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듀오 원투에 종합10, 11위 99 WRC 제11전 중국랠리
1999-10-25  |   7,551 읽음
세계 랠리선수권(WRC)은 중국을 WRC 공식 일정에 올려 또 하나의 새 역사를 기록했다. 그에 앞서 WRC의 아시아 라운드를 늘리려고 했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인도네시아 랠리는 겨우 2전을 치른 뒤 지난해 국내 정세 불안으로 중단되었다. 올해에는 중국 랠리가 공식 캘린더에 올라 아시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중국은 국내 정세가 안정되어 랠리 진행에는 아무런 지장도 없다. 더구나 랠리 루트 부근 주민들의 열성과 중국정부의 지원이 각별해 앞으로도 중국 랠리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북경 북쪽 만리장성을 둘러싸고 꼬불꼬불 흘러가는 산악의 랠리 루트는 포르투갈이나 그리스와 성격이 비슷했다. 구덩이와 장애물이 많았고, 노면 부근에 큰돌이 굴러 있었다. 랠리 직전에 폭우가 쏟아져 첫날 일부 루트와 2개 경기구간(SS)을 취소했다.

스바루의 번즈 첫날 선두 잡아
드라이버들 사고로 줄줄이 탈락


9월 16일 WRC 제11전 중국 랠리가 수도 북경 북쪽 70km에 있는 홍다우를 기점으로 역사적인 막을 올렸다. 홍다우와 진샨링을 잇는 거리 1천423.38km, 22개 SS 385.72km. 코스는 완전 비포장 험로였다. 경기구간 중 가장 긴 SS 2/6은 26.52km, 가장 짧은 SS 17/20은 7.38km였다.
워크스팀의 지정 드라이버는 다음과 같다.
미쓰비시는 T. 마키넨과 F. 로이크스, 스바루 R. 번즈와 J. 칸쿠넨, 도요다 C. 사인츠와 D. 오리올, 포드 C. 맥레이와 T. 라드스트롬, 그리고 세아트는 H. 로반페라와 P. 리아티였다. F2의 현대는 K. 에릭슨과 A. 맥레이를 내세워 만리장성 공략에 나섰다.
첫날 16일(목요일)에는 경구기간(SS)이 없는 제1레그 1부를 치렀다. 하이로우 운동장을 떠나 홍다우에 입성하는 길이 11.66km의 워밍업이었다. 9월 17일 금요일 제1레그 2부(SS 1~8)는 거리 516.14km에 SS 151.12km였다.
원래 중국 랠리는 아시아-태평양 시리즈(APRC)의 일부였다. APRC에는 스바루팀이 적극 참가해 경험을 쌓았다. 중국에 익숙한 스바루팀답게 에이스 R. 번즈가 첫날 선두를 잡았다.
지난해 APRC의 중국 랠리를 제압한 C. 맥레이(포드)는 첫 스테이지에서 바위를 들이받았다. 그의 페이스 노트에는 적혀 있지 않은 엉뚱한 돌이었다. 앞 서스펜션이 부러져 그 자리에서 랠리를 포기했다. 중국통에 기대를 걸었던 포드팀에 다시 재앙이 덮쳤다. 세컨드 드라이버 T. 라드스트롬이 똑같은 바위를 들이받고 똑같이 중도탈락했다. 길가에 서있던 팀 동료 맥레이를 보고 속도를 늦추었는데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겉보기에 깔끔한 포드 포커스 2대가 나란히 서 있고, 그 곁에 두 드라이버가 질주하는 다른 경주차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희비극이었다.
발목을 잡힌 드라이버는 그들만이 아니었다. 챔피언 T. 마키넨은 SS5에서 나무를 들이받았다. 선두를 달리던 마키넨은 사고로 시간을 잃었다. 게다가 정비를 받은 뒤 경기제한 시간을 넘겨 10초 패널티마저 떨어져 궁지에 몰렸다. 마키넨의 동료 F. 로이크스는 SS7에서 돌을 받고 중도탈락했다.
세아트의 P. 리아티는 엔진 고장으로 SS8에서 리타이어했다. 마키넨이 선두에서 주저앉자 번즈가 앞으로 치고 나갔다. 그보다 20초 뒤져 도요다의 D. 오리올이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도 마키넨은 오리올과 12.6초차로 3위를 지켰다.
J. 칸쿠넨(스바루), C. 사인츠(도요다)와 H. 로반페라(세아트)가 뒤를 따랐다.

오리올 도요다에 시즌 첫승 받쳐
마키넨, 미쓰비시 잔류키로 결정


9월 18일 토요일 제2레그는 홍다우를 시발점으로 하는 거리 518.50km에 8개 SS(9~16) 148.14km였다.
제1레그는 생소한 환경에 적응하는 날이었다. 본격적인 선두 경쟁은 둘쨋날부터 시작되었다. 비가 그치고 코스에서 물기가 조금씩 빠져나갔다. 오리올이 끈질기게 스테이지 타임을 줄여나갔다. 드디어 SS14에서 선두 번즈를 밀어냈다.
첫날 고전했던 마키넨이 선두 오리올과 번즈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그날 마지막 스테이지 SS16에서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끄러운 고속 코너에서 마키넨이 큰돌을 들이받았다. 앞타이어가 차 밑으로 찌그러져 더 달릴 수가 없었다.
칸쿠넨도 타이어 고장에 코스를 벗어나 시간을 잃었다. 사인츠 뒤로 밀려난 칸쿠넨은 선두와 4분이나 벌어졌다. 오리올보다 1분이나 뒤진 사인츠는 선두경쟁에서 멀어졌다. 오리올과 번즈가 중국에서 벌어지는 첫번째 WRC의 정상을 놓고 맞붙었다.
9월 19일 일요일 제3레그는 홍다우를 출발해 진샨링에 입성하는 길이 377.08km에 6개 SS(17~22) 86.46km였다.
진흙탕으로 변한 마지막 6개 스테이지는 빙판처럼 미끄러웠다. 오리올이 잽싸게 코스에 적응해 착실히 시차를 벌려나갔다. 55.8초차로 골인한 오리올은 도요다에 시즌 첫승의 감격을 안겼다. 시즌 10전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도요다는 이미 WRC 탈퇴를 결정하고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와 F1에 전념하기로 했다. 때문에 종반 진흙탕에서 건진 1승은 더욱 값졌다.
마키넨은 초반 탈락해 무득점. 오리올이 10점을 더해 마키넨과 랭킹 공동(48) 선두에 나섰다. 이제 도요다는 거의 확실한 매뉴팩처러즈 타이틀에 이어 드라이버즈 타이틀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 랠리에서는 진흙탕 레그를 마칠 때마다 선두와의 시차가 크게 벌어졌다. 번즈가 2위, 사인츠는 선두와 2분 19초차의 3위였다. 칸쿠넨은 타이어 펑크에 이어 잦은 사고로 고전 끝에 4위로 들어왔다. 그뒤 세아트의 로반페라가 선두와는 9분 차이로 5위. 마지막 한점은 터키 출신의 프라이비터 V. 이시크에게 돌아갔다.
F2 클래스에서는 현대가 선두를 휩쓸었다. 콜린 맥레이의 동생 앨리스터가 동급 우승을 차지했고, 동료 K. 에릭슨이 2위였다. 현대는 중국 랠리를 앞두고 WRC 버전 엑센트를 발표했다. 엑센트 WRC 버전은 영국 랠리에서 실전 훈련에 들어간다.
현대는 75팀득점으로 폴크스바겐(21)을 멀리 따돌리고, 선두 르노(89)를 맹추격하고 있다.
챔피언 T. 마키넨이 랠리아트 미쓰비시 팀과 연장 2년 계약을 맺었다. 그는 94년 미쓰비시팀에 합류한 뒤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미쓰비시는 여전히 챔피언팀이다. 나는 미쓰비시를 떠나고 싶지 않다." 마키넨은 잔류 소감을 밝혔다. 그는 포드 및 세아트와 협상했지만 결국 미쓰비시에 남기로 했다. 그의 2년 계약금은 약 126억원으로 알려졌다.
WRC는 10월 10~13일 산레모에서 제12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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