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성공, 선진화 초석 튼튼히 다졌다 아마추어 레이스 다변화 이뤄
2003-12-29  |   6,462 읽음
올해 우리나라 모터스포츠계는 양적·질적인 면에서 풍성한 수확을 거두었다. BAT GT 챔피언십 6전이 성공리에 마무리되었고, 변화를 시도한 랠리 챔피언십도 활력을 찾아 전체적으로 안정된 가운데 시즌을 마쳤다. 타임 트라이얼,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 코리아 투어링카 챌린지 등의 아마추어 레이스가 활발하게 치러진 것도 올해 나타난 특징. 코리아 르노&투어링카 챔피언십(KFTC)과 엉성한 대회 운영으로 대형사고를 빚은 드래그 레이스가 침체되었을 뿐, 다변화된 모터스포츠계 전반이 발전의 궤도를 밟아왔다. 2003년 국내에서 펼쳐진 자동차경주의 시계추를 되돌려본다.

BAT GT 챔피언십 흥행 성공
국내 간판 자동차경주인 BAT GT 챔피언십 시리즈는 어느 해보다 알찬 결실을 맺었다. KMRC(주)가 주최하고 BAT 코리아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진행한 2003 GT 챔피언십은 대회 개최 3년 만에 도약의 날개를 펴고 고공비행을 뽐냈다.
이 대회의 흥행 비결은 다채로운 이벤트로 관중동원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메인 이벤트인 투어링카, 포뮬러1800 등이 관중의 시선을 잡아끌었고 대형 스크린 설치, 세계 명차와 튜닝카 전시 등을 통해 서키트를 찾는 즐거움을 팬들에게 선사한 것이다. 그 결과 매 경기마다 1만여 명 이상이 스피드웨이 스탠드를 메워 스피드 축제의 장이 화려하게 빛났다.
GT 챔피언십 마당에도 화제가 많았다. 우선 그동안 우리나라 자동차경주 무대를 호령하던 오일뱅크가 타이틀 제패에 실패한 것이 눈에 띈다. 숙적 인디고의 기세에 눌린 오일뱅크는 최고 클래스 GT1 우승컵을 김의수에게 내주었고, 다 잡았던 포뮬러1800 왕좌도 사가구치 료헤의 손에 바쳤다. 이로써 국내 리그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드라이버가 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GT2에서는 노장 김한봉이 챔피언컵을 차지했다. 3년 연속 클래스 정상을 지킨 김한봉의 뒤를 이어 심상학, 권오수가 2, 3위에 올랐다. 한편 모빌엣지 이글팀 김정수는 렉서스 IS200을 몰고 첫승을 거둬 스피드웨이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그동안 수입차가 1위를 차지한 것은 BMW 320i(2000년 당시 제임스딘)가 유일했으나 모빌엣지, 도요타 코리아와 손을 잡은 이글팀은 일본 수퍼 다이큐에서 활약하는 렉서스 IS200을 선택해 국내 모터스포츠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BMW-캐스트롤팀의 GT는 아직 숙성도가 떨어진다는 평. 경남 창원 시가지 서키트에서 데뷔전을 치렀지만 눈에 띄는 몸놀림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스토브 리그를 마치고 스피드웨에 맞는 세팅을 찾는다면 2004 시즌 GT 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
포뮬러1800에서는 일본인 드라이버와 신인들의 활약이 빛났다. 이레인을 통해 국내 무대에서 뛰는 심페이 코노미, 노리오 다케다 등은 적응기가 짧았지만 인상적인 레이스를 펼쳐 관심을 모았다. 카트에서 등급을 올린 최해민, 정의철, 안석원은 미래가 밝은 포뮬러 3인방. 아직 베테랑 드라이버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으나 초특급 성장곡선에 편승해 주목할 만하다.
한편 태백준용 서키트를 무대로 출범한 코리아 포뮬러 르노&투어링카 챔피언십은 출항하자마자 좌초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대다수 레이싱팀과 드라이버들이 1년에 2개 대회에 출전할 만한 여력이 없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 프로모터의 부족한 역량도 대회실패를 불러왔다.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에 캘린더와 타이틀 스폰서 등의 골격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불안한 출발을 예고했고, 결국 용두사미처럼 자취를 흐리고 말았다. 다만 2003 F3 코리아 수퍼프리에 출전한 황진우가 이 대회를 통해 성장한 것은 큰 성과로 평가된다.

코리아 랠리 챔피언십은 변화의 기틀 마련
한국 오프로드 챔피언십의 뒤를 이어 태어난 ‘코리아 랠리 스프린트’는 변화를 시도하면서 발전의 터를 닦았다. 그동안에는 트랙만 다를 뿐 서키트 레이스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해왔으나 올해부터 스프린트와 랠리를 접목해 새롭게 출범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 스프린트 레이스는 드라이버와 관중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회로 거듭나지 못한 반면 랠리 방식을 도입한 경주는 괄목할 성과를 올렸다. 이에 대해 한국자동차경주협회 랠리분과 강태성 위원장은 “기본 가닥은 랠리로 잡았지만 장소가 마땅치 않다”면서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내년에는 발전된 모습을 보이겠다”고 전했다.

엷은 선수층도 하루 빨리 개선해야할 과제. 한 때 한국 오프로드 챔피언십에는 100여 명 이상이 출전했으나, 최근 들어 50명 정도가 춘천 모터파크를 찾는다. 따라서 우리나라 모터스포츠의 산파 역할을 맡았던 오프로드 레이스가 제자리를 잡으려면 참가자와 관중 모두가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랠리의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흙바람 야성질주의 터에서 세계 무대에 진출할 드라이버들 배출하려면 변화의 키를 ‘랠리’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카트·드래그 레이스는 변화 필요해
올해 우리나라 모터스포츠계에는 유달리 아마추어 레이스가 많았다. 자동차 동호회, 튜닝 매니아들 사이에 인기 종목으로 자리잡은 타임 트라이얼이 금호타이어의 후원 아래서 치러졌고, 현대자동차가 참여한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도 원메이커 레이스의 서막을 활짝 열었다.
2001년 첫선을 보인 타임 트라이얼은 스피드웨이 1주 랩타임으로 순위를 가리는 대회. 여기에는 경기 당 200여 명 이상이 출전해 올해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150∼200만 원 내외의 적은 비용으로 레이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클릭 페스티벌의 매력. 하지만 아마추어 레이스가 더욱 발전하려면 ‘그들만의 리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1월 2일에 열린 코리아 투어링카 챌린지(KTC)의 성격은 뚜렷하지 않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열전 퍼레이드는 기대 이상으로 박진감 넘쳤지만 허술한 규정, 부족한 안전대책 등은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4WD 이벤트, 카트 레이스, 드래그 레이스도 2003년 모터스포츠 무대를 다양하게 수놓았다. 강원도 인제군에서 개최된 4WD 스마트 랠리, 4×4 챌린지 등은 역동적인 네바퀴굴림차를 위한 타임 트라이얼. 제대로 된 규정 아래서 펼쳐진다면 4WD 동호회원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 대회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올 시즌 카트와 드래그 레이스는 많은 숙제를 남겼다. 카트의 경우 전체 참가자가 100여 명도 안 되지만 언제나 불거져 나오는 불협화음이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규모로 볼 때 2개 대회가 공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단일 레이스로의 통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 명확한 규정과 클래스를 만들고 그 틀에서 레이스를 이끌어간다면 우리나라 카트계의 급성장 역량은 충분하다.
드래그 레이스 분야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KATA 드래그 레이스 전주 대회에서 3명이 숨지는 대형사고가 발단이다. 그동안 드래그 레이스는 별다른 탈 없이 진행되어 왔다. 스피드웨이, 태백준용 서키트 등 기본적인 안전이 확보된 곳에서 치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도로를 막고 펼친 레이스에서 인명사고가 터진 이후 드래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싸늘해졌다. ‘레이스를 통해 튜닝기술의 발전을 꾀한다’는 대회 자체의 뿌리가 외면된 채 허물이 크게 부각된 탓이다. 하지만 그동안 안전불감증에 물들어 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드래그 레이스가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이려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진행능력을 길러야 한다. 덧붙여 관계자들 사이의 반목을 없애 진정한‘스피드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때다.
2003년 한국 모터스포츠의 기상은 ‘맑음’. 전체적으로 침체된 경제 속에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발전을 이룬 점이 돋보인다. 몇몇 ‘옥의 티’가 없지는 않았지만, 모터스포츠 저변이 상당히 넓어지고, 레이스 다변화의 기틀도 튼튼하게 세웠다. 특히 흥행카드를 뽑아든 BAT GT 챔피언십의 성공은 괄목할 만하다. 선진화의 초석이 튼실한 만큼 2004 시즌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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