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를 활용한 보험사기 억제방안
2017-08-11  |   25,452 읽음

 

인사청문회를 활용한 보험사기 억제방안

 

죄의식 없이 행해지는 연성 보험사기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보험금을 많이 받아내는 것도 능력’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보험사기를 당연시하는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 때 후보자의

보험처리 내역을 검증하는 건 어떨까? 그렇게 한다면 연성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질 것이다.

 

f998587587601161b1a7814e8a6fde30_1502423898_8462.jpg

 

 

새 정부 1기 내각 구성이 힘들게 끝났다. 인사들의 능력은 둘째 치고 도덕성 측면에서 2% 부족해 보였다. 위장전입과 논문표절은 물론이고 고액 자문료에 허위 혼인신고까지 부끄러운 이력들이 끝도 없이 드러났다. 인사검증 시간이 부족했다는 청와대 해명을 그대로 믿더라도 대통령의 5대 인사원칙은 출발부터 어긋난 듯하다.


이번 청문회가 실망스러운 이유는 또 있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후보자가 너무 많았다. 그 중 한 명은 다른 이유 때문에 결국 낙마를 했지만 나머지 두 명은 장관에 임명되었다. 음주운전을 근절시켜야 할 정부가 오히려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인사청문회 후보자들의 변명하는 태도도 공직자의 바른 자세는 아니었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기보다는 “실수였다”, “관행이었다”며 어물쩍 넘어가려는 모습에서 신뢰를 찾기 어려웠다. 죄의식도 없고, 창피한 줄도 모른 채 남 탓만 하는 모습은 마치 보험사기 혐의자의 변명을 보는 것과 다름없었다.


여기서 말하는 보험사기는 방화나 고의사고와 같은 심각한 범죄가 아니다. 우연한 사고를 이용해 보험금을 더 받아내려는 도덕적 해이, 즉 ’연성(Soft) 보험사기’를 뜻한다. 음주운전 사실을 숨긴 채 보험접수를 하고, 입원할 정도가 아닌데도 입원을 하고, 입원 기간 중에는 외출․외박을 밥 먹듯이 하고, 과거에 파손된 것까지 함께 수리하려는 마음이 모두 보험사기에 해당한다.


언론에서 죄질이 나쁜 보험사기만 주로 보도하고 있어서 그렇지 실제로는 죄의식 없이 행해지는 이런 연성 보험사기가 더 심각하다. 보험사기 적발 건을 보더라도 허위․과장 청구가 전체 건수의 70%에 이른다. ‘보험회사 돈은 눈먼 돈이고 보험금을 많이 받아내는 것도 능력’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보험사기인 줄도 모르고 범죄에 가담하게 하는가하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약관을 뛰어 넘는 보험금은 고액 자문료를 받는 것과 같으며 넓게 보면 보험사기에 해당한다.


보험사기 피해는 보험회사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보험사기로 새는 보험금은 연간 4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체 지급보험금의 12%를 차지하고,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하면 7만원 꼴이다. 보험사기 때문에 가구당 매년 20만원을 더 내고 있는 셈이다. 2016년 9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되었지만 방지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형법상 일반사기죄보다 처벌수위를 높여 잠재적 보험사기를 억제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보험사기로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일반사기범의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보험사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효과를 내긴 어려워 보인다.

잘못된 관행에 대한 인식변화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 때 후보자의 보험처리 내역을 검증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병역회피, 위장전입, 논문표절,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와 같은 부조리들이 사회적 지탄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고 난 다음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용어조차도 생소했고 누구도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는 사회 전반적으로 준법의식이 낮았을 뿐더러, 경제성장을 위해 어느 정도의 불법은 눈감아주던 시기였다.


하지만 10년 새 우리국민의 눈높이는 한참 높아졌다.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용인되었던 것들이 심각한 잘못으로 인식이 바뀌었고, 후보자들에게도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불분명한 검증 기준 때문에 일부 비판도 받지만 우리 사회의 도덕성과 준법의식을 높이는 데에는 무엇보다 인사청문회의 역할이 컸다. 만약 후보자의 보험처리 내역이 인사검증 기준에 포함된다면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건전한 보험문화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지 않을까 싶다.


보험처리 내역은 다른 항목에 비해 검증하기도 쉽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모든 보험처리 내역이 보험개발원 ‘보험금지급 이력조회 시스템(ICPS)’에 집적되고 있어 언제든 확인이 가능하다. 지금도 보험계약을 인수할 때나 보험금을 지급할 때 많이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자동차 사고이력 조회 시스템(CAIS)’이 개발되어 차량 파손사진과 렌터카 이용내역도 보험회사가 서로 공유하고 있다. 수리비를 현금으로 받고도 수리를 하지 않고 있다가 다른 사고가 났을 때 이중으로 보험금을 받던 수법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금감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보험사기 인지 시스템(IFAS)'을 통해서도 보험사기 혐의 여부를 분석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난달에도 나이롱환자 189명이 457억원을 편취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처럼 검증방법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검증하는 사람의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 기준에 보험처리 내역이 포함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수원 (The-K손해보험 부장)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