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CITY DEMO in SEOUL - 르노 F1 머신, 서울 한복판을 질주하다
2010-11-14  |   19,078 읽음

750마력 F1 머신이 서울을 상징하는 광화문 한복판을 질주한다?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이 서 있는 그곳을? 어디 그뿐인가. 청와대가 지천에 있는 바로 그곳에서 F1 머신이 굉음과 흰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것은 쉽게 상상이 안 된다. 그러나 이 꿈 같은 일이 현실이 되었다. 르노삼성이 지난 10월 3일 F1 코리아 그랑프리의 성공을 기원하며 광화문 한복판에서 F1 머신이 질주하는 F1 시티 데모 행사를 열었기 때문. 물론 예전에도 F1 머신이 서울 강남의 도심을 달린 일이 있었다. 그러나 코리아 그랑프리를 앞두고 서울을 상징하는 광화문 광장에서 F1 머신이 달린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날의 행사는 F1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한국에 알리는 의미 외에도 또 다른 의미가 있다. F1 그랑프리가 한국과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남의 잔치가 아니라는 얘기다). 알다시피 르노삼성의 모기업은 바로 프랑스 르노. 국내 메이커가 출전은 고사하고 별다른 스폰 하나 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과 F1의 연계고리를 찾으라면 르노삼성이 유일하다.
광화문에서 울려 퍼진 F1의 굉음
올 10월 22~24일 전남 영암에서 한국 최초로 열리는 F1 그랑프리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로 꼽히는 대규모 스포츠 행사다. 188개국 중계로 연 6억 명이 시청하는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이며, 국제자동차연맹(FIA)에서 주최, 1950년부터 시작해 60년간 유지되어온 유서 깊은 자동차 축제다. F1 그랑프리는 매년 전세계를 순회하며 17~20라운드가 열리고 르노, 벤츠, 페라리 등 해외 유명 12개 팀이 참가해 최신 기술력을 겨루고 있다. 각 팀에는 최대 2명의 드라이버와 약 500명에 기술자가 따르고 각종 첨단 신기술과 고가의 파츠로 구성된 F1 머신은 대당 100억원에 이르는 등 F1 그랑프리의 규모는 실로 거대하다.

100억원짜리 F1 경주차가 광화문을 달린다는 소식에 일요일 낮부터 광화문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오후 2시부터 두 번의 데모 주행을 포함해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는 르노삼성 장 마리 위르띠제 대표의 축사를 시작으로 취타대 행진, 경찰청 사이카 부대의 퍼레이드, 르노 F1팀 기념품 전달 등으로 점차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이후 첫 번째 데모런으로 SM3 레이싱카가 등장했다. 에쓰오일 토탈 SM3 레이싱팀 소속으로 CJ 슈퍼레이스 슈퍼 2000에 출전 중인 SM3 레이스카는 얼마 전 데뷔한 SM3 2.0을 베이스로 한다. 레이싱에 출전하기 위해 엔진 출력을 올리고 서스펜션과 휠, 롤케이지 등 여러 군대를 손본 경주차다. 멋진 스핀턴을 선보이며 SM3 레이스카가 코스를 달리자 배기 사운드를 듣고 멀리서 관중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SM3 레이스카는 꽤 여러 번 코스를 돌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어 등장한 것은 르노 포뮬러 2.0 머신. 오픈휠 싱글시터 형태로 F1 머신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성능은 한두 수 아래. 유로 컵 르노 포물러 2.0 테스트를 받은 한국의 김종겸 선수가 운전대를 잡았다. 풀 카본 보디가 가을 햇볕에 멋지게 빛나며 서울 도심을 난폭하게 달렸지만 광화문 550m 거리에 모인 수천 명의 관중을 사로잡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드디어 주인공, 르노 F1 머신(R29)이 등장했다. 오전까지 비가 내린 탓인지 레인 타이어를 장착하고 나온 노란색 르노 F1 머신은 단번에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역시 주인공의 등장은 평범하지 않았다. F1 머신의 엔진음으로 대한민국 애국가를 연주한다는 것이 아닌가. 4~5명의 기술자가 바쁘게 움직이며 뒷바퀴와 엔진커버를 몸체에서 탈거하면서 F1 머신이 노래를 부르기 위한 준비가 끝났다.

윙! 윙! 고회전 사운드가 귀청을 파고들더니 이내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를 연주하는 F1 머신의 엔진 사운드가 광화문 한복판으로 울려 퍼졌다. 통상 1만7,000rpm을 넘나드는 F1 엔진은 일반 자동차가 낼 수 없는 높고 넓은 영역의 소리를 낼 수 있기에 간단한 음악 연주는 가능하다. ‘길이 보전하세’라는 애국가의 1절 후렴구가 끝나자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를 보내며 박수를 쳤다. 무부하 상태로 rpm을 끝까지 쓰지 않았지만 관중들의 눈과 귀를 단숨에 한곳으로 집중시켰다.

F1 머신의 노래가 끝나고 세이프티카가 코스를 돌기 시작했다. 초고가의 F1 머신은 도로에 떨어진 작은 장애물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세이프티카가 OK 사인을 보내자 데모런 메인 이벤트를 위해 르노 R29 머신이 미케닉들에 밀려 다시 코스로 들어왔다. 이번 행사에서 르노 F1 머신을 운전할 드라이버는 벨기에 출신 제롬 담브로시오(Jerome d'Ambrosio)로, 현재 르노 F1팀의 리저브 드라이브다.

2010년 르노 F1팀
리저브 드라이버
제롬 담브로시오 (Jerome d'Ambrosio)

F1 시티 데모에서 르노 F1 머신(R29)을 운전한 선수는 벨기에 출신 제롬 담브로시오. F1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한 단계 낮은 GP2 시리즈(V8 4.0L 580마력 오픈휠)에서 높은 성적을 거뒀고, 이번 르노 F1 드라이버 프로그램에 합류해 한국을 찾았다. 유럽 포뮬러 대회와 국제 포뮬러 마스터 시리즈에 참가해 2007년 챔피언십 타이틀을 손에 넣은 바 있으며 2010년 GP2 챔피언십 레이스에 잔류해 프랑스 담스(DAMS)팀의 드라이버로 활동했다.

그는 이번 F1 시티 데모에서 주행 후 인터뷰에서 “머신이 굉음을 내며 달리기 시작하자 관중들이 깜짝 놀라며 환호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550m의 짧은 코스에서 최고시속을 묻는 질문에 “시속 240~250km의 속도로 주행한 것 같다”며 “폭이 좁은 도로와 관람객들의 안전을 고려해 더 빠른 속도를 보여줄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 앞과 시청 앞 도로는 포뮬러 경주차가 고속으로 달릴 정도로 평탄하지는 않았지만 미세한 요철이 나올 때마다 섬세하게 액셀러레이터를 조절하는 그의 스킬(배기음을 통해 알 수 있었다)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보는 듣고 느낀 F1 머신의 짜릿한 감동

관중들이 숨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르노 F1 머신이 미케닉의 도움으로 엔진 스타트! 잠시 주위를 둘러본 제롬은 시청 광장부터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으로 풀 가속을 시도했다. 거의 동시에 머신 가까이에 있던 관중들은 일제히 귀를 막았다. 바로 그 순간 짜릿하고 폭발적인 F1 머신의 고회전 사운드가 광화문 광장을 압도하며 서울 시내로 울려 펴졌다. 아마도 청와대 안방에서까지 머신의 소리는 생생하게 들리지 않았을까. 웜업이 되지 않은 타이어로 20여m의 스키드 마크를 만들며 출발한 F1 머신은 순식간에 550m 코스 저편에 도달했다. F1 머신을 눈앞에서 처음 본 수많은 관중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탄성을 질렀고, 한국인뿐 아니라 멀리 해외에서 한국을 찾은 르노 F1 프랑스 서포터즈 팬들까지 환호하며 르노 F1 깃발을 휘둘렀다.

르노 F1팀에서 준비한 르노 R29 머신은 V8 2.4L RS27 엔진을 얹어 최고 750마력의 출력을 낸다. F1 머신은 엄청난 스피드의 공압식 밸브를 사용해 1만8,000rpm까지 엔진을 회전시킬 수 있어 작은 배기량에서도 고출력이 가능하다. 현역 F1 머신은 이벤트에 쓸 수 없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차는 지난해 르노 F1팀을 이끌었던 R29 머신이다(올해 레이스에는 신형 R30이 출전하고 있다).

광화문 도심 한가운데는 서킷처럼 오픈된 공간이 아니라 빌딩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F1 머신의 배기 사운드가 매우 입체적으로 들려온다. 윙! 윙! 윙! 순식간에 기어가 킥다운되며 기자 쪽으로 다가온 르노 F1 머신은 시청 앞 광장 원형 코스에서 멋지게 도넛(뒷바퀴를 스핀시켜 원선회하는 기술)을 그렸다. 그 와중에 드라이버 제롬은 여유 있게 한 손을 관중들에게 들어보이기까지 했다. 이후 다시 광화문 쪽으로 드래그 스타트. 꽤 떨어진 곳에서도 머신의 파워풀한 속도감이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타이어와 레이싱 연료가 타는 냄새, 우렁찬 고회전 사운드 속에 순식간에 눈앞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르노 F1 머신은 수천 명의 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단 한 대가 이 정도이니 F1 그랑프리에서 28대가 동시에 달리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든 굉장한 장면이지 않을까.

데모 주행을 끝낸 르노 F1 머신은 관중들의 환호 속에 패독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본 게임(전남 코리아 그랑프리)을 뒤로 한 채로……. 이번 시티 데모 행사는 단순히 F1 머신 한 대가 서울 도심을 달린 그런 행사가 아니었다. F1에 관심을 갖지 못한 많은 일반인들에게 F1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켰고, 어쩌면 지천에서 F1이 열리는데도 여의치 않아 서킷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도심 한복판에서 F1의 감동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게 해준  행사였다. 모터스포츠가 그저 유별난 사람이 즐기는 게 아니라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한 스포츠라는 것을 알려주는 데에도 일조했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F1이 남의 나라 자동차 축제가 아니라는 것.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아니지만 한 다리만 건너면 르노삼성(르노)과 맞닿아 있는 르노팀이 뛰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르노삼성차’를 아직까지도 ‘삼성차’로 인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번 르노 F1팀의 이벤트, 나아가 코리아 그랑프리는 ‘르노’를 강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홈팀을 응원하듯 목청 높여 르노를 응원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국내 자동차 메이커와 유일하게 연결고리를 가진 F1팀은 르노팀이 유일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찌되었건 우여곡절 끝에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사상 최초의 F1 그랑프리에 큰 박수를 보낸다. F1이 한국에서 열리지 않았다면 눈앞에서 굉음과 타이어 태우는 냄새를 내뿜는 F1 머신을 어떻게 볼 수 있었겠는가. F1 코리아 그랑프리의 성공을 기원해본다.

르노삼성 SM3 레이싱카 & SM3 2.0
F1 시티 데모에 나온 SM3 레이싱카는 실제로 한국에서 열리는 CJ 오 슈퍼레이스 슈퍼 2000(에쓰오일 토탈 SM3 레이싱팀)에 출전 중이다. 흡배기를 보강해 190마력(튜닝제한 규정)을 내고 스포츠 서스펜션과 휠, 롤케이지, 버킷시트 등 레이스 사양으로 꾸며져 있다. 이 차의 베이스는 얼마 전 출시한 르노삼성 SM3 2.0. 지난 4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쇼카로 등장해 큰 관심을 받은 데 힘입어 10월 출시된 SM3 2.0은 2.0 CVTCⅡ 엔진을 얹고 서스펜션을 튜닝하는 등 주행성능을 좀 더 강화했다. 르노삼성이 최적화한 가솔린 2.0 엔진은 실용 영역대(3,7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도록 해 1.6과의 달리기 성능에 차이를 뒀다. SE20, LE20, RE20 등 3개의 트림으로 구성되고, 젊은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해 와인브라운 가죽시트, 신규 17인치 알로이 휠 등 프리미엄 장비를 더했다. 스포티한 SM3 2.0을 비롯해 앞으로 르노의 기술력을 담은 더 많은 스포티한 차들이 나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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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머신의 콕피트. 평수당 가격으로 보면 세계 최고일지도SM3 2.0 레이싱카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포뮬러 르노 2.0 머신도 주행 이벤트에 합세했다많은 관중들이 스마트 폰에 F1 머신의 짜릿한 파워를 담았다2009년 F1 GP에 출전한 르노 R29 머신. 최고출력이 750마력에 달한다 F1 머신 한 대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술자가 동행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