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진·김의수·박정룡·조경업-올 시즌 챔피언 파츠를 다툴 4명의 드라이버 한국 모터챔피언십
2000-05-29  |   8,351 읽음
2관왕 찍고, 일본 F3 풀시트 확보한다
윤세진(오일뱅크)

윤세진. 그를 알고 있는 이라면 `대단하다`라는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가 국내 모터 스포츠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 95년 오일뱅크의 유니폼을 입고 레이서의 인생을 시작한 윤세진은 95년 투어링카B 2위, 96년 투어링카B 챔피언, 97년 투어링카A 3위, 98년 투어링카A 챔피언, 포뮬러 1800 2위를 했다. 최고의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셈이다. 지난 시즌 윤세진은 뜻하지 않는 부상으로 챔피언십 경쟁에서 일찌감치 탈락했지만 부상의 후유증을 딛고 두 차례나 우승컵을 안는 등 `역시`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기도 했다.

GT, 포뮬러 1800 동시제패 야망
일본 F3 풀시트 진출을 목표로


스토브리그에서 윤세진은 한 차례 스카우트 파동을 겪은 후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 개막전에서 값진 승리를 거뒀다. 계약과정에서 윤세진은 자진의 존재에 걸맞는 대우를 요구했고, 그 결과 오일뱅크 측으로부터 3년 동안 5억 원을 받아냈다. 이는 국내 최고 연봉으로 이후 다른 드라이버들의 몸값도 덩달아 뛰었다.
`앞으로 더 많은 팀들이 생길 것이고 자연스럽게 드라이버 품귀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레이스를 포기해도 좋다는 마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배경에는 오일뱅크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고, 신생팀의 스카우트 경쟁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드라이버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레이스에만 전념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개막전이 끝난 뒤 윤세진은 `올해는 GT와 포뮬러 1800 클래스를 잡아 2관왕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타이틀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하지만 그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GT 클래스는 김의수, 요코바오시 나오키(인디고)에 이어 팀 메이트인 장순호가 기회를 엿보고 있다.

경기 경험이나 노련미에서는 윤세진이 앞선 평가를 받지만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이들의 공세를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시리즈 챔피언을 바라볼 수 있다.
포뮬러 1800은 조경업(인디고)과 이명목(벤투스)이 윤세진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개막전에서 타이어 적응에 실패해 쉽게 선두를 내주었던 조경업은 레이스를 거듭할수록 멋진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명목도 윤세진에게는 버거운 상대일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라이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드라이버가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차이가 줄었다. 그만큼 경쟁이 더 치열해졌기에 더 재미있는 레이스가 될 것 같다.`
윤세진은 올 시즌 일본 F3 챔피언십에 3차례 참가 후 11월 경상남도 창원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F3 코리아 그랑프리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이를 위해 제3전이 끝나는 5월 중순 일본으로 건너갈 계획이다. 올해 성적에 따른 다음 시즌 일본 F3 풀 시트에 대한 욕심도 놓지 않았다.

꼭 팀에 우승컵을 바치겠다
김의수(인디고)

자그마한 키에 가냘픈 몸매, 앳되어 보이기까지 하는 얼굴에 `레이서`를 그려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빙산의 일각일 뿐 레이서 김의수는 다부지다. 타고난 근성에다 동물적인 드라이빙 감각을 갖고 데뷔 첫해 톱 드라이버의 대열에 뛰어올랐고, 올 시즌은 GT 레이스 우승컵에 도전하고 있다.
김의수가 운전대를 잡은 것은 93년 청포대 레이스 대우전. 95~96년 연속으로 투어링카B 챔피언십을 따낸 후 98년 온로드 투어링카B에 데뷔했다. 이글과 인터내셔널을 거친 그는 지난해 인디고의 유니폼을 입으면서 투어링카A 풀시트를 꿰찼고, 종합성적은 3위. 성공적인 데뷔전이었고 장순호, 이준호와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다.

데뷔 1년만에 그것도 온로드가 아닌 오프로드에서 다듬은 테크닉으로 눈에 띄는 전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끈질긴 승부근성 때문이다. 김의수는 에버랜드에서 연습이 끝난 후 미캐닉과 경주차 세팅에 손발을 맞추느라 밤샘작업을 하기 일쑤다.
`드라이버가 경주차를 몸의 일부로 만들지 못하면 레이스에 나설 필요도 없다. 빠르게 적응하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경주차의 속을 들여다보며 파악하는 것이 가장 좋고, 여기에서 재미를 찾는다. 다만 레이스를 바로 앞둔 시점에서는 숙면을 취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한다.`
현재 김의수의 가장 큰 고민은 GT카 적응력. 이미 개막전에서 지난해보다 훨씬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음에도 정작 본인은 `아직은 아니다`고 고개를 젓는다. 이런 그의 몰입은 지기 싫어하는 승부근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팀에 꼭 우승컵을 바쳐야겠다는 결심이 서 있기 때문이다.

`GT카는 투어링카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난다. 투어링카A는 실수를 해도 곧 바로잡을 수 있지만 250마력 엔진에 맞물린 6단 시퀀셜 트랜스미션은 이를 용납하지 않아 실수는 곧 리타이어를 뜻한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니 과감한 드라이빙을 할 수 없는 등 기량을 못 보여주는 것 같다.`
김의수는 GT카를 자신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 타이어, 파워에 따른 기어비 등 세팅 찾기에 노력하고 있다. 그가 밝힌 세팅 기간은 6개월. 이 기간 동안은 팀의 작전에 따라 승패가 엇갈릴 것이고, 그 후에야 드라이버의 테크닉이 승패를 결정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개인적인 욕심도 크지만 팀에 보답하기 위해 올해는 꼭 챔피언이 되고 싶다. 자만하지 않고 노력해 시즌 타이틀을 팀에 바치겠다.`
자신을 포함해 서키트를 달리는 모든 이가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김의수는 장순호(오일뱅크)를 가장 좋아한다. 온화한 성격임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으로 발전을 보여주는 모습이 좋기 때문이다. 박정룡(MBC 카맨라이온)은 가장 존경하는 선배다.국내 모터 스포츠의 기록창고
박정룡(MBC 카맨라이온)

레이스에 참가하는 것 자체만으로 한국 모터 스포츠의 역사를 새로 쓰게 하는 박정룡은 올 시즌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95년 한국 모터챔피언십 시리즈 원년 타이틀을 따낸 후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해 내리막길을 걸은 고난의 세월. 하지만 지난해 제8전을 기점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올 시즌 가장 강력한 투어링카A 챔피언 후보로 자리를 잡았다.
박정룡이 제2의 전성기를 노래하고 있는 것은 `카맨파크`라는 든든한 후원자 덕분이다. 지난해 카맨파크를 만나면서 박정룡은 물을 만난 고기처럼 제8~10전 3연속 PP를 기록하는 등 서키트를 휘어잡고 있다.


시즌 중반 GT와의 갈림길에 설 듯
달릴 수 있는 한 운전대 놓지 않는다


여기에다 박정룡은 오프로드 최종전, 스노 레이스 그리고 한국 모터챔피언십 시리즈 개막전을 잡으며 4연승으로 팀 상금만 7천500만 원을 챙기는 등 어느 해보다 사기가 올라 있다.
`95년 이후 성적이 좋지 않아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상태가 이러니 경기가 잘 풀릴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지난해 카맨파크를 만나 레이스에만 전념하면서 꼬였던 실타래가 술술 풀리고 있다. 시리즈 챔피언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나 시리즈 챔피언은 가시밭길이다. 제5전부터 드라이버의 성적에 따라 팀이 일부 드라이버를 GT 클래스로 승급시킬 계획을 갖고 있어서다. 여기에 박정룡이 해당된다면 시즌 중 클래스를 바꿔야 하고 그렇게 되면 5년만에 도전장을 던진 타이틀은 물 건너간다.

`현재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한 후 때가 되면 팀의 지시에 따르겠다. 투어링카A 챔피언십에 애착이 가지만 더 높은 클래스에서 겨뤄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불혹을 넘겼음에도 은퇴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박정룡은 달릴 수 없을 때까지 운전대를 놓지 않을 예정이고, 전문 드라이버를 체계적으로 길러낼 수 있는 드라이빙 스쿨을 여는 것이 목표다.
`국내 모터 스포츠가 외국처럼 활성화되고 팀 감독의 역할이 커지면 지도자의 길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감독의 역할이 드라이버보다 못한 경우가 많아 드라이버 이외는 생각하지 않는다.`

87년 3월 영종도 레이스에서 데뷔한 박정룡은 국내 모터 스포츠 역사의 기록창고다. 톱클래스 출전기록은 물론 온로드, 오프로드, 투어링카A, 랠리에 이어 스노 레이스까지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톱클래스를 잡은 드라이버는 여럿 있었지만 스노 레이스와 랠리까지 우승한 이는 박정룡이 유일하다.
올 시즌 그가 투어링카A 시리즈 챔피언십을 따내면 `최고령 챔피언`이라는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외국에서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
조경업(인디고)

97년 국내 포뮬러 1800의 출범은 호주에서 포뮬러 포드 드라이버로 활동하던 조경업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계기가 되었다. 조경업의 이름이 국내에 알려진 것은 본지 95년 11월호를 통해서다. 본지가 호주에서의 그의 활동을 알리자 곧 국내 모터 스포츠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이들과의 접촉을 통해 97년 중반 국내 포뮬러 1800에 첫발을 디뎠다. 국내로 돌아온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 없이 레이스를 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팀의 경제적인 사정과 코스 적응력 부족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다.

인디고 팀으로 이적하면서 빛 발해
윤세진, 이명목이 강력한 라이벌


98년 인디고팀으로 이적하면서 조경업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시즌 중반에 투입되었으면서도 종합 4위, 그리고 지난 시즌에는 최종전까지 가는 치열한 타이틀 경쟁에서 아쉬운 2위로 만족해야 했다.
올 시즌 개막전에서 조경업은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답게 윤세진에 이어 2위. 경주차 규정에 큰 변화가 없음에도 1위와의 접전보다는 안정적인 달리기에 주력했던 이유는 타이어를 한국타이어로 바꾸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욕심을 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타이어에 적응이 덜 되어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현재(제2전을 앞두고)는 세팅이 마무리 단계여서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시리즈 챔피언을 품에 안겠다.`

사실 시리즈 챔피언은 조경업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국진출 3년차인 데다 지난 시즌 신일성(오일뱅크)과의 경쟁에서 아쉽게 타이틀을 놓쳤기에 올해는 더 욕심이 난다. 하지만 올 시즌 라이벌 중 윤세진과 이명목은 여간 버거운 상대가 아니어서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의 또 다른 목표는 인터내셔널 F3 코리아 그랑프리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외국 F3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것이다. 조경업은 지난해 세계의 톱 드라이버들과 어깨를 맞대는 종합 11위를 해 기량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외국 레이스에 진출하고 싶다. 외국 드라이버들과 경쟁해 실력을 인정받는다면 나 자신은 물론 국내 모터 스포츠 팬들도 통쾌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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