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데뷔한 BMW, 15전만에 첫 승리 - 99 르망 24시간 레이스
1999-07-29  |   11,353 읽음
98년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앞두고 국제자동차연맹(FIA)은 출전팀의 운명을 가름하는 새 경기규정을 발표했다. 핵심은 99년부터 대 메이커의 프로토타입 출전을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르망 서키트의 최강자 포르쉐가 즉각 99년부터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포르쉐는 최종전이 된 98 르망 24시간을 당당히 원투승으로 장식하고 사르트 서키트를 등졌다.


대 메이커의 피나는 홍보전
예선 싹쓸이한 프로토타입

대 메이커의 프로토타입 진출이 어떤 의미를 가졌기에 포르쉐가 미련 없이 르망을 떠났을까. 프로토타입이란 오로지 승리를 목적으로 만드는 경주차다. 따라서 포르쉐처럼 양산차의 성능을 서키트에서 입증해 판매와 연결시키려는 메이커로서는 예산의 낭비일 뿐이다. 포르쉐는 스포츠카의 정상 메이커이기는 하지만 프로토타입으로 메이커 홍보를 할 막대한 재력이 없다. 결국 올해 르망 24시간은 대 메이커의 피나는 홍보전장이 되고 말았다. 1위 BMW는 세계정상급 럭셔리카 메이커, 2위 도요다는 세계 3~4위의 초대형 메이커, 아우디는 세계 5위의 폴크스바겐 그룹 품에 안긴 럭셔리카 메이커다.
거기다 럭셔리카의 정상 벤츠가 예선에서부터 이해할 수 없는 사고를 일으켰고, 결승 5시간만에 퇴장한 것도 묘한 여운을 남겼다. 벤츠는 프로토타입 CLR을 발표할 때부터 대대적인 홍보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예비예선과 예선을 통한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뒤 예선에서 결승 5시간 사이에 출전 3대가 모두 서키트를 떠났다. 일각에서는 벤츠가 24시간을 달린 뒤 참패하기보다는 뒷날을 기약하고 일찌감치 무대를 떠났다고 본다.
6월 9~10일 프랑스 르망의 사르트 서키트(1주 13.605km)에서 24시간 레이스의 예선이 벌어졌다.
지난해 종료 2시간을 앞두고 우승을 놓친 도요다의 GT1 2개조가 1, 2위를 차지했다. M. 블룬델조와 T. 부첸조의 1, 2호차였다. 뒤이어 T. 크리스텐센조의 BMW V12 LMR 2호차가 3위였다. 4위 벤츠의 CLR의 3호차(B. 슈나이더조). 5위에 들어온 미국 컨스트럭터 파노즈 LMP 스파이더 2호차(D. 브래범조)가 상위권의 유일한 군소 메이커였다. 폴크스바겐의 위력을 업은 아우디는 R8R 1호차(L. 아이엘로조)를 9위에 올렸다.
도요다, BMW, 벤츠와 아우디 4대 워크스가 20위까지를 거의 메웠다. 지난해 3위를 해 결승 10위권에 3대가 들어갔던 닛산은 예선 12위가 고작이었다. 르노에 기대 회생하려는 닛산의 힘겨운 모습이 그대로 서키트에 반영되고 있었다.


39년 데뷔, 15전째 승리한 BMW
초반 고의 퇴장 의혹 받는 벤츠

6월 12일 토요일 오후 4시 99년 르망 24시간 레이스가 막을 올렸다. 13일 일요일 4시까지 프랑스 르망의 사트르 서키트를 달군 세계 정상의 내구 레이스에서 BMW 프로토타입 V12 LMR이 데뷔전 우승컵을 안았다. BMW는 39년 데뷔 이래 15전째 드디어 승리를 거머쥐는 감격을 맛보았다. 지난해 피니시 2시간을 앞두고 탈락했던 도요다의 GT-One이 2위, 워크스 데뷔전인 아우디 R8R이 3위에 올랐다.
99년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르망 사상 가장 치열하고 말썽 많은 경기로 꼽힌다. 일요일 오후 4시 체커기가 나부꼈을 때 슈니처 튜닝의 BMW V12 LMR이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드라이버는 J. 빙켈호크(독일)/ P. 마르티니(이태리)/Y. 달마스(프랑스)의 3인조였다. 주회수는 365주, 주행시간 22시간 58분 38초 231, 평균시속 207.237km였다. 베테랑 달마스의 4번째 우승이었고, BMW는 르망 첫 승리였다. 아울러 경주차 V12 LMR의 데뷔전.
피니시 45분 전까지 마르티니는 최근 어느 때보다 치열한 각축전에 휘말렸다. 적수는 전 F1 드라이버 U. 가타야마(일본). 지난해부터 사르트 서키트에서 이름을 날린 도요다 GT1 가운데 3호차였다. 도요다 제3조는 순수 일본팀. 가타야마와 함께 T. 스즈키/K. 쓰치야가 한 조를 이루었다.
마르티니와 가타야마의 시차는 20초로 줄어들었다. 랩타임에서 앞선 가타야마가 마르티니와의 격차를 착실히 줄여나갔다. 한 바퀴 돌 때마다 2~3초씩 죄어드는 맹추격전이었다. 상황은 69년의 재판이 되는 듯했다. 당시 J. 아이크스와 H. 헤르만이 마지막 주에서 순위를 뒤바꾸는 대역전이 벌어졌다.
가타야마가 뒤집기에 들어가는 순간 또 다른 BMW의 T. 브셔가 앞을 가로막았다. 가타야마는 인디애나폴리스 코너로 들어가는 초고속 코스에서 브셔를 피하려다 펑크가 났다. 가타야마는 간신히 피트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승부는 이미 갈라진 뒤였다. 2주가 뒤진 가타야마조의 역전 드라마는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BMW 감독 G. 베르거(전 F1 드라이버)와 워크스 BMW팀은 열광했다.
이미 예선부터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10일 목요일 밤 예선전에서 M. 웨버(오스트레일리아)가 몰고 나온 워크스 벤츠 CLR이 무시무시한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CLR이 영문도 모르게 튀어나가 인디애나폴리스 직선 코스에서 몇 번이나 공중제비를 했다.
그 뒤 결승일 오전 웨버의 경주차가 뮐산느 직선 코스 끝에서 다시 나뒹굴었다. 벤츠팀은 남은 2대도 철수하는 문제를 검토했다. 그러나 벤츠가 공식적으로 레이스에서 철수하기로 한 것은 결승에서였다. 경기시작 5시간만에 벤츠팀 제3조 P. 덤브렉(영국)이 몰던 CLR이 똑같은 사고를 일으켰다. 다행히 세번 모두 사상자는 없었다. 벤츠 3호차가 탈락한 다음 주에 B. 슈나이더조의 CLR이 트랙을 떠나 벤츠팀은 완전히 사라졌다.


도요다 2개조 사고로 물러나고
BMW 끝까지 아슬아슬 선두 유지

덤브렉의 벤츠 CLR 사고 이후 오랫동안 세이프티카가 대열을 선도했다. 땅거미가 질 무렵에야 경기는 재개되었다. BMW 2호차(J. 레토/T. 크리스텐센/J. 뮐러), 도요다 2호차(T. 부첸/A. 맥니시/R. 켈레너즈), BMW 1호차(마르티니/달마스/빙켈호크), 파노스 2호차(D. 브래범/E. 버너드/B. 라이칭어), 아우디 2호차(E. 피로/F. 비엘라/D. 타이스)가 선두 그룹을 이루었다.
그때 예선 1위였던 우승후보 도요다 1호차 M. 블룬델/E. 콜라르/V. 소스피리는 유압장치 고장으로 20위로 밀려났다. 거기에다 펑크에 발목이 잡혀 시간을 놓쳤다. 뒤이어 블런델이 핸들을 잡고 달리다 테르트르 루즈 코너에서 스핀을 일으켜 도중하차하고 말았다.
12일 토요일 밤 10시 30분. 도요다의 스피드와 BMW의 연료효율이 맞붙었다. 도요다 제2조 T. 부첸(벨기에)의 GT1이 랩타임에서 앞서고 있었다. 반면 배기량 6.0ℓ의 V12 BMW가 연료효율에서 뛰어났다. BMW가 13주마다 피트인한데 비해 도요다는 11~12주마다 피트에 들어가야 했다.
자정에 부첸의 도요다 2호차가 선두인 레토의 BMW를 숨가쁘게 몰아붙였다. 마르티니/빙켈호크/달마스의 BMW 1호차는 약 25km 뒤쳐져 있었다.
13일 일요일 새벽 3시 10분. 도요다팀에 다시 불운이 닥쳤다. 부첸이 던롭 커브 입구에서 GTS급 포르쉐 911(M. 메조뇌브)과 뒤엉켜 장벽을 들이받았다. 벨기에 드라이버 메조뇌브를 경주차에서 끌어내는 데 20분이나 걸렸다. 메조뇌브는 등뼈가 부러져 입원했다. 이때부터 도요다 3호차의 일본조가 BMW 사냥에 들어갔다.
괴기한 사고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BMW 2호차의 레토에게 명령이 떨어졌다. 13시간동안 2주를 앞서온 경주차의 컨디션을 끝까지 유지하라는 내용이었다. 그 순간 액셀이 흔들려 장벽을 들이받았다. 일요일 정오가 막 지난 때였다.
도요다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3호차(가타야마 외)에 새로운 선두 BMW 1호차(마르티니조) 추격 명령을 내렸다. BMW가 2분 앞서 있었지만 랩타임은 도요다 GT1보다 6~8초나 뒤졌다.
하지만 끝내 대역전극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2시간을 남기고 우승을 놓친 도요다는 올해 우승후보 0순위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BMW의 교란작전에 말려들어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다. 반면 팀감독 베르거와 BMW팀은 V12 LMR 데뷔전 승리에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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