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 챔피언십 7전, 메인 경주로 자리매김 아마추어 레이스 활성화 예고되어
2004-01-20  |   11,459 읽음
스토브리그에 들어간 우리나라 모터스포츠계가 예년과 달리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메인 자동차경주로 자리매김한 BAT GT 챔피언십은 2004년 캘린더와 규정을 일찌감치 발표했고, 코리아 투어링카 챌린지(KTC), 타임 트라이얼, 4×4 챌린지와 같은 아마추어 레이스도 시즌 개막에 앞서 청사진을 그리는 등 어느 해보다 바쁜 겨울을 보내는 분위기다. 스폰서십 문제가 원만하지 않은 스노 레이스, 랠리 등은 아직 겨울잠에 빠져 있지만 모터스포츠계 전반의 스토브리그에 생동감이 물씬하다. 올 시즌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자동차경주를 전망해본다.

숙성도 높인 BAT GT 챔피언십
국내 정상의 자동차경주인 GT 챔피언십이 오는 3월 21일에 2004년 시즌의 문을 연다. 올해도 100여 명의 드라이버가 출전한 가운데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스피드 황제를 가리는 열전을 벌일 예정이다. 대회 타이틀 스폰서는 지난 2002년부터 손을 잡은 BAT 코리아. 이에 따라 대회 공식 이름은 2004년 BAT컵 GT 챔피언십 시리즈로 정해졌다. 주최측인 KMRC(주)는 3월초에 BAT코리아와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맺고 조인식을 치를 예정이다.
KMRC(주)는 올해 GT 챔피언십을 위한 청사진을 지난해 말 발표하고 마무리 손질을 하고 있다. 올해로 4년째를 맞이하는 GT 챔피언십 시리즈는 3월 21일 개막전을 열고, 2003년보다 한 경기가 더 늘어난 7전을 준비했다. 이 가운데 MBC TV 생중계는 두 차례(5월 5일, 7월 17일)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에버랜드가 4~5월 두 달간 스피드웨이를 주차장으로 쓰겠다며 KMRC(주)에 이 기간 동안 임대불가 방침을 통보, 일정을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최측은 예년과 달리 올 시즌 준비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레이싱팀들과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에 걸쳐 의견을 나눈 후 12월초에 2004년도 규정을 확정지었다. 일부 경기규정을 손보고 새 클래스를 도입하는 등 느슨했던 부분을 고쳐 대회마다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각오다.
사실 그동안 주최측은 개막전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2월에 경주차 규정과 일정을 발표해 팀들이 그때서야 경주차 세팅에 들어가는 등 문제가 많았다. 바뀐 규정에 맞춰 경주차를 다시 꾸미고 테스트까지 하려면 적어도 2개월 이상이 필요해 완벽한 전력으로 개막전에 임하는 팀이 거의 없었다.
KMRC 박상규 대표는 `2004년 규정은 재미를 더하는 한편 수입차와 국내 메이커 참여를 유도해 워크스팀이 경쟁할 수 있도록 했다`며 `GT2 이하 클래스는 개인 참가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손질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의 공인을 받아 열리는 클래스는 GT1, GT2, 투어링A, 투어링B, 신인전, 포뮬러A, 포뮬러B 등 7개. 이 가운데 최고 클래스인 GT1 클래스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경주차 규정은 국제자동차연맹(FIA)의 승인(호몰로게이션)과 한쪽에 1개 이상의 도어, 2개 이상의 좌석을 갖춘 모델이면 참가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그동안은 4도어와 4시트만 허용되었다. 이에 따라 혼다 S2000과 도요타 MR-S 같은 2인승 스포츠카도 국내 서키트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2.0ℓDOHC 6기통 엔진을 얹은 BMW 318i 경주차의 참가를 위해 4기통으로 제한된 엔진 규정을 삭제하고, 인젝터 수만 실린더 당 1개로 규정했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엔진 회전수(rpm) 제한은 7천500rpm에서 8천rpm으로 상향조정했다.
레이스 규정에도 큰 변화를 주었다. KMRC(주)는 메인 레이스에 어울리도록 투어링 통합전의 주행 회수를 30랩에서 39랩으로 늘리고, GT 클래스는 1회 피트스톱을 의무화해 관중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피트스톱 때는 크루 2명이 2개 이상의 타이어를 교체하되 스피드웨이의 안전시설이 미비해 연료 보급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예선전도 결승 레이스 못지않은 재미가 예상된다. 그동안 30분 주행에 기록측정이 예선 내내 가능했으나 올해는 15분씩 2번을 치르고, 기록측정은 한 섹션 당 3바퀴만 할 수 있다. 예선 기록은 두 개의 섹션 중 가장 빠른 것을 인정한다. 따라서 단시간 내에 최고의 컨디션을 끌어내야 하는 드라이버의 실력과 팀 작전이 예선 기록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득점규정도 바뀐다. 참가자들이 시리즈 막판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칠 수 있도록 순위간의 점수 폭을 좁혔다. 1위부터 6위까지 받는 점수는 10, 7, 5, 3, 2, 1점. 폴포지션과 결승 레이스 베스트 랩타임을 기록한 드라이버, 완주자(총 주회수 75% 이상 기준)는 1점을 보너스로 받는다. 그리고 시리즈 7전을 모두 합한 점수로 종합 순위를 가린다.
또한 팀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GT팀 컨스트럭터즈 챔피언십을 신설했다. 팀당 2대를 등록하게 한 후 2명의 득점을 더해 팀 타이틀을 결정한다. F1 그랑프리에서 실시하고 있는 컨스트럭터즈 챔피언십과 비슷한 방식이다. 이밖에도 바깥쪽에 위치한 스타팅 1그리드가 안쪽으로 바뀌었다.
GT2 클래스는 엔진 회전수를 최대 7천300rpm으로 제한했고, 6단 전진 기어와 15인치 휠을 쓰도록 규정했다. 일부 드라이버는 현재 현대 투스카니 2.0에 16인치(옵션)가 달려 나오므로 15인치에서 16인치로 변경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렇게 하면 GT1과 같은 타이어를 쓸 수 있고 공급도 수월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최측인 KMRC(주)의 의견은 다르다. GT2에 워크스팀이 참가할 가능성이 적으므로, 비용이 더 드는 방식의 규정 손질을 배제해 개인 참가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포뮬러1800도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현재 각 팀이 보유하고 있는 포뮬러1800 경주차가 모두 나오면 20대가 넘어 독립 클래스로 충분히 제몫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알루미늄 모노코크 구조를 갖춘 신형 보디와 세미 모노코크 구형 보디의 성능 차이가 커 제대로 된 경쟁이 어렵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간 일부 팀의 독주가 계속되었고, 카트(Kart)에서 새로 올라온 신인들은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사라지곤 했다. 규모가 줄고 인기가 시들해진 것도 그 때문이다.
주최측은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신형 보디(웨스트, EMS)와 구형 보디(JK96)를 기준으로 포뮬러A, B 2개 클래스로 나누었다. 새로 신설된 포뮬러B는 입문용으로, 카트를 졸업한 어린 유망주들의 참가가 기대된다. 레이스는 함께 치르되 시상은 따로 하는 방식이다.

타이어는 지나친 과열경쟁을 막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3개 종목(투어링A, 투어링B, 포뮬러)에 오피셜 타이어를 선정했다. 투어링A와 B는 금호로 확정되었고 포뮬러는 미쉐린이 선정될 예정이다. 국내에 쓰일 미쉐린 타이어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포뮬러 르노 시리즈의 공식 지정타이어로,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으로 알려졌다.
타이어 원메이크에 관해서는 팀들 사이에 이견이 분분하다. 특히 현재 인디고와 모빌엣지이글팀은 스폰서로부터 타이어를 무상 공급받고 있어 원메이크가 되면 추가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프로팀들은 타이어 조건이 같아지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을 해야 하므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레이싱팀 관계자는 “비용절감을 얘기하는 주최측이 한국과 금호의 제품보다 비싼 미쉐린 타이어를 공식타이어로 선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타이어를 원메이크화 한다면 기본적으로 타이어를 값싸게 공급받을 수 있어야하고, 팀과 드라이버들에게도 어떠한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올해 GT 챔피언십 시리즈는 프로팀의 대결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붙박이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팀과 개인 출전자들의 경제사정이 어려워져 팀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드라이버들의 강세가 점쳐진다.
GT1 클래스에서는 올해도 오일뱅크와 인디고의 대결이 재현될 조짐이다. 윤세진, 오일기(이상 오일뱅크), 김의수, 이재우(인디고)의 4파전에다, 수입 경주차를 몰고 나오는 박성한(BMW 318i), 김정수(렉서스 IS200), 임성택(혼다 인테그라)이 얼마나 활약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포뮬러1800은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5년 연속 챔피언팀 오일뱅크를 침몰시킨 인디고가 2연패에 도전한다. 95년 현대정유의 후원에 힘입어 프로팀으로 탄생한 오일뱅크는 지난해부터 재정이 나빠진 데다 에이스 장순호가 재계약을 포기,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포뮬러 전문 이레인은 전열 재정비를 마친 상태다. 막강한 드라이버 진용을 갖춘 이들 팀은 베테랑 엔지니어들의 기술 대결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서는 이승진의 오일뱅크, 사가구치 료헤, 조항우 듀오가 버티는 인디고, 그리고 주니치 타케다, 심페이 코노미 등 일본 용병을 내세운 이레인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여기에 국내 카트 출신 최해민(타이거릴리)과 정의철(모빌엣지이글), 안석원(이레인)이 가세하면 2004년 포뮬러 클래스는 어느 해보다 뜨거운 격전장이 될 것이다.
KMRC는 올 시즌 레이스가 내용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확신하고 지난해(평균 7천 명)보다 많은 관중이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이커가 어느 때보다 모터스포츠에 열의를 보이고 있고 대형 후원사들도 참여해 전망이 밝은 편이다. 어쨌든 GT챔피언십 시리즈가 올 시즌에도 국내 최대의 모터스포츠 무대로 자리할 것은 틀림없다.

랠리 2전, 3~4개 아마추어 레이스 출범 준비
GT 챔피언십 외에 2004년 우리나라에서 펼쳐질 자동차경주는 랠리, 3~4개의 아마추어 레이스가 있다. 이 가운데 매년 첫 경주로 열리는 스노 레이스는 올해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동안 랠리 전문 프로모터 APRC가 추진해왔지만 마땅한 타이틀 스폰서가 나타나지 않아 대회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다른 프로모터도 같은 이벤트를 준비했으나 난항을 겪고 있어 겨울 모터스포츠의 백미로 꼽히는 스노 레이스는 내년 시즌을 기약해야 할 듯하다.

힘겹게 명맥을 이어온 코리아 랠리 챔피언십의 미래 역시 안개 속에 빠졌다. 그동안 춘천 모터파크를 주무대로 시리즈 5전 규모가 열렸지만,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직격탄을 맞아 흔들리고 있다. APRC 강태성 실장은 이에 대해 “아직 발표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전제한 뒤 “현재 오프로드 선수협회 차원에서 2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랠리 분야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열의가 뜨거운 만큼 그 이상의 대회가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밖에 타임 트라이얼, KTC, 4×4 챌린지 등의 아마추어 레이스도 시즌 오픈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레이스 선진화와 다변화의 기틀을 다진 국내 모터스포츠계는 올해 더욱 발전된 모습이 기대된다.


2004년 BAT컵 GT챔피언십 시리즈(잠정)

경기 날짜
1 3월 21일
2 4월 11일
3 5월 5일
4 6월 13일
5 7월 17일
6 9월 12일
7 10월 17일
* 장소: 스피드웨이 서키트 일정은 주최측의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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