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듀오 에릭슨·맥레이 F2 원투승 제9전- 99 WRC 제9전 뉴질랜드랠리
1999-08-29  |   7,113 읽음
세계 랠리 선수권(WRC) 제9전 뉴질랜드 랠리가 7월 15~18일 오클랜드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거리 1천681.87km, 경기구간(SS)이 401.56km였다. 유럽의 험로 아크로폴리스 일대를 달리던 랠리 대열은 남반구의 이색지대 뉴질랜드에서 결전을 벌였다. 경기 초반에는 폭우가 내려 드라이버들을 괴롭혔다.
종합 챔피언을 노리는 워크스팀들은 뉴질랜드에 유리한 드라이버를 다음과 같이 지명했다. 미쓰비시 T. 마키넨과 F. 로이크스, 스바루 R. 번즈와 J. 칸쿠넨, 도요다 C. 사인츠와 D. 오리올, 포드 C. 맥레이와 T. 라드스트롬 그리고 F2의 현대는 E. 에릭슨과 A. 맥레이를 내세웠다. 현대의 에릭슨은 스웨덴의 베테랑이고, 맥레이는 포드팀에서 에이스 드라이버로 활약하고 있는 콜린(C.) 맥레이의 동생이다.

본, SSS 잡자 현지팬들 열광
수중전 강한 미쓰비시 유리해

7월 15일 목요일 오클랜드 근교 마누카우에서 제1스테이지의 막을 올리는 수퍼 스페셜(SSS)이 열렸다. SSS란 워밍업 겸 눈요기 행사다. 그러나 뉴질랜드 출신 P. 본이 선두를 잡자 몰려든 팬들이 땅을 구르고 괴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본은 팀 지정 드라이버는 아니지만 스바루 소속, 임프레사 WRC를 몰았다. 포드의 듀오 T. 라드스트롬과 C. 맥레이가 2, 3위를 차지했다. 세아트의 H. 로벤페라가 뒤를 잇고, 다시 워크스 스바루 듀오 J. 칸쿠넨과 R. 번즈가 들어왔다. 챔피언 T. 마키넨(미쓰비시)은 10위로 처졌다.
7월 16일 금요일 제1레그는 거리 626.53km에 9개 SS(2~10) 139.79km였다. 15일의 SSS였던 SS 1을 뺀 본격적인 스테이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 5시 30분 출발을 앞두고 폭우가 퍼붓고 있었다. 기온은 12℃. 제29회를 맞는 뉴질랜드 랠리는 지난해와 같이 폭우 속에 시작되었다.
빗줄기를 뚫고 마키넨(미쓰비시)과 맥레이(포드)가 처음부터 불꽃 튀는 접전을 펼쳤다. 둘은 선두를 뺏고 빼앗기며 돌진했다. 하지만 SS9의 32km나 되는 긴 코스에서 갑자기 맥레이의 엔진이 멈췄다. 아무리 손을 써도 헛수고였다. 참담한 도중하차. 이날 번즈(스바루)는 처음부터 트랜스미션 고장에 시달렸다. SS7에 이르자 어느 기어도 듣지 않아 일찌감치 탈락했다. 게다가 2위로 뛰어오르려던 사인츠(도요다)도 기어 고장으로 4분이나 시간을 잃고 7위로 떨어졌다.
라이벌이 차례로 사라진 코스를 달리는 마키넨에게 행운이 뒤따랐다. SS2에서 엔진이 서고, SS3에서는 뒷부분이 부딪혔으며 SS4에서는 펑크가 났는데도 마키넨은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노면은 폭우에 젖어 미끄러웠다. 적수는 오리올(도요다)과 칸쿠넨(스바루)밖에 남지 않았다. 뜻밖에도 세아트의 T. 가르데마이스터가 4위, SSS 선두 P. 본은 5위였다.
일기예보는 다음 날도 비가 온다고 했다. 수중전에 강한 미쓰비시에 유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7월 17일 토요일 제2레그는 오클랜드를 중심으로 마운가트로토를 거치는 거리 589.89km에 10개 SS(11~20) 174.00km였다. 제1레그를 물바다로 만든 날씨는 이날 죽 끓듯 변덕을 부렸다. 흐린 하늘에 갑자기 비가 내리다가 다시 햇볕이 쨍쨍 내려쪼였다.
1레그에서 선두 마키넨을 뒤쫓던 도요다의 오리올이 SS14에서 오른쪽 바퀴를 바위에 부딪혀 타이어가 튕겨나갔다. 3바퀴로 달리느라 4분이나 잃고 5위로 떨어졌다. 오리올은 8전 아크로폴리스에서도 1레그에서 마키넨에 이어 2위를 달리다 중도탈락했다. 이번에도 바위에 걸리는 액운이 닥친 것이다.

마키넨 시즌 3승, 도요다 철수설
중반 재기 노리는 포드팀 전멸해

이때부터 우승 경쟁은 마키넨과 칸쿠넨 사이에서 벌어졌다. 큰 거리를 두고 선두를 잡은 마키넨은 딱딱한 노면과 오락가락하는 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줄기차게 달 렸다. 이따금 내리는 비로 노면이 미끄러웠지만 실수는 없었다. 마키넨과 칸쿠넨에 이어 세아트의 새별 가르데마이스터가 들어왔다.첫날 4위에서 한 단계 뛰어올랐다. 4위 포드의 라드스트롬, 5위로 떨어진 오리올 뒤에 P. 본이 골인했다.
뒤쫓는 칸쿠넨은 최종 레그에 운명을 걸었다. 훨씬 미끄러운 코스가 기다리고 있어 어떤 드라마가 벌어질지 예상할 수 없었다. 제3레그는 숲속을 꿰뚫고 있어 1, 2레그보다는 노면이 물렁했다. 스바루가 좋아하는 코스 조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에이스 드라이버 번즈가 1레그에서 사라져 제2드라이버 칸쿠넨에게 역전의 특명이 떨어졌다.
7월 18일 일요일 제3레그는 오클랜드에서 마누카우로 달리는 거리 415.34km에 7개 SS(21~27) 85.67km였다. 최종 레그에서는 모처럼 날씨가 활짝 개였다. 이날 첫번째 SS21에서 포드 중흥의 중책을 진 라드스트롬이 어이없이 코스아웃하고 말았다. 중반 재기를 노리던 포드팀의 전멸이었다.
1레그부터 선두를 달려 온 마키넨은 처음 3개 SS에서 톱타임을 기록했다. 그때부터 칸쿠넨의 기를 꺾는 작전에 들어갔다. 초반과 중반에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초고속으로 스테이지를 마치고, 후반에는 속도를 떨어뜨려 느긋하게 달렸다.
마키넨은 뉴질랜드전에 앞서 핀란드에서 7일간 집중 테스트를 했는데 그 성과가 랠리 코스에서 드러난 것이다. 그때 시험한 광폭타이어가 뉴질랜드에 딱 들어맞았다. 무엇보다 운전이 쉬웠고, 컨트롤이 잘 들었다.
"제1레그는 빗속에서 필사의 질주극을 벌였다. 제2레그에 들어서자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마키넨은 7전만에 오른 표창대 정상이 더 없이 흐뭇했다. 칸쿠넨은 마키넨 사냥에 열을 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비가 좀 더 왔다면 기회가 있었을 텐데…." 칸쿠넨은 활짝 개인 날씨가 못내 원망스러웠다.
가르데마이스터가 3위를 해 세아트에 첫 등단의 영광을 안겼다. 5위로 굴렀던 오리올이 4위로 올랐고, 본이 5위, 도요다 에이스 사인츠가 마지막 한점을 잡았다.
드라이버 부문에서는 마키넨(46)이 오리올(35)과 사인츠(30)를 제치고 3연패를 향해 달리고 있다. 매뉴팩처러 부문은 도요다(78)가 미쓰비시(59)와 스바루(52)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있다. 하지만 선두를 달리는 도요다가 미국의 CART와 함께 WRC에서 철수하고 F1과 르망 24시간에만 전력투구하기로 했다는 말이 돌고 있다.
WRC 제10전은 핀란드 랠리. 시즌 14전 중 최고속 경기가 8월 20~22일 이바스킬라의 호수 지대에서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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