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 창단 이후 첫 2종목 독식 사가구치 료헤, 포뮬러1800에서 ‘역전 드라마’
2003-11-11  |   6,604 읽음
국내 유일의 온로드 레이스인 2003년 BAT컵 GT챔피언십 시리즈가 8개월에 걸친 대장정을 마감했다. 지난 10월 12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GT챔피언십 제6라운드는 마지막 대결장답게 올 시즌 중 가장 화끈한 승부를 펼치며 6개 클래스 챔피언을 확정지었다.
제6전 최고의 영웅은 포뮬러1800 챔프 사가구치 료헤(인디고). 그는 5전까지 오일뱅크 듀오 이승진과 장순호의 파워에 눌렸으나 최종 라운드에서 믿기 힘든 역전 드라마를 펼치면서 드라이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김의수(인디고, GT1), 강현택(타키온, 투어링A), 김동륜(블라스트, 하이카), 김동선(마루아치, 신인전)도 종합챔피언 자리에 올라 샴페인을 터뜨렸다. GT2 부문에 출전한 김한봉(펠롭스)은 3년 연속 톱드라이버 자리를 차지해 노장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김중군, 마지막 바퀴에서 짜릿한 역전승
이승진과 장순호 추돌로 동반 리타이어


스피드웨이 1.8km 숏코스에서 열린 GT챔피언십 시리즈 제6전에는 드라이버 80여 명이 참가했다. 경기는 GT1·GT2·투어링A 30랩, 하이카 18랩, 신인전 15랩을 돌아 승패를 갈랐다. 이날 열린 첫 레이스는 신인전. 이미 김동선(마루아치)이 챔피언을 확정한 상태여서 종합 2위를 놓고 박인천(CJR, 55점), 김무연(리갈, 52점), 김윤도(R테크, 52점), 이응송(NRT, 51점)의 4파전이 예상되었다. 예선에서는 박인천, 이응송, 김동선이 1∼3위를 차지했고 김윤도와 김무연은 7, 8그리드로 밀려났다.
폴포지션(PP)의 박인천은 11랩 1코너에서 김동선에게 잠시 선두를 빼앗겼으나 곧바로 역전한 뒤 줄곧 1위를 달렸다. 뒤이어 무리하지 않고 달린 김동선이 2위로 들어와 자신의 챔피언 타이틀을 자축하는 마무리 득점을 올렸다. NRT의 이응송은 경기 초반인 3랩에서 경주차 트러블로 리타이어했다. 신인전은 3, 4전에서 2연승을 거둔 김동선(100점)이 챔피언이 되었고 꾸준히 상위권에 든 박인천(78점)이 종합 2위, 3위는 이날 4위를 기록한 김무연(65점)이 차지했다.
뒤이어 열린 하이카 종목에는 30명이 출전해 그리드를 꽉 채웠다. 예선에서는 김중군(시케인)이 어렵사리 PP를 잡았다. 2위는 선두와 불과 0.002초 뒤진 김동륜(블라스트). 김호중(R테크), 곽성규(R테크), 이임균(NRT)이 간발의 차이로 뒤를 이었다. 김중군은 스타트와 함께 1코너에서 김동륜에게 선두자리를 내주었으나 2코너에서 되찾았다. 하지만 3위 김호중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3랩에서 2위, 7랩에서는 1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김호중, 박인천, 김동륜, 곽성규 순으로 레이스가 이어졌다.
마지막 랩에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선두 김호중이 10코너를 빠져나가면서 한 바퀴 뒤진 최광규(스피드 폭스)의 블로킹에 잠시 주춤하는 사이 김중군이 선두로 치고 나가 제일 먼저 피니시 라인을 밟았다. 하지만 3위로 들어와 15점을 올린 김동륜(95점)이 김중군(92점)보다 총점에서 3점 앞서 하이카 종목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포뮬러1800에서는 지난 5전에서 우승해 종합선두로 나선 이승진(89점)과 1점차로 2위로 내려앉은 장순호(88점) 등 오일뱅크 듀오의 마무리 승부가 기대되었다. 12명이 참가해 점수는 1위부터 23점, 18점, 15점, 13점 순으로 평소보다 5점이 많았다. 따라서 이날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컸다. 21점차로 뒤진 인디고의 사가구치 료헤(68점)가 역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가 1위를 하고 오일뱅크 듀오가 모두 탈락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선 5차례 레이스에서 모두 완주한 것은 물론 전 경기 우승을 기록한 오일뱅크팀이 한꺼번에 탈락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예선 결과 PP를 잡은 드라이버는 장순호. 이승진과 사가구치가 2, 3위로 출발했다. PP 장순호를 압박하며 출발한 이승진은 1코너에서 장순호와 부딪쳐 둘 다 최하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완주점수 3점 때문에 아직 종합우승 기회는 남아있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3랩이 더 이어졌고 이승진은 장순호를 내내 압박하며 추월을 노렸다.

4바퀴째 3코너에서 이승진은 장순호를 추월하려다 장순호의 경주차 왼쪽 뒤타이어로 올라타면서 추돌, 장순호의 경주차 위로 떨어지는 대형사고가 벌어졌다. 레이스 중단을 알리는 적기가 걸리며 구조요원 등이 투입되자 서킷의 열기는 싸늘히 식었다. 장순호는 아주대 병원으로 옮겨져 정밀진단을 받았으나 큰 부상은 없었다.

김의수, 2년 연속 GT1 타이틀 차지해
렉서스 IS200, 국내무대 첫 우승 기록


결국 오일뱅크 드라이버 둘이 리타이어하고 경기는 30분만에 다시 진행되었다. 오일뱅크 듀오의 탈락으로 사가구치는 종합챔피언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으나 새로운 복병인 심페이 코노미(이레인)를 쫓기엔 역부족인 듯했다. 그러나 경주차의 트랜스미션 고장으로 심페이가 리타이어, 결국 사가구치(91점)는 1등으로 피니시라인을 밟았다. 시즌 1승만을 거두고도 종합우승을 거머쥐고 국내 모터스포츠 사상 첫 용병 드라이버 우승자가 되는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이다. 사가구치는 정상을 밟은 기쁨을 이기지 못해 펜스에 올라가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2, 3위는 주니치 타케다(이레인)와 최해민(타이거릴리)이었다. 이로써 오일뱅크는 98년부터 지켜온 포뮬러1800 타이틀을 어이없게 라이벌 인디고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올 시즌 내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는데 마지막 레이스에서 뜻밖에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 팀과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기적 같은 역전승의 주인공, 사가구치 료헤의 우승소감이다.
롤링 스타트로 시작된 GT1 클래스도 인디고 듀오 김의수(66점)와 이재우(62점)의 혈전이 예상되었다. 반면 3위 윤세진(오일뱅크, 57점)은 우승을 해도 김의수가 4위 이하로 밀려나지 않으면 챔피언이 되기 어려웠다. 전날 펼쳐진 예선에서는 이재우가 PP를 잡고 윤세진, 김의수, 오일기(오일뱅크)가 뒤를 이었다.
결승전이 열릴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각 팀의 미캐닉들은 재빨리 경주차의 타이어를 레인 타이어로 바꿨다. GT1은 예선 2위 윤세진이 빠른 스타트로 대열을 이끌면서 막이 올랐다. 이재우, 오일기, 김의수의 순. 이재우는 윤세진을 압박하면서 실마리를 풀었다. 이재우는 12랩에서 윤세진을 추월해 선두로 올라선 후 시리즈 타이틀을 향해 질주했다.
그러나 쉽게 물러설 김의수가 아니었다. 김의수는 오일기를 추월한 데 이어 14랩에서 윤세진마저 따돌리고 2위로 올라서 정상 도전에 나섰다. 팽팽하던 경쟁은 이재우가 추돌사고로 서킷에서 사라지면서 끝났다. 김의수가 선두를 넘겨받았고 윤세진, 오일기가 차례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김의수는 84점으로 2년 연속 챔피언컵을 안았다. 윤세진(72점)은 이재우(62점)와 종합순위를 맞바꾸어 2위가 되었다. 이로써 오일뱅크는 95년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단 1개의 타이틀도 얻지 못했다.
GT2 종목에서는 렉서스 IS200의 운전대를 잡은 백전노장 김정수(모빌엣지 이글)가 선두를 차지해 지난 5월 18일 시리즈 3라운드에서 데뷔한 이래 4번째 경기만에 일본차의 국내경주 첫 우승기록을 남겼다. 2, 3위는 김한봉(펠롭스)과 심상학(다이나믹)에게 돌아갔다. 5전까지 1점 차이로 김한봉과 타이틀 경쟁을 벌이던 권오수(잭)는 첫 코너에서 임성택(레드라인)과 추돌해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종합 순위는 김한봉(78점), 심상학(67점), 권오수(65점)의 순이었다.
투어링A는 쌍용자동차 테스트 드라이버인 김영관(RTS)이 시즌 첫승의 감격을 맛보았고, 강현택(타키온)과 이세창(KMC R스타즈)이 2, 3위로 들어왔다. 하지만 경기 후 검차에서 이세창의 경주차가 불법개조된 사실이 인정되어 실점, 결국 강현택(87점)이 첫 챔피언이 되었다. 김영관(83점)은 1위를 기록했으나 점수차를 넘지 못하고 종합 2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종합우승을 노린 이세창(81점)은 종합 3위로 처졌다.
올 한 해 BAT컵 GT챔피언십은 경기당 평균 7천여 명이 관람해 국내 자동차경주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호평 속에 2003년 시즌을 마무리했다. GT챔피언십은 내년 시즌 새롭게 다듬어진 규정으로 더욱 알찬 레이스를 다짐하며 긴 휴식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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