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세하락손해 지급기준 개선방안
2018-06-11  |   21,786 읽음

자동차 시세하락손해 지급기준 개선방안

34d77ea57a9461812c167bc25e63233c_1528705180_8621.jpg
 

금융감독원은 작년부터 자동차보험 시세하락손해 보상기준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격락손해 보상이 합리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선 법원 판결 기준에 맞춘 지급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가 늘면서 대우가 예전 같지 않다. 대리급으로 뽑는 일반 기업 채용에도 지원자가 넘치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도 수임 경쟁이 치열하다. 심지어 세무사나 변리사와 같은 인접 분야 전문가와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그러다 보니 송무 분야가 아닌 공인중개사, 노무사의 업무영역으로 진출하는 변호사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AI 변호사까지 도입되면 변호사 입지가 더 좁아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까지 있다.  

자동차 사고 관련 소송에서도 변호사의 존재감은 예전만 못하다. 한때는 교통사고 피해자가 입원한 병실마다 변호사 사무장 명함이 수북하게 쌓여있던 시절이 있었다. 한시장해, 기왕증 기여도 같은 배상의학 개념이 도입되기 전이라 소송 판결액이 보험회사 지급기준을 크게 웃돌 때다. 1930년대에 만들어진 맥브라이드 장해판정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 과잉배상 문제를 일으켰고 보험사기를 유발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다행히 법원 신체 감정 기준이 정립되면서 과도한 장해판정은 사라졌고, 자동차보험 지급기준도 소송 판결액의 80% 수준까지 올라가면서 최근에는 소송이 줄어들고 있다. 2017년의 경우에도 손해보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4.6% 성장했지만, 손해배상소송은 오히려 6% 감소했다.

또한, 소송이 감소했다는 얘기는 보험금 산정이 투명해지고 보험금 지급도 빨라졌음을 의미한다. 교통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와는 반대로 시세하락손해 청구 소송은 늘고 있다. 시세하락손해는 교통사고로 떨어진 중고차 시세를 말하는데,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점에서 ‘격락손해’라고도 한다. 시세하락손해 소송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배상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에서도 시세하락손해를 점차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아직까지 기준이 확립되지는 않았다. 


차령 2년 미만은 소송하지 않고도 격락손해를 보상 받는다

자동차보험에서는 2001년부터 시세하락손해를 인정하고 보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출고 후 1년 이내인 차량에 한해 수리비가 사고 직전 차량가액의 30% 이상이면 수리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가, 2006년에는 출고 후 2년 이내 차량으로 대상을 넓혔다. 아울러 수리비가 사고 직전 차량가액의 20%를 초과한 경우로 조건을 완화했다. 또 출고 후 1년 이내인 차량은 수리비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하도록 바꿨다. 하지만 현재로선 차령이 2년이 지나면 시세하락손해를 보상받을 수 없기 때문에 소송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소송에서도 2년이 넘은 차량도 시세하락손해를 인정한 판결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시세하락손해가 인정되지 않는 판결도 많고, 인정되더라도 차량 감정 비용과 500만원 가까운 변호사 비용을 감안하면 큰 실익이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소송을 하지 않고도 자동차보험 지급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보상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금융감독원은 작년부터 자동차보험 시세하락손해 보상기준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험개발원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급대상을 출고 후 3년이나 5년으로 늘리고, 보상금액을 5% 올리는 방안까지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지급기준을 올리면 보험료 인상도 함께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연식이 오래된 차량을 보유한 가입자는 보상도 못 받으면서 보험료만 올라가는 형평성 논란이 발생한다. 게다가 현행 방식은 단순히 수리비 총액을 기준으로 보상대상 차량과 보험금을 정하기 때문에 부품과 공임이 비싼 수입차가 혜택을 더 보는 구조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법원 판결 기준에 맞춰 자동차보험 지급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판례를 보면 ‘중고차 성능 상태 점검 기록부’에 기재하도록 되어 있는 주요 골격부위가 파손된 경우에 시세하락손해를 인정하고 있고, 자동차 연식, 주행거리, 수리방법, 차량가액대비 수리비 비율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손해액을 산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보험에서도 차량 연식보다는 중요 골격 부위 파손 여부가 더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중요 부위가 파손되면 기술적으로 수리를 했더라도 사용상 결함이 발생하거나 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 중고차 시장에서도 무사고 차량에 비해 더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시세하락금액을 산정함어서도 중고차 시장의 실거래 가격을 반영하여 통계적으로 정형화하면 보험금 형평성도 올라가고 불필요한 소송도 줄 것이다. 


글 이수원 (The-K손해보험 부장, goodforu@educar.co.kr)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