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석권한 솔베르그 랭킹 2위 WRC/R. 번즈, 드라이버 부문에서 간신히 선두
2003-11-14  |   3,336 읽음
키프로스의 제왕 피터 솔베르그(스바루)가 호주 랠리에서 시즌 2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1998년 WRC에 데뷔한 이래 하위권을 맴돌던 솔베르그는 지난해 영국 랠리를 첫 포디엄 발판으로 삼았고, 시리즈 2위에 오르면서 주목받는 드라이버로 급성장했다. 올 시즌에는 베테랑 토미 마키넨이 주춤거리는 동안 스바루를 이끌어 2004년 시트를 일찌감치 예약해 놓았다.

우승 후보 그론홀름, 타이틀전에서 탈락
호주 퍼스를 발착점으로 한 세계랠리선수권(WRC) 제10전은 9월 5∼7일 거리 1천795.16km, 24개 경기구간(SS) 386.31km에서 3레그로 펼쳐졌다.
9월 5일(금)에 시작된 제1레그의 무대는 퍼스 기종점 10개 경기구간(SS1∼10)에 마련된 145.20km. 호주 랠리 4연승을 노리던 챔피언 M. 그론홀름(푸조)이 첫날 선두경쟁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힘차게 선두를 달리던 그는 도랑에 빠져 16분을 놓쳤다. 반면 시트로엥 스타 S. 로브가 선두로 1레그를 마쳤고, 스바루의 P. 솔베르그가 4.2초 뒤에서 정상정복을 꿈꿨다.
그론홀름은 초반부터 여유 있게 선두를 달리다 스테이지 중간에 미끄러졌다. 헤어핀의 급커브를 빠져나가면서 너무 빨리 액셀을 밟았기 때문이다. 둔덕을 뒤로 미끄러져 도랑에 처박힌 그는 마샬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빠져 나왔다.
침울한 그론홀름은 “아주 어리석은 짓이었다.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타이틀은 멀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워했다. 다행히 그의 푸조 306 WRC는 범퍼에 금이 간 것 이외에는 손상이 없었다. 이후 그론홀름은 SS9에서 4위에 올랐지만 다른 드라이버가 실수를 하거나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 한 득점권에 들기는 어렵게 되었다.
선두 그론홀름이 뒤쳐진 이후부터 로브와 솔베그르가 랠리 대열을 이끌었다. 먼저 앞서나간 드라이버는 S. 로브. 그러나 집요하게 로브를 추격한 솔베르그가 SS7을 잡고 SS8에서 공동선두로 강공을 폈다. 그에 맞서 로브는 SS9를 따내고 최종 수퍼 스페셜도 손에 넣어 반격을 저지했다.
아직 시즌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신뢰도가 높은 R. 번즈(푸조)가 3위. M. 마키넨(스바루), M. 마틴(포드)과 C. 사인츠(시트로엥)가 10전 첫날 선두권에 포진했다.
포드의 마틴, 2레그 3개 SS 잡아
9월 6일(토) 열린 2레그도 퍼스 발착의 거리 515.13km, 10개 SS(11∼20) 124.00km에서 열렸다. 이날 선두 시트로엥의 로브와 스바루의 솔베르그는 전면전을 벌였다. 두 라이벌은 모든 스테이지에서 1, 2위를 뺏고 빼앗겼다. 퍼스의 수퍼 스페셜을 마친 뒤 로브가 3.4초 차이로 솔베르그를 눌렀다.
오후에 솔베르그는 SS15를 잡아 반격을 가했다. 그에 맞서 로브는 SS16 톱타임으로 격차를 한층 넓혔다. 그 뒤 로브는 SS17∼18을 잡아 시차를 5초 이상으로 벌렸다. 5초는 긴 시간이 아니지만 로브가 선두에 나선 뒤 솔베르그를 가장 멀리 따돌린 시간차다.
선두 듀오의 혈투로 나머지 주자들은 멀리 밀렸다. 푸조의 번즈가 계속 3위를 지켰지만 선두에 1분 4.6초나 뒤졌다. 하지만 그론홀름이 탈락한 이때 끈질긴 달리기만으로도 소득이 작지 않았다.
한편 4위 경쟁이 선두다툼에 못지 않게 치열했다. 포드의 마틴이 3개 스테이지에서 3위를 잡아 종합 4위를 차지했다. 시트로엥의 C. 맥레이가 5위. 사인츠와 마키넨이 그 뒤에서 역전의 발판을 다졌다.

수중전에서 앞선 솔베르그가 역전 우승
4개 스테이지가 열린 WRC 제10전 3레그에서 2위를 달리던 솔베그르가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보여주었다. 퍼스 발착의 거리 474.61km, SS21∼24 117.11km에서 경쟁한 두 드라이버는 26.6초 차이의 팽팽한 대결을 랠리팬들에게 선사했다.
S. 로브와 시종 접전을 벌인 P. 솔베르그는 마지막 날 대공세를 펼쳤다. 4개 SS밖에 없는 이날 2개 스테이지를 휩쓸고 WRC 통산 3승을 거머쥐었다. 3레그 개막 스테이지 SS21부터 솔베르그는 역전의지를 불태웠다. 로브를 5.7초 차이로 따돌려 처음으로 선두에 나섰다. 시간차는 아슬아슬한 0.6초. 그러나 로브는 혈투 없이 승리를 내주려고 하지 않았다. 다음 스테이지를 제압하고 1.3초 차이로 다시 선두에 나섰다.
SS23에 대비해 전열을 정비했을 때 비가 오기 시작했다. 라이벌전에 또 다른 요인이 끼어 든 셈이다. 솔베르그는 수중전을 은근히 반겼다. 다른 드라이버보다 5.5초나 빨리 스테이지를 돌파했다. 반면 로브는 타이어 선택으로 고전했고, 결국 9.3초나 뒤졌다.
솔베르그는 여유 있게 최종 스테이지를 맞이했다. 비가 쏟아졌지만 SS24를 주름잡아 라이벌 로브보다 20초 넘게 빨랐다. 1레그부터 불붙은 치열한 라이벌전이 믿어지지 않는 낙승이었다. 푸조의 번즈는 외로운 하루를 보내며 3위를 지켰다. 선두 듀오와는 거의 2분이 뒤졌다.
시트로엥의 C. 맥레이는 사정이 달랐다. 팀동료 C. 사인츠와 각축전을 벌인 뒤 간신히 4위에 올랐다. 사인츠는 맥레이와의 시차를 끈질기게 깎아내려 뒤집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6.5초를 뛰어넘지 못하고 5위로 밀려났다. 스바루의 T. 마키넨은 시트로엥 듀오를 꺾지 못했지만 여유 있게 6위를 차지했다.
4전을 남겨둔 세계랠리선수권(WRC)은 산레모에서 종반의 어귀에 들어선다. 10전 호주 랠리까지의 결과 매뉴팩처러 부문에서 형제팀 푸조와 시트로엥(모두 110점)이 동점 선두. 3위 스바루(74점)의 역전이 힘겨운 상황이어서 타이틀전의 대세는 2파전으로 압축되었다.
그와는 달리 드라이버 부문에서는 여전히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푸조의 R. 번즈(55점)가 우승 없이 착실한 득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에 맞서 P. 솔베르그(48점)와 C. 사인츠(48점), 그리고 S. 로브(45점)가 역전을 노리고 있다. 반면 시즌 3승을 거둔 지난해 챔피언 M. 그론홀름은 스스로 타이틀전 탈락을 내비쳤다. 내년에도 푸조의 에이스 자리에서 뛸 그론홀름의 타이틀전 조기탈락이 남은 4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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