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데뷔 후 최고의 성적 올리다 제6전-참가차 두 대 7, 8위로 골라인 통과
2000-06-29  |   5,899 읽음
축구와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대평원으로 널리 알려진 남아메리카의 아르헨티나에서 지난 5월 11~14일 4일 동안 열린 WRC 제6전 아르헨티나 랠리(2000 Rally Argentina)는 한국 모터 스포츠 사상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무대였다.

두 타이틀에서 첫 득점 올리는 개가
A. 맥레이 경주차 적응력 숙성 단계


현대-캐스트롤 월드 랠리팀(Hyundai Castrol World Rally Team. 이하 현대팀)의 A. 맥레이가 베르나 월드 랠리카로 WRC 드라이버 및 매뉴팩처러즈 부문에서 포인트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현대팀은 지난 2월, 제2전 스웨덴 랠리에서 참가차 2대가 모두 완주하는 전례 없는 성공적인 데뷔를 거뒀다. 이후 세계 최강이 겨루는 `월드 랠리카 클래스`에 참가해 네 번째 경기에 두 대가 완주하며 나란히 7, 8위로 톱10에 진입, 올 시즌 첫 WRC 시리즈 포인트 1점을 챙기며 본격적인 포인트 쌓기에 돌입했다.

포드, 미쓰비시, 푸조 등 월드 랠리 상위권 메이커가 볼 때 현대팀의 1포인트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1991년 한국 자동차업체로는 처음으로 호주 랠리에 엘란트라로 비개조 부문에 참가한 이래 10년만에 월드 랠리 클래스에서 포인트를 획득한 현대팀에게는 남다른 감회가 있는 사건이다.
세계 최정상의 월드 랠리카는 현대팀이 지난 시절 호주 랠리나 아시아 퍼시픽 랠리에 참가할 당시만 해도 필자를 비롯한 랠리팀 전원이 `우리는 언제 한 번 저런 차로 최고 클래스에 참가해 보나`라고 할 정도로 동경의 대상이었다. 기술력, 자본력, 월드 랠리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지 않았던 당시의 현대팀 일원으로서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던 생각이었다.

그런 동경의 대상이던 월드 랠리카 부문에 참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포인트까지 얻었으니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여기에다 빠른 시간에 월드 랠리 우승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이번 대회에서 현대팀 세컨드 드라이버인 A. 맥레이는 시종일관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쳐 첫 포인트를 올렸다. 그는 F2클래스 출전 경험은 풍부했지만 월드 랠리카를 몰아보지 못해 시즌 초반 포르투갈, 스페인 등에서 경주차 적응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랠리에서는 침착하고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쳐 경주차 적응도 숙성 단계에 들어섰음을 입증했다.

한편 에이스 드라이버 K. 에릭슨은 경기 종료 후 "자신의 20여 년의 랠리 드라이버 생활 중 가장 힘든 경기 중 하나"라고 말할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초반 관중들이 심심풀이로 던진 돌에 경주차가 망가지고, 파워 스피어링이 고장나는 등 잇따른 불운으로 한때 21위까지 추락해 팀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중도에서 포기하지 않고 사력을 다해 8위로 레이스를 마쳐 현지 관중들과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따낸 8위는 A. 맥레이의 7위만큼 값진 것이었다.

K. 에릭슨, 프론트 글라스 깨지는 불운
그리스 랠리에서 5위권 진입을 목표로


경기 초반 술에 취한 일부 관중의 투석으로 깨진 앞 유리창은 에릭슨의 불운을 알리는 서곡이었다. 깨졌기에 앞을 잘 못보고 이로 인해 코드라이버도 눈에 유리조각이 들어가는 부상을 당해 에릭슨의 속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더욱 큰 문제는 깨진 프론트 글라스를 교체할 예비용도 운송과정에서 파손되어 베르나의 유리창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아르헨티나는 운송 및 통관이 아주 열악해 이번 대회에서도 레이스 전까지 정비부품이 도착하지 않아 독일의 유명 드라이버 U. 니텔(미쓰비시 랜서)등 3~4팀이 경기참가를 포기했다).

일반용 프론트 글라스로 바꾸면 기후에 따라 치명적인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어 매우 위험한 결정이었지만 달리 대안이 없었다(랠리카의 프론트 글라스는 일반 차와는 달리 글라스 내부에 눈에 보이지 않는 열선이 있어 눈비가 오거나 안개가 심하게 끼었을 때 시야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
불길한 예감은 늘 적중하기 마련이어서 다음날부터 안개가 끼고 비가 오는 날씨로 돌변해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는 경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시야확보를 위해 유리창 닦기 바빴고 당연히 순위는 자꾸만 떨어졌다. 이에 대한 대비책을 연구하던 현대팀은 궁여지책으로 깨진 유리창의 조각을 모아서 강력 접착제와 압축 테이프로 재생해 간신히 위기를 넘기고 8위로 골인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경기가 펼쳐진 코르도바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서북부지역에 있는 중심도시로 광활한 대평원과 안데스 산맥이 만나는 접경지역에 있다. 평지와 산악 코스가 혼합된 다양한 노면조건이 특징이다. 올해 20주년을 맞는 WRC 이벤트는 아메리카 대륙 유일의 경주로 이번 대회에만 120만 명 이상의 관중이 경기를 관람했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현대팀은 아르헨티나에서의 선전 여세를 몰아 WRC 14전 중 가장 험한 랠리로 유명한 그리스 랠리(6월18~21일)에 5위권 진입을 목표로 참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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