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안티누치, 창원 서키트 5대 제왕 황진우·이승진, 열전 펼치며 완주
2003-12-29  |   8,793 읽음
올해 국제 F3 마지막 이벤트인 코리아 수퍼프리가 11월 21∼23일(일) 경남 창원 시가지 서키트(1주 3.014km)에서 펼쳐졌다. 제5회를 맞아 더욱 풍성해진 스피드 제전에는 16개국 드라이버 28명이 출전해 2003년 인터내셔널 F3 왕중왕을 가렸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태리 F3 상위권 드라이버들이 출사표를 던져 어느 해보다 뜨겁게 열렸던 코리아 수퍼프리에서 미국 출신 리차드 안티누치(하이테크 레이싱)가 정상의 영예를 안았다. 2, 3위 트로피는 R. 두른보스(메뉴 모터스포츠)와 N. 피케 주니어(하이테크 레이싱)가 차지했다. 국내 팬들의 성원 속에서 경주에 몰입한 황진우(프리마 파워팀)와 이승진(도킹 레이싱)은 각각 22위와 25위로 결승 체커기를 받았다.

16개국 드라이버 28명 격돌
제5회를 맞은 코리아 수퍼프리가 출범한 때는 1999년 11월 28일. 경상남도와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가 공동주최한 F3 코리아 그랑프리(그랑프리는 1회 대회 때만 쓰인 이름이다)는 세계 모터스포츠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세계 자동차경주 사각지대에서 개최되는 국제 포뮬러3 레이스이기 때문이다. 15개국 드라이버 29명이 참가한 국내 첫 F3는 D. 매닝을 초대 챔피언에 올리며 무사히 치러졌고, 2002년의 4회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코리아 수퍼프리가 빠른 시간에 인기 레이스로 자리잡은 비결은 한 해를 결산하는 F3 최종전이라는 점.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격전을 마친 대다수 선수단이 창원으로 자리를 옮겨 치르는 왕위결정전이기 때문이다. 이 덕에 대회 개최 5년을 맞은 코리아 수퍼프리는 역사 깊은 국제 F3와 어깨를 나란히 펼 수 있게 되었다. 금호타이어가 대회 공식타이어로 쓰인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요인. 2회 수퍼프리부터 오피셜 타이어에 선정된 금호는 코리아 F3와 한 배를 타고 대회 성공개최에 열을 올렸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의 공식 캘린더에 올라 세계 F3 드라이버들의 대결장으로 자리를 굳힌 만큼 올해도 경기 전부터 풍성한 화제가 쏟아졌다. 2003년 코리아 수퍼프리 우승에 도전한 드라이버 가운데 F1 챔피언 출신 넬슨 피케와 K. 로스베르크의 아들이 관심을 모았다. 2001년 남미 F3에서 데뷔한 뒤 올 시즌 영국 F3 종합 3위를 차지한 피케 주니어는 마카오 그랑프리를 14위로 마친 뒤 창원 서키트를 찾았다.
2002년 포뮬러 BMW 챔프(9승) 니코 로스베르크도 화제의 주인공. 유럽 카트 챔피언십을 통해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진 그는 마카오 F3 탈락의 쓴잔을 우리나라에서 만회하기 위해 각오를 다졌다. 우승 후보 영순위는 영국의 루이스 해밀튼(매너 모터스포츠). F1 맥라렌 팀과 4년 계약을 마친 해밀튼은 올해 포뮬러 르노를 타다 F3 시트에 앉아 우승에 도전한다. 이밖에 마카오 챔프 니콜라스 라피에르(시그너처 플러스), 영국 <오토스포츠>가 선정한 ‘유망주 10’에 3위로 뽑힌 아담 캐롤(칼린 모터스포츠), 5년 연속 코리아 F3에 출전한 파울로 몬틴(쓰리본드 레이싱) 등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우승의 꿈을 키웠다. 한편 출전이 예정되었던 나레인 카디키얀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아담 캐롤이 그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스타트에서 예선 3위 안티누치 승기 잡아
오프닝 이벤트 전부터 화제를 모은 가운데 문을 연 제5회 인터내셔널 F3 코리아 그랑프리는 11월 21일(금) 연습주행과 함께 공식일정에 돌입했다. 이 대회 챔피언은 예선을 치러 1레그 그리드를 정하고, 1차전 성적에 따라 최종 결승 2라운드 출발순서를 가린다.
올 들어 가장 차가운 날씨 속에서 열린 토요일 예선에서는 결승전만큼 뜨거운 트랙공략이 불을 뿜었다. 추월이 어려운 창원 시가지 서키트(1주 3.014km)의 특성상 예선 기록이 결선 순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오전(홀수)과 오후(짝수)에 각각 30분씩 치른 예선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예년보다 기온이 크게 떨어져 드라이버들의 서키트 적응이 어려워진 탓이다.

격전의 예선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뽑아낸 선수는 루이스 해밀튼. 달라라 302/혼다 무겐 경주차를 타고 나온 해밀튼은 역대 코리아 수퍼프리 베스트 랩타임인 1분 9초 989를 기록하며 톱그리드를 예약했다. 그리드 1열 두 번째 자리에는 피케 주니어가 섰고, 리차드 안티누치와 로베르트 두른보스가 2열에 둥지를 틀었다.
11월 24일 오전 11시 40분, 우렁찬 배기음을 울리며 시작된 1차 결승은 상위권 드라이버들의 순위 바꿈과 함께 열전에 들어갔다. 스타트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3그리드에 포진한 안티누치가 대열 선두에 튀어 오른 것이다. 순식간에 폴시터의 영광을 빼앗긴 해밀튼은 3위로 밀려났고, 피케 주니어가 순위를 한 단계 앞당기며 25랩에 돌입했다. 그러나 베스트랩의 주인공 해밀튼이 1랩을 마치기 전에 피케 주니어를 끌어내려 안티누치, 해밀튼, 피케 주니어가 선두 대열에 들었다.
소용돌이가 휘몰아친 창원 시가지 서키트가 잠잠해지는 듯했으나 2랩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한번 접전이 일어났다. 뒤로 밀린 피케 주니어가 해밀튼의 인코스를 공략하다 접촉하는 과정에서 우승 후보 해밀튼이 리타이어한 것이다. 이후 재편된 선두 대열은 안티누치, 피케 주니어, 두른보스. 1레그 종반으로 접어든 19랩째 들어 1, 2위 드라이버가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였지만 선두 안티누치의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결국 총알 스타트로 승기를 잡은 리차드 안티누치가 피케 주니어를 누르고 1레그 1위 체커기를 받았다. 두른보스 3위, 마카오 1차전 챔프 제임스 커트니가 그 뒤를 이어 4위로 피니시라인을 갈랐다.
한편 달라라 303/오펠 스피에스 F3 경주차의 스티어링 휠을 잡은 황진우는 차분하게 질주했지만 앤드류 톰슨에 받쳐 리타이어하는 불운을 맞았다. 2002년 국내 포뮬러1800 챔피언 이승진은 파울로 몬틴을 밀어내고 21위로 완주했다.

1레그 선두 안티누치, 가볍게 폴투윈
결승일 오후 2시 50분에 시작된 F3 코리아 수퍼프리는 1차전 선두 R. 안티누치의 폴투윈 무대였다. 1레그에서 멋진 스타트를 선보인 그는 이어진 최종 결승전에서도 안정된 주행실력을 뽐내며 1위의 영광을 차지했다.
안치누치를 위협하는 드라이버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2위 트로피를 놓고 피케 주니어와 두른보스의 격돌이 벌어졌다. 두 드라이버의 대결 역시 1랩에서 판가름났다. 안티누치의 그림자를 쫓아가 2위 추월에 성공한 두른보스는 피케 주니어의 공략에 허물어지지 않고 순항을 거듭했다.
이변 없이 마무리될 듯한 레이스는 마지막 1랩을 남겨 두고 격랑에 휩싸였다. 4위를 달리던 제임스 커트니와 피케 주니어의 경주차가 추돌하면서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높은 파고의 여파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경기 종료 1랩이 남은 상황에서 피케가 스핀해 적기가 나왔고, 여기에서 제5회 인터내셔널 F3의 막이 내려졌다.
레이스 결과는 안티누치, 두른보스, 피케 주니어를 표창대에 올렸고, 제임스 커트니와 가타오카 다쓰야(톰스)가 4, 5위를 차지했다. 25랩 가운데 75% 이상을 마친 뒤 적기가 발령되어 규정에 따라 경기 종료 1랩 전의 순위를 따른 것이다. 이로써 안티누치는 마카오 그랑프리 탈락한 비운을 창원에서 떨어내고 2003 국제 F3 최종전 우승컵을 높이 들었다. 우승 상금은 1만2천 달러(약 1천440만 원).
최종 결선에 진출한 드라이버 28명 중 완주한 드라이버는 27명. 황진우가 21위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며 밝게 웃었고, 이승진은 F3 데뷔전을 25위로 끝마쳤다.
한편 2004년 F3 코리아 수퍼프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5년 계약이 올해로 끝났으나 아직 다음 대회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상남도 측은 코리아 수퍼프리를 계속 치르기 위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카메라 협찬: 올림푸스 카메라 E-1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