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레이서, 그 매력적인 세계에 도전장을 던진다 입구는 넓지만 출구는 매우 좁다
2000-02-24  |   10,187 읽음
최근 `어떻게 하면 레이서가 될 수 있는가. 조건은 무엇인가`를 묻는 전화가 많아졌다. 모터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증거로 모터 스포츠 발전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독자들의 문의를 모아 레이서가 되는 방법과 그 과정의 걸림돌들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직업인으로서의 카 레이서

레이서는 특정 팀을 위해 뛰면서 대가를 받는 전문 직업인이다. 능력에 따라서는 수십, 수백억 원의 연봉을 받기도 한다. 세계 모터 스포츠의 최고봉인 F1 그랑프리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F1 그랑프리에서 활동하는 드라이버 중 최저 연봉은 G. 피지켈라로 10억 원 정도를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M. 슈마허의 연봉은 피지켈라보다 무려 60배나 많은 600억 원을 받고 있고 F1 드라이버 `톱 5`의 평균 연봉은 180억 원이나 된다.

돈을 엄청나게 잘 버는 직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슈마허를 비롯한 `톱 5`는 몇 억 분의 1 에서 나온 수치일 뿐 F1에 진출하지 못한 대부분의 드라이버들은 가벼운 주머니를 털고 있기에 지나친 환상은 금물이다.

국내 상황도 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몇 년 전부터 프로팀이 생겨 몇몇 드라이버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레이스를 하고 있지만 월급은 알려진 것보다 많지 않다. 카맨파크 레이싱팀에서 우수 드라이버들을 대거 영입해 연봉 1억 원 이상의 고소득자가 나오고 있는 정도다.

이들 프로팀 이외의 레이서들은 대부분 소규모 후원이나 물품지원을 받으며 부업을 갖고 뛰고 있다.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레이서가 되려 한다면 포기하는 것이 좋다. 돈을 벌기는 고사하고 처음에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중도에서 포기할 경우 입게 되는 금전적, 정신적인 피해는 매우 크다.

그러나 스피드의 쾌감과 우렁찬 배기음에 혼을 빼앗겨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싶다면 레이서의 길을 택해도 좋다. 국내에는 현재 70여 개 팀에 500명 정도가 드라이버로 등록되어 있고, 이들 중 150여 명(오프로드 포함)이 정기적으로 레이스에 참가하고 있다.


누구나 카 레이서가 될 수 있다
레이서 되기는 쉽다.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고, 과정도 어렵지 않다. 나이도 상관없다.
물론 어릴 때 시작하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 외국의 유명 드라이버들은 대부분이 10세(이르면 4~5세) 전후에 모터 스포츠에 입문해 계단을 오르듯 카트, 포뮬러 1600, F3, F3000을 거쳐 F1 무대에 입성했다. 하지만 국내 레이스 참가가 목적이라면 나이가 몇이라도 좋다. 신체가 건강한 사람은 의욕만 있으면 된다.

운전면허증이 없어도 된다. 1~2년 전만 해도 레이서가 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했고, 운전면허증을 딸 수 없는 18세 미만 중고등학생에게는 길이 없었다. 그러나 98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가 운전면허증이 필요 없는 카트 프로그램을 내놓은 이후 18세 미만도 운전면허증과 상관없이 레이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발보린 코리아도 청소년을 위한 카트 프로그램을 운영중이고, 올해 3월 말이나 4월 초에는 울산광역시에 카트 전용경기장인 코리아 스피드웨이가 들어설 예정이며, 쏠렉스도 카트장을 짓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카트로 레이스를 익히는 청소년도 꾸준히 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김동은을 비롯해 민현기(17) 등 10여 명이 미래의 레이서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카트는 일반 레이스에 비해 값도 싸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관심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라이센스 취득

카 레이서가 되려면 한국자동차경주협회와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가 발행하는 라이센스가 있어야 한다.

협회가 발행하는 라이센스를 받으면 회원으로 등록된다. 발급비는 7만 원이고, 참가신청서와 운전면허증 사본, 주민등록증 사본 등 서류를 준비해 등록신청을 하면 일정 기간의 교육을 통해 C급 라이센스를 발급한다. 이 라이센스로 원메이크 클래스에 출전할 수 있다. 소속팀에서 개최한, KARA가 인정한 클로즈드 경기에 출전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팀 대표가 인정하는 증명서가 첨부되어야 한다.

KARA가 인정한 강습회를 수강해도 라이센스를 받게 된다. 이밖에 KARA가 공인한 팀과 특별단체의 추천을 받으면 국내 C, B, A 라이센스가 나오고, 국제 라이센스가 있어도 스포츠국의 심사를 받아 국내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라이센스의 승급은 KARA 규정에 의해 제한하고 있다. 국내 A라이센스로는 F3000까지 참가할 수 있고 F1에서 뛰려면 FIA가 발급하는 수퍼A 라이센스가 있어야 한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라이센스는 A와 B 두 가지다. A는 곧바로 원메이크나 투어링카 클래스에 참가할 수 있지만 B는 스포츠 주행과 신인전만 뛸 수 있다. 등급을 올리려면 신체검사서를 제출한 후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 스피드웨이 라이센스는 매달 둘째, 네쨋주 일요일 시험을 치러 발급한다.

취득과정은 스피드웨이 관제위원장의 강의, 강의 내용을 묻는 필기시험 그리고 모터 스포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레이서와의 대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필기시험은 강의 내용 중 서키트의 안전규정과 각종 깃발의 용도에 대한 내용이다.

필기 테스트는 70점 이상을 얻어야만 합격할 수 있다. 통과하지 못하면 오후에 수강을 다시 받고 재시험(이 과정에서 대부분 통과하지만 계속 탈락하면 합격할 때까지 시험을 볼 수 있다)을 본다.


경기 출전과 레이싱팀 입단

라이센스를 발급 받았으면 레이스에 도전해 보자. 지난해부터 온로드와 오프로드에 신인전이 신설되면서 예전처럼 레이싱팀에 입단하지 않고도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신인전은 개조의 범위가 적어 자동차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사람이면 스스로 차를 세팅해 참가할 수 있다.
온로드 신인전의 경우 배기량 2천cc 이하의 튜닝하지 않은 양산차가 출전하는데 최소한의 안전규정(시트를 떼어내지 않고 롤케이지를 달면 된다)을 갖추고 레이서는 헬멧, 수트, 슈즈, 장갑 등 안전복장을 갖추면 된다. 연습비는 1타임(20분)에 5천 원이다.
본격적으로 경주에 출전하려면 레이싱팀에 입단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요즘은 팀에 입단하기가 예전처럼 쉽지 않다. 온로드 레이싱 팀은 대부분 팀장이 레이스에 출전하고 있어, 팀원들에게 신경 쓸 틈이 없기 때문에 회원가입을 꺼리고 있다. 오일뱅크, 인디고, 카맨파크, 제임스딘 등의 프로팀은 1:1 면접을 통해 드라이버를 선발하는데 원메이크 등에서 가능성이 보여야만 면접 대상이 된다.

그렇다고 레이싱팀에 입단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스컴에 심심치 않게 오르내리는 아마추어 레이싱팀의 연락처(본지 주소록 참조)를 알아내 전화상으로 팀 입단을 타진한다. 패기 있게 정면돌파해 팀장의 면접을 거치면 팀원이 될 수 있다. 면접 때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스피드보다 인간미를 강조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언론이나 KARA 그리고 스피드웨이 등으로 연락해 회원모집하는 팀을 알아볼 수도 있다.

목표를 정해야 한다

레이싱 팀에 가입했다면 어느 클래스에서 뛸 지 목표를 정해야 한다. 국내 레이스는 크게 온로드와 오프로드로 구분되고 온로드는 투어링카와 포뮬러, 오프로드는 스프린트 레이스와 랠리로 나뉜다. 레이서로 성공을 거두려면 온로드를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온로드는 오프로드에 비해 레이스가 꾸준하게 열리고, 상위 클래스로 진출할 수 있는 폭이 매우 크다. 투어링카의 경우 GT, 르망 24시간 등이 있고, 포뮬러는 F3, F3000, F1 등으로 뻗어갈 수 있다.

이에 비해 오프로드는 국내에서 특수하게 파생된 레이스 방식이고, 랠리는 1년에 1~ 2차례 정도여서 프로 레이서로 커 나가기에는 부족하다. 다만 해외 무대와 국내에서 APRC, WRC 등 국제대회를 개최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J. 칸쿠넨이나 T. 마키넨 등 랠리에서 고액을 벌어들이는 스타들도 있다.

모터 스포츠는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타난다. 즉 경주차의 세팅, 연습, 출전, 부품조달 능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1995년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가 첫 공식시합을 했을 때는 참가자가 100여 명이 넘었지만 현재는 60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초기의 선수들이 대개는 경제력 부족으로 서키트를 떠났다. 또 자질이 뛰어나도 연습량이 부족하거나 경주차의 성능이 경쟁자에 뒤지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즉 경제력과 연습량이 승패를 좌우한다는 얘기다.

레이스를 하는 데 드는 1년 예산을 보면 포뮬러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돈이 덜 드는 투어링카를 선택할 경우 경주차의 개조를 거의 하지 않는 신인전도 보디 튜닝, 롤케이지 제작비 등으로 200만 원 이상이 든다. 여기에다 1타임 연습비 5천 원(하루 평균 4타임 이상 탄다), 기름 3만 원, 타이어, 엔진오일(최고급 오일을 쓴다), 출전비 15만 원 등을 포함하면 1년(올 시즌 7경기 기준)에 2~3천만 원이 든다.
테크닉을 배울 수 있는 드라이빙 스쿨

예전에는 짐카나 경기가 자주 열려 테크닉을 갈고 다듬는 장이 되었지만 현재는 짐카나 대회를 여는 곳이 없어 카맨파크의 드라이빙 스쿨 정도가 테크닉을 쌓을 창구다. 카맨파크 드라이빙 스쿨은 초, 중, 고급과정으로 나뉘고 이에 따라 교육내용도 달라진다. 초급은 방어운전, 중급은 스포츠 드라이빙, 고급은 선수로 활동하기 위한 카운터 스티어 2단계, 클리핑 포인트 공략법 등을 배운다. 중급과 고급 과정을 수료하면 한국자동차경주협회 드라이버 라이센스B를 받는다.

외국에서는 누구나 쉽게 싼 값으로 테크닉을 익히는 레이싱 스쿨이 활기를 띠고 있다. 외국의 레이싱 스쿨은 은퇴한 드라이버가 학교를 세우고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예가 많다. 미국의 스킵 바버와 보브 듀란트, 영국의 짐 러셀, 프랑스의 윈필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레이싱 스쿨(포뮬러 기준)은 입문→상급→테스트→스쿨 선수권으로 이뤄진다. 입문 코스는 3일 동안의 훈련을 받는데 브레이킹, 기어변환, 주행라인, 규칙 등과 함께 레이스의 본질인 컨트롤이 무엇인가를 배운다. 비용은 200만 원(현지인 기준, 국내에서 갈 경우 500만 원 이상) 정도가 든다.

상급 코스는 윙이 달린 차를 사용하는데 입문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계적으로 스피드를 높이면서 추월, 스타트, 집중력 향상 등 실전에 필요한 테크닉을 가르친다. 테스트는 입문코스와 상급코스에서 배운 것을 꼬박 하루에 걸쳐 복습하는데 스피드를 더 내고 한 차원 높은 컨트롤을 익힌다. 이런 과정을 마치면 수강생들끼리 레이스를 하는데 보통 각 ASN이 정식 국내 레이스로 인정하고 있다.

국내 드라이버들 중에도 외국 레이싱 스쿨을 다녀온 이가 많다. 하지만 이들 중 몇 명만 국내 레이스에서 뛰는 실정이고 나머지는 다른 길을 걷고 있어, 외국의 레이싱 스쿨이 레이서의 길에 꼭 도움되는 것만은 아니다. 외국 레이싱 스쿨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장학생으로 뽑혀 프로 레이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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