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포스를 키우는 방법 초를 다투는 승부의 미학을 본다
1999-11-28  |   11,657 읽음
F1머신이 시속 300km로 달리고 있을 때 갑자기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브레이크를 밟은 것도 아닌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급감속이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이를 1G(Gravity 중력 가속도)의 감속이라고 한다.
승용차로는 속도의 한계까지 끌어올린 후 시트벨트가 몸에 통증을 줄 정도로 브레이킹을 해도 1G를 넘는 일이 없다. 제트기가 이륙할 때의 가속이 0.2G이니 승용차를 타는 일반인은 평생 한 번 1G를 경험하는 일도 드물다.

액셀 페달에서 발을 뗀 바로 그 순간에 나타나는 G가 바로 공기의 역할을 보여주는 예다. 액셀 페달이 떨어지는 순간 공기의 벽이 앞을 가로막고 뒤에서는 엔진 파워가 밀어대 나타난 현상이다.

공기저항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차가 달릴 때의 바람소리 등이 바로 좋은 예로 공기저항계수가 낮을수록 연비가 좋아지는 등 공기와 차의 관계는 매우 크다. 트럭의 예를 들면 운전석과 짐칸을 잇는 윗부분에 레이싱카의 윙 같은 것이 있다.
에어 디플렉터라고 불리는 이것은 운전석과 짐칸의 틈에서 생기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제품이다. 에어 디플렉터의 효과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이것이 없는 상태로 시속 100km로 달리면 연비가 5~8% 정도 나쁘다고 한다. 공기는 차가 빨리 달릴수록 그 영향이 커지므로 경주차는 물론이고 많은 차들이 공기저항을 줄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

60년대 이전 공기저항 줄이는 것이 목적
윙 통해 다운포스 키우는 효과 알게 되어


레이스에서 공기저항을 가장 잘 이용한 테크닉이 바로 슬립 스트림인데 이것은 앞차의 꽁무니에 바싹 붙어 달리다 마지막 순간에 튀어나오며 앞차를 추월하는 것이다. 공기저항을 줄이는 방법은 레이스 분야에서 가장 발달해 왔다. 승리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경주차를 만들다가 공기를 제어하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 바로 다운포스다.
다운포스는 레이싱카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내리누르는 힘`이다. 즉 고속으로 달리는 차를 내리누르고 땅에 억지로 붙여 타이어의 그립력을 높임으로써 고속주행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다운포스가 큰 경주차일수록 고속주행 및 코너링 성능이 좋아 레이스에서 빨리 달릴 수 있다.

다운포스의 개념이 자리를 잡은 것은 1960년대로 이전에는 머신의 모양을 바꿔 공기저항을 줄이는 1차원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경주차에 다운포스가 도입된 것은 1966년 2시트카인 `2E`가 윙을 달면서부터다.
이 윙은 비행기 뒷날개를 뒤집어 단 것 같은 우스꽝스런 모습 때문에 효과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는 이가 많았지만 경기를 할수록 차가 빨라지고 우승까지 하자 윙의 실체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 윙이 머신을 내리눌러 코너링에서도 타이어를 지면에 꼭 붙여 고속 코너링을 도왔기 때문에 빨리 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윙은 곧바로 F1에 퍼졌고 68년에는 모든 팀이 윙을 단 경주차를 내보냈다. 하지만 윙의 높이가 1m를 넘어 고속 코너링중 부서지거나 파손되면 큰 사고가 일어났고 FIA는 곧 금지규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한 번 맛본 다운포스의 위력을 잊기는 것은 어려웠다. 1970년 로터스는 보디 전체를 에지형으로 해 윙 정도의 뛰어난 효과는 없지만 머신 전체의 다운포스를 얻는, 오늘날의 F1 머신과 비슷한 `타입72`를 경주차로 내보냈다.

70년대 후반 체프먼은 머신의 바닥을 평평하게 하고 양쪽에 사이드 스커트를 달고 그 안에 윙을 가둬 지면에 짝 달라붙는 강력한 다운포스를 얻었다. 이 머신을 윙카라고 하는데, 비행기가 착륙할 때 지면에 접근하면 날개와 지면 사이에 있는 공기 때문에 양력이 일어나는 것과는 반대로 지면에 닿을 정도로 만들어 효율성을 키운 방식이었다.

고속으로 코너링할 수 있게 된 이후로 서스펜션의 중요성이 커졌고 드라이버의 육체적인 부담도 늘어났다. 또한 사이드 스커트가 떨어져 나가면 다운포스가 없어져 머신이 곧 통제불능이 되어 큰 사고가 자주 일어났다. 이 때문에 82년에는 머신의 바닥을 평평하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도입되었다. 현재는 바닥이 평평한 경주차를 인정하고 있다.

포뮬러카에 비해 투어링카는 개조가 자유로운 GT카나 시판차에 가까운 경주차 모두 다운포스를 얻기 힘들다. 즉 625kg(드라이버가 탄 상태)인 포뮬러카가 시속 250km로 달리면 700∼800kg의 다운포스를 얻지만, GT카는 같은 속도에서 700∼900kg 정도의 다운포스를 얻는 것이 한계다. 900kg의 다운포스는 매우 큰 힘이지만 경주차의 무게가 1천400kg에 가깝다는 점을 생각하면 효율성이 뛰어난 것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투어링카의 다운포스를 얻기 어려운 이유는 머신은 바닥을 평평하게 해 서스펜션 암을 윙의 단면과 연결, 공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게 하는 반면 시판차는 바닥에 요철이 많아 저항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즉 밖으로 보이지 않는 요철이 투어링카에 공기저항을 준다는 뜻이다.

조금이라도 더 다운포스를 얻기 위해 투어링카들은 차 바닥으로 공기를 덜 보내는 방법으로 1970년대부터 프론트 스포일러를 달기 시작해 70년대 중반에 절정기에 이르렀는데 노멀차의 모습을 해치지 않는 범위까지였다. 그러나 이 규정은 시판차에 가까운 상태로 경쟁한다는 투어링카 레이스의 기본에서 벗어났으므로 1980년대 초 레이스에 출전할 수 있는 머신의 규정을 손질할 때 투어링카의 에어로파츠에 대한 제한이 더해져 현재의 BTCC 같은 윙의 제한규정이 생겨나게 되었다.

에어로파츠로 다운포스를 주는 것이 큰 효과를 볼 수 없게 되자 팀 관계자들은 바닥의 요철처리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데, 공기가 지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대신 빠르게 통과시키는방법을 연구해 프론트 스포일러 입구의 모양에 변화를 주어 공기 속도를 높였다. 국내 투어링카 경주차도 이런 방법을 쓰고 있다.

또 리어 윙과 스포일러로 다운포스를 얻기보다는 뒤쪽에 흐르는 공기의 와류를 줄이는 데 신경쓰고 있다. 프론트를 지나 리어쪽으로 흐르는 공기는 와류현상이 생겨 앞쪽에서 불어오는 공기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붙잡고 있는데 이때 리어윙이나 스포일러가 공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해주면 뒤에서 잡아당기는 듯한 현상이 줄어들고 그만큼 차가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최근 시판차 중에는 윙과 스포일러를 붙인 차가 눈에 띄게 많은데 국내에서는 단순한 멋의 개념으로 시작된 이 부품들이 외국에서는 각종 레이스를 통해 얻은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F1계에는 한때 6바퀴 경주차 등장해
현재는 코르크병의 원리를 많이 이용


확실하게 다운포스를 주는 윙은 포뮬러카 레이스에서 거의 생명줄과 같아서 디자이너는 서키트의 상황과 날씨 등을 고려해 몇 가지 타입을 준비한다. 고속에서는 작은 윙을 쓰고 저속에서는 큰 윙을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모나코 GP의 경우 낮은 스피드로 윙의 충분한 효과를 내기 위해 윙을 무겁고 길이가 길며 각도를 높여 만든다. 비가 올 때도 같은 방법을 쓴다. 이와 달리 호켄하미, 스파프랑코샹 등 고속 코스에서는 윙의 길이가 짧고 각도도 낮다. 지난해 페라리는 프론트와 리어 윙 이외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콕피트 양쪽에 윙을 달고 나왔다. 그러나 미적 감각과 안전성을 해친다는 이유를 들어 FIA가 이 윙의 사용을 금지했다.

포뮬러카는 타이어가 주는 공기저항도 크다. 경주차를 정면에서 보았을 때(정면도의 개념에서) 타이어는 머신의 가장 앞에 직사각형 형태로 놓여진다. 이 직사각형이 클수록 공기저항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주행중인 타이어는 회전하면서 공기의 흐름을 바꿔버린다. 비가 올 때 머신이 큰 물보라를 일으키는 것은 공기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다. 즉 경주차가 달릴 때 타이어는 뒤에서 앞으로 회전하면서 공기의 흐름을 바꿔 놓아 저항을 만드는데 이때 공기의 흐름을 일정하게 하는 것이 과제였다.

F1 컨스트럭처는 타이어의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많은 시도를 해왔다. 가장 눈여겨 볼만한 것은 1975~77년 티렐팀(지난해 F1에서 철수했다)이 선보인 6바퀴가 달린 경주차다. 티렐팀은 프론트 타이어를 아주 작게 해 프론트 노즈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직선은 물론 코너에서도 타이어의 그립력이 떨어져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바로 뒤에 똑같은 타이어를 넣어 앞쪽에만 양쪽으로 4바퀴를 두는 방식이다.
티렐은 이 차로 1회 우승을 거뒀고, 최초 2년 동안 톱의 대열을 달릴 수 있다. 이와 달리 윌리엄즈와 페라리 등은 뒤에 4바퀴를 달아 테스트했다. 앞타이어보다 저항이 큰 뒤타이어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티렐과 같은 방식(윌리엄즈)과 옆에 붙이는 방법을 썼다.

그 후 80년대 들어 코르크병의 원리가 머신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즉 타이어에 의해 어질러진 공기가 코르크병 모양을 한 머신의 좌우 사이드에서 리어 타이어 직전의 부분으로 빠져나가며 타이어에 부딪쳐 좌우로 나눠진 공기 중 머신의 안쪽으로 흐르는 공기의 유속을 높이는 방법으로 사이드 푼톤을 댄 것이다. 이 방법은 리어 윙과 머신의 아래쪽에 다는 디퓨저라는 에어로파츠의 효과를 높이는 데 유효했고, 현재 F1 머신 대부분에 쓰이고 있다.

F1 머신은 초를 다투는 승부의 미학에 몰두해 있다. 때문에 엔진의 성능을 높이는 것은 물론 각종 레이스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항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어로다이내믹에 대한 연구가 지금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바로 0.001초를 줄이기 위한 컨스트럭터즈의 땀과 노력이다. 모터 스포츠 팬들은 이 노력에 박수와 열광을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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