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체력 테스트 체력을 키우는 데도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2000-02-24  |   12,827 읽음
모든 스포츠 종목들은 반복되는 연습과 트레이닝을 통해 선수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무한대로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종목마다 요구되는 부분이 달라 자신이 선택한 종목이 신체의 어떤 부분을 발달시켜야 하는지 체크해야 한다. 무턱대고 운동만 열심히 해서 불필요한 부분을 발달시키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체조선수는 유연성에 초점을 두어야 하고 마라톤의 경우 다른 종목보다 폐활량이 커야 한다. 철인 3종경기는 신체 각 부분의 균형 있는 근육이 요구된다. 이에 대한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초체력 테스트로 모든 스포츠 선수들은 이 프로그램을 애용하고 있다.

드라이버도 체력 테스틀 받아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는 상태이고, 대부분의 드라이버들은 체계적인 체력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 자전거 타기나 아니면 수영으로 몸을 만드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비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체력관리에 소홀한 이유는 드라이빙을 하는 데 기본체력만 있으면 된다고 잘못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내 모터 스포츠 환경도 여기에 한몫 거들고 있다. 한 경기를 소화하는 데 20~ 30분이 걸려 체력소모가 한 시간 이상 운전해야 하는 F3, F3000, F1 등에 비해 덜하고, 서키트가 한 곳밖에 없어 이동시간과 서키트 적응훈련 등을 할 필요도 없다.


드라이버들이 레이스중 느끼는 피로
적당한 수준에서 레이스를 그만둘 생각이면 체계적인 체력관리는 사실 필요 없다. 하지만 목표를 해외로 잡고 있다면 체력단련 프로그램을 통해 몸을 만들어야 한다. 체력은 곧 바로 성적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국내에 소개되었던 F3 레이스를 보자. F3는 국제 포뮬러 경기 중 F1, F3000에 이어 가장 아랫급에 있다. 그럼에도 국내 드라이버들은 이 경주차에 육체적으로 적응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신체의 피로를 뼈저리게 절감했다.

이 경기에서 11위를 해 국내 드라이버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던 조경업은 "다리에 피가 쏠리고, 목의 통증과 손의 앙력 등이 떨어졌다"며 이 때문에 "레이스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예는 랠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96년 APRC 태국 랠리에 참전했던 임재서(리갈)의 경우 경기가 진행될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시차와 음식 등도 원인이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체력저하에 있었다.
세계 모터 스포츠의 정상에 서 있는 F1에서 활약한 일본 드라이버 우쿄 가타야마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랑프리에 처음 데뷔했을 때는 완주한 다음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물건을 쥐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목의 통증이 심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우쿄 가타야마는 F1에서는 평범한 드라이버였지만 이를 통해 국내 드라이버들이 나갈 길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즉 F1에 진출해 있을 때는 레이스를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춰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F1에 진출해서도 결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신체가 레이서에게 요구하는 조건
F1 드라이버가 되려면 어떤 신체조건을 갖춰야 할까. 우선 경주차의 운전석을 생각해 보자. 승용차의 운전석과는 다르게 몸에 꽉 끼여 불편하고 몸을 움직일 틈도 없다. 이 상태로 2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신체에 가해지는 충격들을 미리 예상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잡는 손(정확하게는 손아귀)과 팔뚝, 앞을 보며 달려야 하는 눈, 상체가 앞으로 쏠리면서 균형을 잡기 위한 목, 이를 지탱해 주기 위한 복근력 등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드라이버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헤비 레그(피가 다리에 쏠려 무거워지는 현상)`를 막기 위한 폐활량도 중요하다.

목의 근육이 왜 발달해야 하는가를 살펴보자. 자연적인 중력의 힘을 1G로 보면 시속 200km 이상 고속 코너링 때 드라이버의 몸에 전달되는 횡가속도의 압력은 3~ 4G 이상이 된다. 이 압력은 결국 목으로 막아야 한다. 일반도로를 운전할 때도 오랫동안 와인딩 로드를 달리면 곧 목이 뻑뻑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데 레이서들은 이 압력을 견디면서 근육이 발달하게 된다.

팔과 손은 레이스중 2시간 정도를 계속 움켜쥐고 있어야 하고 각종 계기들을 끊임없이 조작해야 한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고 팔과 손아귀 힘 그리고 어깨 근육이 발달하지 않으면 레이스를 마치고 난 후 가타야마 우쿄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드라이버들이 일반인과 가장 다르게 발달되어 있는 부분이 바로 눈이다. F1 드라이버들의 경우 일반인과 시력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시야, 초점심도, 거리측정의 명확성, 명암구분 능력 등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다 강한 빛을 쏘인 뒤 회복하는 능력은 놀라울 정도라는 것이다. 또한 고속으로 달리면서 먼 거리의 초점을 맞추거나 레이스 중 툭 터진 전방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50cm의 계기판을 확인해야 하는 능력 등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움직일 틈이 전혀 없을 것 같은 다리는 급한 브레이킹을 해야 하고 2시간 이상 운전하기 때문에 피가 다리로 몰리는 헤비 레그 증후군에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피를 빠르게 순환시켜줄 수 있는 폐활량이 요구되고, 무릎이나 장딴지 등의 근육이 발달하지 않으면 힘이 떨어져 콕피트를 빠져 나오는 순간 주저앉을 수도 있다.

드라이버에게 군살은 치명적이다. 체지방이 많으면 50℃를 넘는 콕피트에서 운전하다 보면 탈수현상이 나타나 피로를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드라이버들은 열에 강한 체질이 필요하다. 당연히 몸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인 체지방율이 낮을수록 유리하다. 일반인은 20% 정도이고 F1 드라이버들은 10%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체력 테스트가 필요한 이유
사람의 몸은 20세가 넘으면서 서서히 혈관과 세포들이 노화되면서 운동과 신경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것을 방치하면 그만큼 퇴화의 속도는 빨라진다. 운동은 퇴화를 늦추는 것은 물론 근육을 더 발달시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필수다.

하지만 비과학적인 운동을 통해서는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 수 없다. 다리 근육을 좋게 하기 위해 무조건 달리기를 하거나 지구력을 키우려고 오래 달리기 등을 하는 것은 이제 원시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인천광역시 시민체력센터의 유민화 운동처방사는 "모든 스포츠에 있어 표창대에 오르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고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우수한 선수는 가장 이상적으로 신체가 발달되어 있지만 평범한 선수는 이 부분이 소홀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 기초체력 검사를 받아 처방대로 할 경우 근육이 필요하게 발달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까. 이에 대해 유민화 운동처방사는 "2~3년이면 일반인도 톱클래스 선수의 70% 수준에 도달하고 운동선수는 우수선수와 같은 수준이 될 수도 있다"며 "체력이 갖춰진 후에는 컨디션과 집중력 등 개인의 능력차이가 승부를 결정짓게 된다"고 기초체력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다.체력 테스트는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는가
기초체력를 측정하기에 앞서 먼저 행해지는 것이 의학 검진으로 개인병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성인병에 관한 진료를 받게 되는데, 만일 내적인 질환을 갖고 있으면 선수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관문이다.

체력 테스트는 크게 세 가지로 진행된다. 첫째가 바로 기본체력을 알아볼 수 있는 것으로 키와 몸무게, 체지방을 측정한 다음 앙력, 민첩성, 순발력, 평형성, 근지구력 등 13가지 정도를 측정한다.

체력 테스트에 나선 예비 레이서들은 각 부분에서 자신의 연령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는 비슷한 또래와의 비교자료일 뿐이어서 의미가 없다. 즉 드라이버에게 요구되는 최대산소 섭취량, 앙력, 민첩성 등은 자신의 자료를 토대로 3~4개월 후 재측정해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살피게 된다.

두 번째는 근·관절 정밀검사로 허리와 무릎의 기능을 체크하는데 `헤비 레그` 증후군이 나타날 것을 감안할 때 매우 중요한 테스트다. 무릎과 다리 그리고 허리의 힘이 일정한 힘이 가해졌을 때도 매끄럽게 지속적으로 반응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으로 차고 당기기를 20회 정도 반복한다. 이 정도면 대부분의 테스트를 받는 사람들이 녹초가 된다.
세 번째는 운동능력 검사다. 흔히 스포츠 선수들이 테스트할 때 입에 산소 마스크를 물고 상체에 자석(센서가 달려 있어 컴퓨터를 통해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을 붙인 후 런닝 머신을 달리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운동능력 검사에서는 심장 박동수의 변화와 산소 섭취량 그리고 맥박을 재는데 런닝 머신은 다섯 단계로 조절된다. 걷기, 빨리 걷기, 뛰기, 조금 빨리 뛰기, 빨리 뛰기를 통해 산소를 흡수해서 얼마만큼의 운동능력으로 발산하는가를 측정하는 것이다.

오래 그리고 빨리 뛸 수 있다는 것은 심폐 지구력이 튼튼함은 물론 모든 근육(다리, 팔, 어깨, 허리 등)이 고루 발달되어 있다는 증거다.

이런 테스트는 1시간 30분 정도면 모두 끝나는데 한 번만 받아서는 소용이 없다.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운동처방사의 처방을 받은 후 3~4개월(이 기간이 운동한 결과가 나타나는 시기라고 한다) 주기로 재테스트를 받아 근육을 발달시켜야 한다.

취재 협조: 인천광역시 시민체력센터 ☎ (032)468~ 8911~ 3

"체력이 없으면 정신력도 없다"

이명목<레이서>
국내에서 투어링카A와 포뮬러 1800을 동시에 타는 이명목은 지난해 인터내셔널 F3 코리아 그랑프리를 통해 많은 경험을 했다. 국내 경기에서는 두 클래스를 20분 간격으로 뛰어도 별 피로를 느끼지 못했던 그가 훌륭한 드라이버가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은 바로 체력이란 것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는 경주차의 파워가 떨어지고 경기장도 고속 코너가 아닌 저속 테크니컬 코스여서 힘이 덜 든다. 이 때문에 20분 간격으로 레이스를 해도 피곤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속도가 빠른 F3 경주차는 직선로에서 헬멧에 오는 공기저항을 목으로 견뎌야하고, 코너에서는 G 포스가 괴롭혀 멍한 상태로 만든다. 이것을 견디기 위해 온 몸에 힘을 주다보면 드라이빙에 신경을 뺏기게 된다."

이명목은 그동안 즐겼던 술과 담배를 자제하고 있다. 술과 담배는 신체의 밸런스를 무너뜨려 집중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근력과 지구력을 기르고 있다.

"드라이빙 테크닉은 체력으로부터 나온다. 기초체력이 떨어지면 한 두 바퀴 정도는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다음부터는 체력저하를 느끼면서 집중력이 떨어질 것이다. 처음과 끝이 같도록 체력을 튼튼히 해야 한다. 체력이 없으면 정신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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