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솔베르그, 랭킹 2위로 껑충 WRC/형제팀 푸조와 시트로엥 팽팽한 접전
2003-11-14  |   3,459 읽음
세계랠리선수권(WRC)이 4전을 남기고 종반의 어귀에 들어섰다. 매뉴팩처러즈 부문에서 형제팀 푸조와 시트로엥이 110점 타이로, 대세는 2파전으로 좁혀지고 있다. 그와는 달리 드라이버즈 부문에서는 여전히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푸조의 R. 번즈(55점)가 한 차례의 우승도 없이 착실한 득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에 맞서 스바루의 P. 솔베르그(48점), 시트로엥의 듀오 C. 사인츠(48점)와 S. 로브(45점)가 역전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챔피언 M. 그론홀름(푸조)은 스스로 타이틀전 탈락을 내비쳤다.

푸조팀 그론홀름, 타이틀전 탈락 위기
S. 로브와 솔베르그 치열한 선두 경쟁


WRC 제10전 호주 랠리 제1레그는 지난 9월 5일 금요일 열렸다. 퍼스 발착의 거리 805.42km, 10개 경기구간(SS1∼10)에 145.20km였다. 호주 랠리 4연승을 노리던 푸조의 그론홀름은 랠리 첫날 선두경쟁에서 탈락했다. 힘차게 선두를 달리던 그는 도랑에 빠져 16분을 놓쳤다. 시트로엥 스타 로브가 선두로 제1레그를 마쳤지만, 스바루의 솔베르그와는 겨우 4.2초차.
그론홀름은 초반부터 여유 있게 선두를 달리다 스테이지 중간에 미끄러졌다. 헤어핀의 급커브를 빠져나가면서 너무 빨리 액셀 페달을 밟아 미끄러져 도랑에 처박혔다. 그는 오피셜이 오기를 기다려 간신히 도랑에서 빠져 나왔다.
“아주 어리석은 짓이었다.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타이틀은 멀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론홀름의 말이었다. 그의 경주차는 범퍼에 금이 간 것 이외에는 손상이 없었다. 스페셜스테이지(SS)9에서는 4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다른 드라이버가 실수를 하거나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 한 득점 가능성은 없었다.
이때부터 로브가 선두를 잡았고, 솔베르그가 집요하게 로브를 추격했다. 솔베르그는 SS7을 잡고 SS8에서는 공동선두로 강공을 폈다. 그에 맞서 로브는 SS9를 따내고 최종 수퍼스페셜스테이지(SSS)도 손에 넣어 반격을 저지했다. 아직 시즌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신뢰도가 높은 R. 번즈(푸조)가 3위. T. 마키넨(스바루), M. 마틴(포드)과 C. 사인츠(시트로엥)가 뒤따랐다.
제2레그는 9월 6일 토요일 퍼스 발착의 거리 515.13km, 10개 SS(11∼20) 124.00km에서 펼쳐졌다. 이날 선두 시트로엥의 로브와 스바루의 솔베르그는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두 라이벌은 모든 스테이지에서 1, 2위를 뺏고 빼앗겼다. 퍼스의 SSS를 마친 뒤 로브는 3.4초차로 솔베르그를 눌렀다.
오후에 솔베르그는 SS15를 잡아 반격을 가했다. 그에 맞서 로브는 SS16 톱타임으로 차이를 한층 넓혔다. 그 뒤 로브는 SS17과 18을 잡아 시차를 5초 이상으로 벌렸다. 5초란 긴 시간이 아니다. 그러나 로브는 선두에 나선 뒤 솔베르그를 가장 멀리 따돌렸다.
선두 듀오의 혈투로 나머지 주자들은 멀리 뒤로 밀렸다. 푸조의 번즈가 계속 3위를 지켰지만 선두에 1분 4.6초나 뒤졌다. 하지만 그론홀름이 탈락한 이때 끈질긴 달리기만으로도 소득이 작지 않았다. 4위 경쟁은 선두다툼 못지 않게 치열했다. 포드의 마틴이 3개 스테이지에서 3위를 잡아 종합 4위를 차지했다. 시트로엥의 C. 맥레이가 5위. 사인츠와 마키넨이 뒤를 이었다.

솔베르그, 최종 레그에서 통쾌한 역전승
현대 랠리팀 매뉴팩처러즈 최하위 기록


9월 7일 일요일 제3레그는 퍼스 발착의 거리 474.61km, 4개 SS(21∼24) 117.11km에서 호주 랠리를 마무리했다. 시트로엥의 로브와 접전을 벌인 스바루의 솔베르그가 마지막날 공격을 펼쳤다. 4개 SS밖에 없는 이날, 2개 스테이지를 휩쓸고 WRC 통산 3승을 거머쥐었다. 놀랍게도 시소 게임의 기록 차이는 여유 있는 26.6초였다. 이날 개막 스테이지 SS21에서 솔베르그는 로브를 5.7초차로 물리쳐 이번 대회 처음으로 선두에 나섰다. 2위 로브와는 아슬아슬한 0.6초차.
그러나 로브는 혈투 없이 승리를 내주려고 하지 않았다. 다음 스테이지를 제압하고 1.3초차로 다시 선두에 나섰다. SS23에 대비해 전열을 정비했을 때 비가 오기 시작했다. 라이벌전에 또 다른 요인이 끼어 들었다. 수중전을 은근히 반긴 솔베르그는 다른 드라이버보다 5.5초나 빨리 스테이지를 돌파했다. 반면 로브는 타이어 선택으로 고전했고, 9.3초나 뒤졌다. 솔베르그는 여유 있게 최종 스테이지를 맞이했다.
비가 쏟아지는데도 스바루의 솔베르그는 SS24를 날아 시트로엥의 로브보다 20초 이상 빨랐다. 제1레그부터 불붙은 치열한 라이벌전이 믿기지 않는 솔베르그의 여유 있는 승리였다. 푸조의 R. 번즈는 외로운 하루를 보내며 3위를 지켰다. 선두 듀오 솔베르그와 로브보다 거의 2분이 뒤졌다. 하지만 시트로엥의 C. 맥레이는 사정이 달랐다. 팀동료 C. 사인츠와 접전을 벌인 뒤 간신히 4위에 올랐다. 사인츠는 맥레이와의 시차를 끈질기게 깎아내려 뒤집기를 시도했으나 6.5초를 뛰어넘지 못하고 5위로 밀려났다.
스바루의 T. 마키넨은 시트로엥 듀오 맥레이와 사인츠를 꺾지 못했지만, 여유 있게 6위를 차지했다. H. 로반페라(푸조)와는 1분이 넘는 차이였다. 현대의 F. 로이크스가 마지막 1점을 차지했다. 포드의 M. 마틴은 4위를 달렸지만, 기술 위반으로 실격했다. 예상을 엎고 선전하던 그에게 뜻하지 않는 일격이었다.
한편 현대 월드랠리팀은 2001년 6위, 2002년 5위에 이어 올해 한 계단 올라간 ‘빅 4’ 진입을 노렸다. 하지만 잇단 불운으로 기대만큼의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10라운드를 마친 현대가 거둔 현재 팀부문 득점은 단 12포인트로 최하위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점보다 많은 점수지만 상황은 다르다.
왜냐하면 WRC의 득점은 지난해에 1∼6위까지 10, 6, 4, 3, 2, 1점을 주는 방식이었으나 올해부터 1∼8위에 10, 8, 6, 5, 4, 3, 2, 1점을 주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점수를 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다른 랠리팀들은 지난해에 비해 15∼40점 가량 올랐다. 올해 현대의 상위권 진출은 어려워 보인다.
WRC는 10월 1∼5일 산레모에서 제11전의 승패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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