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TOURING CAR RACE 이름만 들어도 짜릿한 수퍼카들의 대행진
2003-10-30  |   7,873 읽음
페라리 F40, 맥라렌 F1, 포르쉐 911 터보, 벤츠 CLK-GTR, 다지 바이퍼 GTS-R 등의 수퍼카들이 실력을 겨루는 자동차경주는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다. 1994년 시작된 대표적인 그랜드 투어링카 레이스 ‘BPR 시리즈’는 부잣집 차고에서 잠자고 있던 수퍼카들을 서키트로 불러냈다. 이들은 사라진 그룹C카의 자리를 메우면서 수퍼카 레이스 시대를 열었다.
관중들은 흥분했고, 메이커의 참가가 줄을 이었다. 97년 국제자동차연맹(FIA)이 바통을 이어받아 FIA GT 챔피언십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도약을 시도했다. 하지만 FIA의 개조범위에 대한 간섭이 심해지자 메이커들이 발을 빼 수퍼카의 대결장인 GT1 클래스는 자취를 감췄다. 지금은 GT2와 GT3가 ‘GT 클래스’및 ‘N-GT 클래스’라는 이름으로 연간 10회의 경기를 열고 있지만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1962년 ‘GT 메이커 국제 챔피언십’이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서키트를 달리기 시작한 GT카는 레이스 전용 경주차인 프로토타입카와 양립하지 못하고 1994년 그룹C 레이스가 사라질 때까지 애증의 관계 속에서 발전해 왔다. 1994년 BPR 시리즈로 부활에 성공한 GT카 레이스는 FIA GT 챔피언십을 비롯해 르망 24시, 미국의 그랜드 아메리칸 시리즈에서 뛰고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캐나다 등지에서 독자적으로 열리고 있다.

1962년 독립 경기로 창설되어
GT 레이스는 1953년 시작된 내구레이스인 ‘월드 챔피언십’의 카테고리에서 스포츠프로토타입과 함께 출발했다. 그러나 스포츠프로토타입에 가려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1962년 FIA가 GT 시리즈를 분리하면서 페라리 250 GT, 시보레 코베트, 알파로메오 줄리에타, 애스턴 마틴 DB2 등이 참가해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스포츠프로토타입과 달리 연간 생산량으로 규정이 정해졌던 GT카는 성능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졌고, 관중의 눈길을 끌지 못해 1965년 문을 닫고 말았다.
1972년 FIA가 규정을 바꾸어 프로토타입카의 배기량을 3천cc로 제한하자 하늘을 찌르던 인기가 시들해졌다. 이에 메이커들이 다시 GT카로 눈길을 돌렸다. 월드 챔피언십에 GT카 이름이 추가되었고, 그룹5에 BMW, 포르쉐, 포드 등의 이름이 올라왔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독일에서는 GT카를 위한 DRM(Deutsche Rennsport Meister
haft)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한동안 GT카는 프로토타입을 누르고 서키트를 지배했다.
1982년 FIA는 개조범위가 넓은 그룹C 규정을 발표했고, 이 때문에 메이커들은 다시 프로토타입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후 독일의 DRM까지 프로토타입카의 무대가 되었고, 그룹B(연간 200대 이상 생산)로 구분된 일부 GT카가 시리즈에 동참했으나 주목받지 못했다.
1990년대 접어들면서 FIA는 월드 챔피언십의 경기시간을 줄이고 엔진 배기량을 제한하자 메이커들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프로토타입을 떠나 F1으로 발길을 돌려 버렸다. 결국 1952년 시작된 프로토타입카 레이스는 1992년 유럽에서 막을 내렸다. 그러나 GT카는 국내 경기나 원메이크 레이스를 중심으로 유럽 곳곳에서 명맥을 이어 나갔다. 이것이 현재의 GT 클래스를 되살리는 밑바탕 역할을 했다.

GT 레이스의 부활 - BPR 시리즈
1994년 포르쉐의 J. 바르트, 출판업을 하는 클래식카 애호가 P. 피터, 벤추리의 S. 라텔이 주축이 되어 새로운 GT 레이스를 만들었다. 시리즈의 이름은 세 명의 머리글자를 따서 ‘BPR’로 정했다. 이 레이스는 차고에서 잠자고 있던 수퍼카를 서키트로 불러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BPR은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주하이)과 일본(스즈카)으로 원정을 떠났고, 예상외로 큰 인기를 모으면서 메이커의 참여가 줄을 이었다.

포르쉐, 맥라렌, 벤츠, 로터스가 GT1 클래스에서 자웅을 겨루고, 포르쉐 GT2, 다지 바이퍼가 GT2 클래스에서 선두를 다투었다. 첫해 우승을 차지한 다우어 포르쉐는 그룹C 경주차 962C를 튜너 다우어가 일반도로용으로 개조한 차였다. 이듬해에는 BMW 엔진을 얹은 맥라렌 F1이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토타입 경주차도 도로용 인증을 받으면 GT1 출전이 가능해 포르쉐 911 GT1, 벤츠 CLK-GTR, 도요타 GT1, 닛산 R390 GT1 등 그룹C에 가까운 모델이 많이 선보였다.
BPR 시리즈는 1997년 FIA가 다시 관여하면서 이름도 FIA GT 챔피언십으로 바뀌었다. 첫 시즌에는 GT1과 GT3 카테고리로 나누고, 미국전을 추가했다. 벤츠, BMW, 포르쉐, 크라이슬러 등 많은 워크스팀이 참가해 성황을 이루었다. 레이스는 4시간 정도로 긴 편이었지만 1998년에 주행거리를 500km로 줄이고 GT3를 GT2로 격상시켰다.
벤츠는 CLK를 출전시켜 1998년 10경기 모두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벤츠의 독주, 터무니없는 비용, 양산차에 베이스를 두지 않은 경주차 등 여러 문제점이 GT1 클래스의 소멸을 불렀다. FIA의 호몰로게이션 요구사항이 허술해지자 GT1은 레이스 무대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1999년 GT2가 GT1 자리를 대신하면서 ‘GT 클래스’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이었다. 이전의 GT1은 GT 프로토타입으로 바뀌어 새롭게 구성된 FIA 국제 프로토타입컵(IPC)에서 오픈 콕피트의 스포츠프로토타입카와 함께 달렸지만 곧 사라졌다.
GT2가 메인 경기로 자리잡자 다지 바이퍼의 독무대가 되었다. 10경기 중 9경기에서 우승했고, 다른 한 번도 개인 출전한 바이퍼가 포디엄 정상에 올라갔다. 2000년에는 GT 클래스 아래 N-GT 클래스를 추가했지만 미국과 일본 경기가 중단되어 무대가 유럽으로 축소되었다.

유럽 9개국 순회하는 FIA GT
올해 FIA GT 챔피언십은 4월 16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시작되어 10월 19일 이태리 몬자에서 10전의 막을 내린다. 영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포르투갈, 체코, 벨기에, 스웨덴 등이 주무대다.
경기는 GT와 N-GT 클래스로 나누어져 있다. GT 클래스는 이전의 GT2로 연간 50대 이상 생산되는 차종 가운데 호몰로게이션을 받은 차만 참가한다.
현재 설린 S7-R, 리스터 스톰, 페라리 F550 마라넬로, 다지 바이퍼 GTS-R이 선두를 다투고 있다. N-GT 클래스는 GT3에 해당되는 2천cc 이하 양산차(프로덕션카)가 참가하는데, 페라리 360 모데나와 포르쉐 996 GT3 RS만이 달린다.
GT카 구분은 FIA GT 챔피언십뿐만 아니라 르망 24시, 아메리카 르망, 데이토나 24시로 유명한 그랜드 아메리칸(Grand-Am)에서도 적용된다.
이전의 GT2는 FIA GT의 GT 클래스, 르망 24시에서는 GTS, 그랜드 아메리칸은 GTO로 불리지만 기본성능은 같은 차들이다. GT3 클래스 역시 FIA GT에서 N-GT로 불리지만 르망 24시 GT, 그랜드 아메리칸에서는 GTU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FIA GT 챔피언십은 결승 이틀전인 금요일 1시간과 두 차례의 자유주행(각 30분씩)으로 시작된다. 토요일에는 45분의 예선을 거쳐 그리드를 정한다. 결승일에는 15분 동안 웜업을 하고 500km 또는 3시간 동안 승부를 가린다. GT 챔피언십의 가장 큰 이벤트인 벨기에 스파 24시간은 독자적으로 시간을 운영한다.
포인트는 클래스별로 1∼8위에 10∼1점을 차등부과하고, 스파 24시간은 6시간과 12시간 결과로 결승 포인트의 1/2을 추가한다. 포디엄에 오른 드라이버는 핸디캡 웨이트를 받는다. 순위에 따라 40∼10kg으로 GT 클래스는 최고 80kg, N-GT는 최고가 50kg이다.
2003년에는 GT와 N-GT 클래스에서 13팀씩 총 29대의 경주차가 달리고 있다. 드라이버는 대당 2∼3명이 교대로 운전대를 잡는다. 7전 스웨덴 경기를 마친 현재 GT 클래스는 개막전부터 페라리 550 마라넬로로 5연승을 기록한 T. 비아지와 M. 보비 조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N-GT에서는 M. 리브와 S. 오르텔리(포르쉐 996 GT3 RS)가 1위에 서 있다.
GT 레이스는 FIA GT 챔피언십 외에 BLDC 영국 GT 챔피언십, 독일의 ADAC GT와 포르쉐 카레라컵, 벨카, 프랑스 GT, 전일본 GT 챔피언십, 이태리 GT, 캐나다 GT 등 각 나라에 맞게 변형된 경기가 열리고 있다.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