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명 사고와 뺑소니 방지법
2018-04-27  |   22,396 읽음

이창명 사고와 뺑소니 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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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이창명은 음주운전 정황이 의심되는 사고를 일으켰지만, 무죄 추정의 원칙에 의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정확히 규명할 방법이 없자 음주운전에 대해 면죄부를 받았다. 만약 교통사고를 내고 잠적할 경우 음주운전으로 함께 처벌하도록 법을 바꾼다면 뺑소니 사고도 줄고 법 집행의 형평성도 개선되지 않을까. 

2016년 4월 방송인 이창명은 자신의 포르쉐 카이엔을 운전하다가 신호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그는 현장 조치도 없이 잠적했고 그래서 음주운전 혐의를 받았다. 얼마 전 대법원은 정황상 음주운전이 의심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어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그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스무 시간 넘게 잠적한 그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고, 음주측정을 피하기 위한 시간 끌기로 의심받을 만했다.    

 

보상업무를 하다 보면 이처럼 사고를 내고 도주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대부분은 음주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다. 음주운전으로 밝혀지면 자차 수리비도 보상을 못 받고, 보험회사에 사고부담금(대물 100만원, 대인 300만원)을 내야 하다 보니 도주의 유혹에 빠진다. 만약 이창명도 술을 마셨다면 4,000만원 넘게 발생한 차 수리비가 부담되어 도주했을 것이다. 그러나 음주운전을 숨기려고 뺑소니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5%에서 0.1% 사이인 음주운전은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있지만, 뺑소니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창명의 경우에도 음주운전 처벌은 면했지만 뺑소니가 인정되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만약 피해자까지 있었더라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수위가 더 올라갔을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음주운전 적용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음주사고를 내고 잠적했다가 술이 다 깬 다음에 나타나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되는 허점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2015년에 있었던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고’의 경우는 운전자가 소주 4병을 마셨다고 시인했는데도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알 수 없어 무죄 판결을 받았다. 형사소송법의 증거재판주의 기본원칙도 중요하지만, 일반적 법 감정과 차이가 많으면 개정이 필요하다. 예전에도 음주운전 적용기준을 합리적으로 바꾼 사례가 있다. 2010년 이전에는 음주측정을 거부하면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못 했고, 그걸 악용하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음주측정 거부 시 음주운전으로 처벌하도록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개정하고, 자동차보험에도 음주운전을 적용한 뒤로는 그런 꼼수를 부리는 일이 사라졌다.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아도 통행에 장해를 주고 떠났다면 뺑소니

금융감독원은 오는 5월 29일부터 뺑소니 사고도 음주·무면허 운전과 똑같이 사고부담금을 내도록 자동차보험 약관을 바꿨다. 뺑소니 죄질이 더 나쁜데 사고부담금을 내지 않는 것은 형평에 맞지도 않고, 음주운전 때문에 뺑소니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조치다. 변경된 약관을 적용하면 이창명은 파손시킨 신호등에 대해서 보험처리를 위해 100만원을 내야한다. 뺑소니는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만 적용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물적 피해에도 적용된다. 다른 교통사고를 유발할 위험요인이 있거나 통행에 장해를 줄 수 있는데도 사고 후 조치를 하지 않으면 그게 바로 뺑소니다. 이창명 사고의 경우에도 부서진 차량 부품 일부가 도로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뺑소니가 인정되었다. 하지만 도주를 했다고 모두 뺑소니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경미한 물적 피해 사고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도로교통법에 '사고 후 조치 의무'를 둔 취지는 교통에 방해가 되는 위험과 장해를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통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 피해자의 물적 피해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도주한 운전자에게 벌금 20만원이 부과되니 유의하여야 한다. 

 

요즘은 주차장에서 발생한 '문콕' 사고를 뺑소니로 신고하는 일도 있는데 문콕은 도로교통법의 '운전'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 대상이 아니다. 문콕 사고 증가는 운전자의 부주의보다는 늘어나는 자동차 사이즈를 따라가지 못하는 오래된 주차장 크기 규정 때문이다. 다행히 정부는 주차장 폭을 현재보다 20cm 넓히도록 법을 개정했고 내년 3월에 시행이 된다. 주차공간이 넓어지면 자연스럽게 문콕 사고도 줄고 주차 갈등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현실에 맞게 법을 적절히 바꾸면 사회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 만약 교통사고를 내고 잠적할 경우 음주운전으로 함께 처벌하도록 법을 바꾼다면 뺑소니 사고도 줄고 법 집행의 형평성도 개선되지 않을까.  

 

글 이수원 (The-K손해보험 부장, goodforu@edu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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