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2018-07-30  |   32,684 읽음

CAR NEEDS COOL COOL~

폭염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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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8월, ‘내 차’들은 안녕하십니까?


벌써 말썽이다. 땡볕에 열 받은 대시보드 위 스마트폰 GPS가 고속도로를 벗어나 옆 야산을 시속 100km로 질주한다. 작년 이맘때에도 스마트폰 GPS가 순간이동을 멈추질 않길래 CPU를 통으로 바꿨건만, 또 이러는 걸 보니 더위 먹으면 ‘점퍼’가 되는 모양이다. 이처럼 기계도, 사람도 정신줄을 놓는 무더위의 계절. 자동차도 예외는 없다. 여름철 폭염이 불러온 자동차 사건 사고를 소개한다.


녹아내리는 더위에 진짜 녹았다

작열하는 태양에 차가 녹았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철판은 당연히 끄떡없고, 80~90℃ 열처리 도장 공정을 견뎌낸 범퍼 등 플라스틱 부품이 높아야 표면 온도 60℃ 정도에 불과할 햇볕에 녹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그 어처구니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 2013년 9월 영국 런던에 주차된 재규어 XJ의 플라스틱 부품이 녹았다. 원인은 주변에 있던 빌딩. 오목하게 패인 모양의 ‘워키토키(Walkie Talkie)’ 빌딩이 태양 빛을 한곳으로 모으는 바람에 XJ의 C필러 덮개와 사이드미러 커버, 재규어 엠블럼이 녹아내렸다. 당시 빌딩 건축주가 수리비를 물어주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건축물 빛 반사 설계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한편, 이 외에도 차가 땡볕에 녹아내렸다는 사진이 종종 인터넷에 떠돌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거짓으로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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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한 면으로 빛을 모아 ‘눈뽕’을 선사하는 런던 워키토키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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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XJ. 사고 차는 뒷유리 옆 기둥을 감싼 검은색 플라스틱 덮개가 녹았다  


땅이 바뀐다

SF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폭염 때문에 주행 중 실제로 갑자기 도로가 솟아오르는 경우도 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6월 24일 오후 2시 30분경 부산-울산 고속도로에서 도로가 솟아올라, 그 위를 지나던 45대 자동차의 타이어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유는 교각 상판 콘크리트가 늘어나 서로 밀어내는 바람에 날카로운 이음새가 솟아올랐기 때문. 당시 한낮 최고 기온 36℃였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10년간 더 높은 온도도 버텨냈던 도로가 갑자기 솟아오른 이유로 온도보다는 지난해 12월 새로이 설치한 이음새의 부실시공 가능성을 제기한다. 원래 모든 교량의 이음장치는 콘크리트 열팽창 범위보다 20% 높게 설정돼, 팽창으로 솟아오르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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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울산 고속도로에서 교각 이음새가 솟아 타이어가 파손됐다  


폭염 땐 아스팔트 주름도 더욱 깊어진다. 뜨거운 땡볕 때문에 물렁물렁해진 아스팔트 위를 무거운 차가 지나면 도로가 밀리면서 주름살이 생긴다. 전문가 설명에 따르면 아스팔트는 열을 쉽게 흡수하면서도 열전도율은 낮아 변형이 불가피하다고. 이에 열에 강한 개량 아스팔트가 나왔지만 단가가 비싸 변형이 심한 곳에만 부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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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때문에 아스팔트가 물렁물렁해진 상태에서 무거운 차가 지나가면 아스팔트가 변형된다  


‘펑펑’ 터지다

내 키만 빼고 뭐든지 늘어나는 여름. 자동차도 압력이 가득 차면서 이것저것 폭발한다. 지난 2016년 여름 충북 진천에선 땡볕에 주차된 기아 스포티지(2007년식) 뒷 유리창이 별안간 폭발했다. 당시 이 차의 수리를 맡은 정비사는 “오랜 기간 유리에 쌓인 스트레스 때문에 미미한 균열이 진행된 상황에서 뜨거운 태양열을 견디지 못하고 깨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스포티지의 유리창을 들어 올리는 가스식 리프트에 압력이 차올라 깨졌을 가능성, 유리 불량 가능성 등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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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에 찍힌 기아 스포티지(2007년식) 뒷유리창이 깨진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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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지 뒷유리창에 가스식 리프트가 달려있다  


물론 타이어가 터지는 일은 부지기수다. 검은 표면이 머금은 태양의 온도는 물론 뜨거운 아스팔트와 직접 맞닿고, 변형에 따른 발열과 브레이크로부터 전해지는 열까지, 여름철 타이어는 뜨끈뜨끈 달아오른다. 실제로 폭염이 이어지는 기간 전국적으로 타이어 폭발 사고가 급격히 늘어난다. 지난해 대구에서 수차례 시내버스 재생 타이어가 폭발한 사건, 2010년 서울에서 타이어 폭발로 버스 승객 발목이 절단된 사건 등 그 예는 수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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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이어지면 타이어 관련 사고가 급증한다


tip 너무나 당연한 폭염 재앙을 피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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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늘에 세운다 - 다 필요 없다 더위는 피하는 게 상책

2. 유리창에 창문 가리개를 한다 - 햇볕으로 차가 오븐이 되는 걸 막아준다

3. 노약자, 어린이, 반려견은 결코 홀로 두지 않는다 - 체구가 작은 어린이나 동물은 고온에 따라 신체 균형을 잃는 속도가 성인보다 3~5배 빠르므로 뜨거운 차 안에 방치하는 정신 나간 짓은 절대 하지 마시길

4. 창문을 조금 열어놓는다 - 공기가 순환돼, 온도가 급격히 치솟지 않는다. 소나기라도 오면 이런 낭패가 따로 없지만

5. 음료수나 인화 물질을 치운다 - 70℃를 우습게 오르락 거리는 실내에 이런 걸 두면 터질 거라는 생각 안 해봤나?

6. 타이어 공기압을 점검한다 - 적정 공기압을 맞추는 게 가장 무난하고, 10%가량 더 넣는 것도 좋다고. 안 그래도 더위에 팽창할 타이어를 빵빵하게 채우는 게 선뜻 이해가 안 가지만, 압력을 높이면 눌림에 따른 발열이 적어진단다  

7. 냉각수 점검 - 땡볕 아래에서 땀 없이 달리면 자동차뿐만 아니라 사람도 죽는다

8. 전자기기를 치운다 - 비싼 전자제품이 고장 나도 상관없다면 넣어놔도 좋다



글 | 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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