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삿속’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비난 빗발 편의시설과 서비스 외면한 채 임대료만 올려
2004-01-12  |   8,412 읽음
국내 모터스포츠 메카인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가 최근 2년 동안 임대료를 85% 가량 올리면서도 시설보수와 고객서비스 개선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올 4∼5월 두 달간 경기장을 주차장으로 쓰겠다며 KMRC(주), 코리아모터스포츠협회(KMSA), 차마루 스포츠 등 자동차경주대회 주최측에 이 기간 임대불가 방침을 통보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스피드웨이의 결정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국내 모터스포츠를 대표하는 BAT컵 GT챔피언십 시리즈 프로모터인 KMRC(주). 이미 올 시즌 대회일정과 경기규정을 마무리지은 상태인데다 스피드웨이 임대불가 시기가 TV 생중계(5월 5일) 일정과 겹쳐 있기 때문이다.

‘에버랜드 주차장’으로 전락한 스피드웨이
계속되는 임대료 인상에 프로모터들 울상


박상규 KMRC(주) 사장은 “자동차경주는 3∼10월 사이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는데 이 가운데 2개월을 빼면 전체일정 소화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수도권 유일의 자동차경기장을 사실상 폐쇄하는 무책임한 조치로 그동안 드라이버, 스폰서, 방송사 등이 기울여온 모터스포츠 발전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스피드웨이의 김병원 과장은 “놀이공원인 에버랜드의 성수기는 3∼5월이며 특히 주말에 집중적으로 관람객이 몰려들어 불가피하게 정문에서 가깝고 1천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스피드웨이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주최측이 평일에 자동차경주를 연다면 얼마든지 임대해 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경주 특성상 평일에 대회를 여는 건 힘들다. 인디고, 오일뱅크 등 프로팀 드라이버 외에 대다수 선수들이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고 아직 비인기 종목인 자동차경주를 구경하기 위해 평일에 서킷을 찾을 팬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12월 중순 현재 KMRC(주)는 이 문제를 놓고 스피드웨이와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
스피드웨이의 서킷 임대료 인상도 프로모터, 스폰서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스피드웨이는 2002년 1천500만 원(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1.5일 기준)에서 2003년 2천100만 원으로 40%(600만 원)쯤 임대료를 올린 데 이어 올해 다시 2천700만 원으로 30%(600만 원)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피드웨이가 이렇게 큰 폭으로 임대료를 올리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최근 스피드웨이는 연간 시리즈 이벤트가 급격히 늘어 93년 개장 이후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예전에는 7차례 치러진 한국모터챔피언십 시리즈가 유일한 연간 경기였지만 지난해에는 정규리그인 GT챔피언십 시리즈를 비롯해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 드래그레이스, 타임 트라이얼 시리즈 등이 잇따라 열렸다. 연간 5∼7회로 치러지는 이들 4개 대회만 가지고도 한 달의 모든 일요일 일정이 꽉 차는 상황. 여기에 한국투어링카챔피언십(KTC), 레이싱팀 드라이빙 스쿨 등 단일 이벤트까지 몰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실정이다.
이처럼 경기장을 사용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었으니, 임대료를 올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편의시설 확충이나 보수는 뒷전에 제쳐두고 임대료만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스피드웨이는 관중을 위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는 소리를 끊임없이 들어왔지만 바뀐 것은 거의 없었다. 5천 석 규모의 스탠드 계획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둔덕을 계단식으로 바꾸고 잔디를 입히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그나마 제대로 정돈되어 있지 않아 엉덩이 붙일 곳이 마땅치 않다. 관중석에 식수대와 화장실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스피드웨이는 주변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목마른 자가 우물판다’고 결국 후원사로부터 관중유치 압박을 받은 KMRC(주)가 자비를 들여 대회마다 임시 관람석을 만드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심지어 스피드웨이측은 잔디 보호라는 명분으로 주최측에게 관람석 설치 전후의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대회 운영본부인 컨트롤타워조차 주최측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도록 못박았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이 많아 프로모터들 사이에서는 “스피드웨이에서 행사 못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실 자동차경주를 위한 전용 서킷으로 삼성그룹 산하 에버랜드(당시에는 중앙개발)가 93년 10월 문을 열었을 때 드라이버들과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그야말로 한국 모터스포츠가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부터 화려하게 꽃필 것이라는 꿈에 젖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그동안의 스피드웨이 모습은 드라이버들이나 모터스포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 미흡한 부분 투성이다. 레이스 운영 등의 문제로 드라이버들과 마찰을 빚은 적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94년 4월 23일 일어난 온로드 드라이버들의 집단행동 사건이다. 당시 드라이버들은 스피드웨이의 횡포를 문제삼았고 시정을 바라는 시위까지 벌였다. 이 사건은 스피드웨이가 드라이버들의 의견을 받아들임에 따라 더 이상 파문이 번지지 않고 마무리되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음에도 스피드웨이는 기대와 관심보다는 막연한 기다림이나 실망을 주는 곳으로 존재하고 있다. 쾌적한 관람석 등 모터스포츠 발전을 위한 과감한 투자, 프로모터들과 대화를 통해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 ‘모터스포츠 메카’ 스피드웨이가 할 일은 지금도 산더미다. ‘막연한 기다림’이 구체화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희망한다. Z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