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수·김한봉, GT 타이틀 석권 사가구치 료헤, F1800 왕좌에 올라
2003-11-24  |   7,182 읽음
2003시즌을 마무리하는 ‘BAT GT 챔피언십’ 제6(최종)전이 지난 10월 12일(일)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렸다. 스피드웨이 서키트(1.8 숏코스, 포뮬러1800은 2.125km)를 무대로 열린 최종전에는 93명이 출전해 6개 클래스 왕좌의 주인을 가렸다. 경기 결과 김의수(인디고, GT1), 김한봉(펠롭스, GT2), 김영관(RTS, 투어링A), 김중근(피렌체-시케인, 투어링B), 박인천(R-테트, 신인전)이 6전 우승컵을 차지했고, 포뮬러1800 정상의 자리에는 사가구치 료헤(인디고)가 올라갔다.
시리즈 타이틀을 거머쥔 드라이버는 김의수, 김한봉, 강현택(타키온, 투어링A), 김동륜(블라스트, 투어링B), 김동선(NRT, 신인전), 사가구치 료헤 등 6명. BAT GT 챔피언십 최종전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린 이들은 2003 영광의 얼굴에 이름을 새겨 어느 해보다 따뜻한 스토브리그를 맞게 되었다.

1/1000 초 승부에 관중 열광
올 시즌 BAT GT 챔피언십은 스피드웨이 개장 이래 가장 많은 관중을 모아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대회 평균 7천 명 이상이 GT 챔피언십을 관람했고, 4전 이후부터 1만여 명이 넘는 모터스포츠 팬들이 스탠드를 메워 스피드 축제가 더욱 흥겨워질 수 있었다.
이는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BAT 코리아와 프로모터 KMRC(주)의 적극적인 노력과 투자가 결실을 맺은 덕이다. 단순히 자동차경주를 벌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입차와 올드카를 전시하고 바이크 레이스를 이벤트로 여는 등 ‘보고 느끼고 즐기는’ 축제마당을 스피드웨이에 펼쳐놓았다.‘피트워크’를 도입해 드라이버와 팬이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편 것도 전에 볼 수 없었던 이벤트. 목적이 불분명한 프레스카드 남발, 보디가드를 연상시키는 안전요원 배치 등이 대회진행상 나타난 옥의 티였으나, 전체적으로 예년 수준을 훨씬 웃돌았다는 점에서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
높아진 대회의 인기를 반영하듯 BAT GT 챔피언십 최종 제6전은 시종일관 멋진 플레이를 쏟아냈다. 새내기 드라이버들의 대결장 신인전부터 투어링카 통합전, 포뮬러1800 등 6개 클래스에서 모두 불꽃튀는 접전이 펼쳐져 1만여 관중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한 첫 대결은 스피드웨이 숏코스 15랩을 주파하는 신인전(18명). 시리즈 챔피언의 윤곽이 일치감치 드러나 피니시 체커기의 의미가 반감되었지만, 2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박인천의 선전이 관중석을 들끓게 했다. 클래스 정상 김동선(마루아치)과 ‘그림자 레이스’를 주도한 그는 2위 김동선보다 0.730초 빠르게 15랩을 달려 최종전 우승컵을 받았다. “개막전과 최종전을 석권한 데 의미를 두겠다”는 박인천은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2004 시즌에 출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열린 현대해상 하이카(투어링B) 레이스에서도 명승부가 펼쳐졌다. 시리즈 선두 김동륜을 멀리 밀어낸 끌어내린 김호중(R-테크)과 김중근은 함께 출전한 드라이버 28명을 거느리며 18랩 체커기를 향해 달려나갔다. 두 선수의 명암은 최종랩 피니시라인 300m 앞에서 엇갈렸다. 눈앞에 다가온 우승컵을 거머쥐려는 순간, 선두 김호중의 앞길에 백마커 한 대가 느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 순간 승리의 미소가 김중근의 얼굴에 번졌다. 라이벌보다 빠르게 빈틈을 비집은 그는 0.432초차 우승에 도취되어 두 주먹을 높이 들었다. 올 시즌 투어링B 격전 가운데 최고로 꼽을 만한 레이스였다.
종합 순위는 김동륜, 김중근, 김호중. 지난 5전에서 4점에 그친 김중근은 아깝게 우승컵을 놓쳤지만 높은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아 내년 시즌을 기대할 만하다. 뒤늦게 시리즈에 합류한 김호중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01년 비신사적인 레이스로 무기한 출장정지 받은 그는 자성의 시간을 보낸 이후 3전부터 참가해 종합 3위에 올라섰다.

렉서스 IS200, 스피드웨이에서 첫승
국내 정상 드라이버들이 한 무대에 서는 GT1·GT2·투어링A 통합전도 최종전다운 볼거리를 팬들에게 선사했다. 그리드 33개를 메운 경주차 대열 선두는 생애 첫 타이틀을 노리는 이재우(인디고). 그 뒤에 오일뱅크의 에이스 윤세진이 포진하고 김의수와 오일기(오일뱅크)가 2그리드에 서서 챔프의 열정을 불살랐다.
최종전 결과에 따라 시리즈 정상이 판가름나는 레이스는 출발 전부터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잔뜩 흐린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 타이어 선택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다수 드라이버들은 이미 젖은 트랙을 보고 레인 타이어를 신고 나갔다. 권오(잭)수와 1점차 줄다리기를 벌이는 김한봉은 뜻밖에 드라이 타이어를 선택해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롤링 스타트 녹색등이 떨어지자 30랩에 돌입한 선두그룹은 시종 순위를 뒤바꾸며 파란을 일으켰다. 이재우와 김의수, 윤세진이 벌인 삼파전의 승자는 김의수였다. 한 차례 선두를 주고받은 GT1 에이스 대결은 이재우의 어이없는 스핀으로 조기에 결정되었다. 리타이어만 하지 않으면 시리즈 우승을 확정되는 김의수가 베테랑 윤세진보다 4초 앞서 체커기를 받았다. 이로써 시즌 3승을 거둔 김의수는 2002년에 이어 GT1 2연패의 꿈을 이루었다.
6명이 출전한 GT2에서는 모빌엣지팀 김정수가 달콤한 첫승에 입을 맞췄다. 렉서스 IS200을 타고 수중전에 뛰어든 그는 드라이 타이어를 끼운 김한봉을 제치고 우승해 올해 처음 표창대 정상을 밟았다. 한편 5전까지의 선두 김한봉을 누르고 순항하던 권오수는 8랩을 남기고 임성택(레드라인)과 동반 리타이어해 다잡은 타이틀을 허공에 날렸다.
GT2 챔프 김정수는 “스피드웨이 적응기가 짧은 렉서스 IS200을 타고 우승해 무엇보다 기쁘다”면서 “후원사인 모빌엣지와 도요타 코리아에 감사한다. 수입 경주차의 우승은 국내 모터스포츠를 등한시한 국내 메이커를 긴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모터스포츠는 경쟁구도를 띌 때 재미와 발전을 추구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안방을 지나치게 외면한 채 해외진출에만 열을 올리는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안일한 태도로는 수입 메이커의 적극적인 공략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김정수의 말대로 2004 시즌에는 도요타를 비롯해 혼다와 푸조 등이 진출을 고려하고 있어 그동안 현대차 일색이던 우리나라 자동차경주 무대가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GT 클래스와 함께 뛴 투어링A에서는 김영관(RTS)이 승리했다. 종합 기록은 강현택, 김영관, 이세창(KMC) 순. 가시상식까지 이세창이 시리즈 우승 드라이버에 올랐으나, 경기 후 검차에서 탈락해 강현택이 투어링A 타이틀을 이어받았다. 이에 대해 이세창 측은 “2년 전 KTCC에서 뛰던 경주차를 구입해 규정위반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서 “고의는 아니지만 결과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세창은 올 시즌에만 2승을 챙기면서 줄곧 투어링A 선두를 지켜왔으나 최종전에서 검차시비에 휘말려 아쉬운 종합 3위에 머물렀다.

사가구치 료헤, 외국인 첫 챔피언에 등록
포뮬러1800 최종전은 다시 보기 어려운 드라마였다. 클래스가 시작된 98년 이후 시리즈 타이틀을 독식한 오일뱅크의 우승이 확실했으나 경기 결과는 1%의 가능성쪽으로 기울고 말았다.

5전까지의 종합 순위는 이승진, 장순호, 사가구치 료헤가 1∼3위. 그러나 2위 장순호에 20점이 뒤져 사가구치 료헤의 역전 가능성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동차경주는 체커기가 내려질 때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법. 그리드 1열에 선 오일뱅크 듀오 장순호(PP)와 이승진은 레이스 시작과 함께 접촉하면서 대열 마지막으로 밀려났고, 곧바로 다시 추돌해 ‘동반탈락’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써 나갔다.
두 대의 경주차가 일으킨 대형사고로 적기 중단된 레이스는 30분 뒤 재계되었다. 여기에서 사가구치 료헤가 굴러 들어온 우승 트로피를 낚아챘다. 반드시 우승해야 시리즈를 제패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이레인의 복병 심페이 코노미가 그를 가로막았지만, 순항하던 심페이 코노미의 F1800 경주차에 기술적결함이 드러나 행운의 1승을 건져 올렸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으나, 최근 2년 동안 번번이 우승문턱에서 좌절한 사가구치 료헤에게는 ‘최고의 날’이 되었다. 아울러 그의 우승은 국내 레이스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이 시리즈를 제패한 진기록에 오르게 되었다.
이로써 국내 정상 레이싱팀 오일뱅크는 올해 한 개의 타이틀도 따내지 못한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반면 인디고는 팀 창단 후 처음으로 GT1과 포뮬러1800 클래스 우승컵을 싹쓸이해 어느 해보다 풍성한 결실을 거두었다.
한편 금호, 요코하마, 던롭이 삼파전을 벌인 타이어 대결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요코하마가 한 걸음 빨랐다. GT2 이하 클래스에서는 금호의 위치가 단연 독보적이다.
2003 시리즈 6전을 마친 BAT GT 챔피언십은 긴 휴식기를 보낸 뒤 내년 3월말에 새 시즌의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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