 잠정 PP의 기쁨에 들떴다. 그러나 르노의 역전 드라마를 미처 내다보지 못했다. 먼저 F. 알론소는 7위에 그쳤다. 하지만 몰려오는 비구름과 선두경쟁을 벌인 트룰리가 잠정 PP를 잡았다. 페라리의 바리첼로를 0.25초 차이로 따돌린 1분 09초 556. 인디애나폴리스 1차 예선은 트룰리에게 잠정 PP의 영광을 안기고 끝났다.
9월 27일 토요일, 미국 그랑프리 2차 예선이 벌어졌다. 맥라렌의 K. 라이코넨이 최종 예선에서 폴포지션을 잡아 타이틀전의 유리한 고지에 섰다. 타이틀전 트리오의 몬토야가 4위, 랭킹 선두 슈마허는 7위로 떨어졌다.
미묘한 그리드 순위였다. 타이틀전 트리오는 랭킹의 역순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라이코넨의 초반 달리기는 평범했다. 알론소, 몬토야와 바리첼로가 그를 앞질렀다. 하지만 중후반에 가서 바리첼로를 0.124초 차로 꺾고 그리드 선두에 나섰다.
한편 직선 코스에서는 몬토야의 윌리엄즈/BMW가 가장 빨랐다. 그러나 커브에서 속도가 떨어져 4위로 밀려났지만 5위인 팀동료 R. 슈마허보다는 10분의 1초 남짓 앞섰다. 랭킹 선두를 방어해야 할 M. 슈마허는 그보다 더 떨어져 7위. 타이틀을 눈앞에 두고 위기에 몰렸다. 그의 팀동료 바리첼로가 역주 끝에 2위에 오르자 페라리 진영에는 팀 선두 탈환의 희망이 되살아났다.
도요타의 O. 파니스, 윌리엄즈 듀오 몬토야와 R. 슈마허, 르노의 알론소가 뒤를 이었다. 7위의 M. 슈마허를 D. 쿨사드(맥라렌)와 C. 다마타(도요타)와 트룰리가 뒤따랐다.
9월 28일 일요일, F1 제15전 미국 그랑프리가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결승에 들어갔다. 이따금 미국 그랑프리는 레이스라기보다 전쟁이란 말이 어울린다. 5회 챔피언 M. 슈마허는 노련한 전술로 총탄을 피하며 완주에 성공했다. 그리드 7위에서 총알 스타트로 첫 코너에서 4위. 인디의 턴1에서 동료 바리첼로를 따돌렸다. 랭킹 2위 J.P. 몬토야는 폭발적인 스타트를 끊었지만 7위로 곤두박질쳤다.

스타트와 동시에 돌격전을 편 폴시터 K. 라이코넨이 기선을 제압했다. O. 파니스는 꾸물거리던 R. 바리첼로를 제치고 2위로, R. 슈마허는 3위로 건너뛰었다. 1주를 마쳤을 때 라이코넨은 1.6초를 앞섰고, 동료 D. 쿨사드는 바리첼로를 제치고 5위를 달렸다.
다음 주의 홈 스트레이트에서 R. 슈마허가 파니스를 제쳤다. 그러나 눈길을 끈 드라이버는 몬토야였다. 바리첼로와 코너 경쟁을 벌이다 앞 오른 바퀴로 바리첼로의 왼쪽 뒷바퀴를 긁었다. 바리첼로는 자갈밭으로 미끄러져 들어갔고, 몬토야는 무사했다.
6주 뒤 몬토야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말이 돌았고, 10분 뒤 피트인 페널티가 떨어졌다. 그러나 14주째 몬토야는 알론소에 이어 챔피언 M. 슈마허를 제치고 쿨사드를 압박했다. 슈마허는 6위로 밀렸지만, 사태가 유리하게 돌아갔다.
슈마허가 피트레인에 들어가고 있을 때 하늘이 개었고, 드라이 타이어가 준비되어 있었다. 한편 몬토야는 급유기 고장으로 15초를 허비하고, 뒤이어 피트인 페널티를 치러야 했다. 선두와는 1주 이상 뒤졌다. 게다가 팀동료 R. 슈마허는 빗속을 드라이 타이어로 달리다 타이어 장벽을 들이받았다. 윌리엄즈의 팀타이틀 마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빗속에서 가장 득을 본 드라이버는 J. 버튼(BAR)과 H.H. 프렌첸(자우버). 브리지스톤 레인 타이어가 위력을 발휘했다. 버튼이 10주 동안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터미네이터 슈마허가 버튼과 프렌첸을 잇따라 삼켰다. 게다가 턴9에서 이미 라이코넨을 따돌리고 질주했다.
54주째 라이코넨이 마침내 프렌첸을 따돌리고 2위로 올라섰다. 그 뒤 전투는 사라졌고, 슈마허는 피니시라인을 향해 항진했다. 라이코넨과의 시차는 18초. 프렌첸이 3위로 표창대 마지막 자리를 채웠다. 트룰리, N. 하이드펠트(자우버), 몬토야, G. 피지켈라(조단)와 J. 윌슨(재규어)이 득점권에 들었다.

최종 제16전 일본 그랑프리

폴투윈 바리첼로, 화려한 피날레
시즌 최종전 일본 그랑프리의 무대는 스즈카 인터내셔녈 레이싱 코스. 혼다 창시자 혼다 소이치로가 62년 완성한 일본 모터스포츠의 성지다. 입체 교차를 갖추고, 전반 우회전과 후반 좌회전의 테크니컬 코스는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타이틀의 결전장으로 일본 팬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10월 10일 금요일, F1 제16전 일본 그랑프리 1차 예선이 스즈카 서키트(1주 5.807km)에서 열렸다. 15전에 이어 J. 트룰리가 다시 1차 예선을 휘어잡았다. 자유연습부터 선두를 달리던 트룰리는 1분 30초 281로 스즈카 랩타임 기록을 세웠다. 팀동료 F. 알론소가 거세게 도전했지만 작은 실수로 밀려났다.
랭킹에 따라 M. 슈마허가 먼저 예선에 나섰다. 페이스는 경쾌했지만 3위에 그쳤다. 그러나 타이틀 라이벌 K. 라이코넨을 앞질렀다. 미하엘의 동생 랄프가 2위. 맥라렌 듀오 D. 쿨사드와 라이코낸이 4, 5위였고, 르노의 알론소, 페라리의 R. 바리첼로와 윌리엄즈의 J.P. 몬토야가 뒤를 이었다.
10월 11일 토요일, 최종전의 최종 예선이 벌어졌다. 1차 예선에서 7위에 그쳤던 바리첼로가 일본 그랑프리의 PP를 잡았다. 비가 오기 직전에 굴러 들어온 행운이었다. 비 때문에 예선 순위는 뒤집히고 말았다. 랭킹 2위 라이코넨은 7위, 랭킹 선두 M. 슈마허는 14위로 미끄러졌다.
예선은 건조한 트랙에서 벌어졌다. 그러나 재규어의 M. 웨버(12위)가 랩을 마칠 때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뒤이어 몬토야가 트랙에 나갔다. 트랙이 미끄러워 C. 다마타와의 시차는 겨우 0.007초.

다음으로 바리첼로가 예선에 도전했다. 비가 오든 말든 몬토야보다 0.699초나 빠른 랩타임으로 스즈카를 정복했다. 몬토야에 이어 다마타가 3위를 차지하자 스즈카의 일본 팬들이 열광했다. 게다가 도요타 동료 O. 파니스가 뒤를 이었다. F. 알론소, 웨버에 이어 맥라렌 듀오 D. 쿨사드와 라이코넨이 7, 8위였다.
10월 12일 일요일, F1 최종 제16전 결승이 스즈카 서키트에서 열렸다. 페라리의 붉은 물결이 다시 한번 스즈카를 덮쳤다. M. 슈마허는 사상 최다 6회 챔피언으로 F1 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 R. 바리첼로는 시즌 2승을 폴투윈으로 장식했다. 그리고 페라리는 윌리엄즈의 자멸로 컨스트럭터즈 타이틀마저 거머쥐었다.
슈마허는 고전 끝에 간신히 왕좌에 올랐다. 예선에서는 수중전에서 14위로 밀려났다. 결승에서는 6주째 시케인에서 T. 사토를 앞지르려다 프론트 윙을 잃었다. 피트에 들어갔지만 3스톱 작전에 묶일 수밖에 없었다. 레이스가 진행되면서 슈마허의 위기는 끊이지 않았다. 후반 7위 싸움에서 도요타의 다마타와 동생 랄프 사이에 끼었다. 42주째 시케인에서 다마타가 M. 슈마허의 도어를 들이받았다.
끈질기게 따라붙는 다마타를 따돌리려 미하엘은 트랙을 휘저었다. 이때 바싹 뒤따르던 동생 랄프가 형의 왼쪽 뒤를 건드렸다. 다행히 페라리는 무사했지만 윌리엄즈는 앞 윙이 날아갔다.
랄프의 위협이 사라지자 미하엘은 다마타와 거리를 두었다. 8위라도 타이틀은 확실했다. 선두 바리첼로가 탈락하고 라이코넨이 우승해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종반에 공기가 빠진 타이어로 달리는 고역은 참기 힘들었다. 마치 자갈밭을 달리는 기분이었다고 실토했다.
2스톱작전을 펴는 라이코넨은 3스톱의 바리첼로보다 느렸다. 그러나 비가 온다면 라이코넨이 유리했다. 실은 가랑비가 왔지만 첨단 F1의 엄청난 다운포스 때문에 달아오른 드라이 타이어는 그립이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바리첼로는 미쉐린 타이어의 라이코넨을 11초 차이로 눌렀다. 시즌 2승에 폴투윈.
“스즈카는 드라이버즈 서키트다. 여기서 승리해 자랑스럽다. 마지막까지 강공작전을 폈다. 만일 비가 온다면 미쉐린 타이어의 라이벌들이 랩 당 2∼3초로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바리첼로의 우승소감이다.
맥라렌 듀오 라이코넨과 쿨사드가 2, 3위. J. 버튼(BAR), J. 트룰리(르노), T. 사토(BAR), C. 다마타(도요타)가 뒤를 이었고, 챔피언 M. 슈마허가 득점권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F1은 2003년을 결산하고, 2004년의 새 시즌을 기약하고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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