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없는 자동차보험금 지급 기준
2017-10-16  |   22,158 읽음


‘기준’ 없는 자동차보험금 지급 기준

 

보험업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크다. 다친 정도가 비슷하면 보험금도 거의 같아야 하는데 피해자 거주 지역과 보험사에 따라 합의금에 차이가 나는 등 보험금 산정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보험업계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도 일관되고 명확한 보험금 지급기준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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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크다. 특히 보험금 산정기준이 가장 큰 문제다. 실제 금감원에 접수된 보험 관련 민원 중 보험금산정 불만이 67.3%로 가장 많다. 피해자의 요구액을 무조건 맞춰줄 수는 없겠지만 일관되고 합리적인 지급기준이 있다면 민원이 이렇게 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친 정도가 비슷하면 보험금도 엇비슷하게 지급해야 하는데 피해자의 거주 지역과 보험사에 따라 부상합의금 지급 차이가 심하게 난다.

2016년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상해등급 8급에서 14급까지의 경상 피해자 평균합의금은 87만3,000원, 지역에 따라서는 최저 72만원부터 최대 95만원까지 23만원의 차이가 나고, 보험사별로 보면 최저 79만원에서 최대 91만원까지 12만원 차이가 난다. 보험금 산정요소인 피해자의 소득, 과실, 부상 정도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편차가 큰 편이다. 지역별로 보험금 차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험금 산정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 약관상 보험금 산정항목은 ‘1.위자료, 2.휴업손해, 3.치료관계비와 4.그 밖의 손해배상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위자료는 상해등급에 따라 산정하고 '그 밖의 손해배상금'은 통원 1일당 8,000원을 지급하는 정액형 항목이기 때문에 기준이 명확하다. 치료기간의 범위 내에서 지급한다는 모호한 단서가 있긴 하지만 휴업손해도 세법상 입증된 수입감소액의 85%를 지급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


합의금 명목으로 지급되는 ‘향후치료비’ 개선이 시급
하지만 치료관계비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치료관계비는 병원에서 실제 치료한 병원치료비와 앞으로 치료받을 향후치료비를 말한다. 이 중 병원치료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적정성을 심사한 후 병원으로 지급하지만, 향후치료비는 지급기준도 없고 피해자에게 직접 지급하기 때문에 사실상 합의금을 맞추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통계를 보더라도 2016년 기준 경상자 평균향후치료비는 63만4,000원으로 합의금의 73%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치료비가 없으면 합의가 안 될 정도다. 향후치료비는 지역에 따라 최저 53만원부터 71만원까지 18만원 차이가 난다. 지역별 합의금 편차가 23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향후치료비의 의해 합의금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치료비의 지급기준이 불명확한 것도 문제지만 교통사고 당사자 과실이 있어도 치료관계비는 전액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약관조항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본인의 과실비율 만큼 치료비를 부담하는 것이 공평한 손해액 분담과 실손보상의 원칙에 부합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기준이 없다. 이렇게 운영하는 이유는 과실이 많은 사고 당사자도 최소한의 치료는 받을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사회보장적 기능이기 때문인데, 문제는 병원치료비 뿐만 아니라 향후치료비에도 이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과실이 많은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보험금을 더 많이 받아가는 불합리한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그럼 향후치료비를 없애면 문제가 모두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합의금이 지금의 1/4 수준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관련 민원이나 소송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손해배상금 분쟁을 줄이고 신속한 보상처리를 하는 것이 약관 지급기준의 본래 목적인데 그 취지는 사라지고, 변호사를 쓸 형편이 안 되는 사람만 손해를 보는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크다.


그렇다면 자동차보험금 지급기준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지급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소송 판결보다 낮은 위자료 지급액을 현실화하고 향후치료비는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소송에서는 성형수술, 골절부위 금속고정물 제거, 신체마비 환자의 생명유지, 뇌 손상 환자의 향경련제 등 꼭 필요한 치료에 대해서만 향후치료비를 인정하고 있다.


적정 치료기간에 대한 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 사실 보험회사가 향후치료비를 지급해가면서 합의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얼마만큼 병원치료비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원하면 1년이고 2년이고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보니 차라리 향후치료비를 주고서라도 마무리하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향후치료비는 지급하지 않고 치료비를 포함해 총 120만엔 한도 내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경상 피해자에 대해서는 적정 치료기간과 보상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보험연구원은 현행 향후치료비 지급 관행이 계속된다면 과소 또는 과대보상의 위험이 커져 자동차보험제도의 최종 목적, 즉 ‘피해자 보호 취지’가 훼손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험소비자 보호는 물론이고 보험회사 업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보다 투명하고 명확한 보험금 지급기준이 신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수원 (The-K손해보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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