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에 블랙박스 탑재 의무화해야
2017-04-05  |   18,262 읽음


자율주행차에 블랙박스 탑재 의무화해야


본격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법제도적인 이슈다. 운전자가 없다보니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자동차용 블랙박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영상 블랙박스가 아니라 항공기용 블랙박스처럼 자동차의 작동상태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관건은 자동차 메이커의 협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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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출시한 BMW 5시리즈에는 지정한 속도 내에서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달리고 차선을 읽어 스스로

 조향하는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업계의 미래 먹거리 중 핵심적인 분야로서, 이미 자율주행기술의 일부가 고급 승용차를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 어시스트 기능이 대표적인 예로,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잠시 핸들에서 손을 놓고 음료수 뚜껑을 딸 때나, 잠시 옆자리에 있는 물건을 잡기 위해 한눈을 파는 동안 자동차가 가·감속 및 조향을 알아서 해준다.

 

이러한 기능들은 지금 단계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판단능력과 기기조작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를 대신해 급제동이나 방향을 조작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능동형 안전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 이들 기술이 계속 진화하다 보면 궁극적으로 자율주행과 함께 완전 자율주차도 가능해질 것이다. 현관에서 내려 자율주차를 명령하고 볼 일을 마치고 앱을 조작하면 자동차가 주차장을 빠져나와 현관 앞에서 대기하는 패턴이 생활 속에 보편화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는 이러한 자율주행기술이 완전치 않다. 일부 주행보조 기술들은 그야말로 운전을 보조하는 데 그쳐야 한다. 이런 기능을 믿고 고속도로에서 휴대전화를 조작한다든지, 심지어 졸음에 눈을 감는 행위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법제화되어 있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주행보조기능 사용시 반드시 전방을 주시하고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는 법규가 마련되어 있다. 지난해 여름 테슬라 모델 S가 자율주행 모드로 달리다 낸 사망사고가 그 이유를 말해준다. 특히 가장 핵심적인 라이다 센서가 폭우나 폭설 등 다양한 악조건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작동할 수 있고, 소프트웨어에 있어서도 도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무수한 경우의 수를 완벽하게 판단하기에는 아직은 무리가 있다.

자동차 관련법 패러다임의 전환
센서나 카메라, 디스플레이는 물론 각종 반도체 소자와 이를 움직이는 알고리즘 등 자율주행기술 관련 부품에 대한 부가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관련 산업에 기존 자동차 메이커를 비롯한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모여들고 있다. 이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가전제품에 다름아니다.


본격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법제도적인 이슈다. 지난 120여 년간 지속된 자동차 관련 법제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보험제도를 예로 들어보자. 지금은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운전자의 나이와 사고경력 등 다양한 변수를 통해 보험액을 평가하지만 자율주행시대에는 보험액을 평가할 근거가 사라진다. 사고 발생시 책임소재를 어디에 둘지도 문제다. 자동차 메이커의 책임으로 봐야 할지, 자동차의 소유자에게 책임을 귀속시켜야 할지, 사고 지역의 환경 인프라로 인한 지자체나 정부의 책임인지, 통신 오류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아 통신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판단하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자동차용 블랙박스다. 이 블랙박스는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영상 블랙박스와 달리 보통 사람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자동차 깊숙이 설치되어 특수 나사로만 풀 수 있으며, 자료해석의 경우도 암호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특수 장비를 이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항공기용 블랙박스처럼 사고 발생시 자동차 작동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증거를 확보함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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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사고시 책임소재를 따지기 위해서는 블랙박스가 필요하다​

 

 

물론 문제는 있다. 자동차의 결함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동차 메이커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장치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자동차 급발진 소송에서 운전자가 100% 패소하는 것도 메이커가 자동차 결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블랙박스 장착은 거부하기 힘든 시대적 흐름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우리 앞에는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다가와 있다. 너무 늦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확실한 제도를 만들어나가기를 바란다.

 

김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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