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묻지마 범죄’, 음주운전
2016-07-11  |   74,116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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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사망사고를 낸 음주운전자는 구속되고 살인범에 준해 구형량이 높아지게 된다. 특히 음주운전을 부추겼거나 음주차량에 동승한 사람도 형법상 교사·방조죄를 적용해 함께 처벌된다. 음주사고에 대한 양형기준도 변경되어 최대 징역 12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본인이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의 음주운전도 적극적으로 말리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내 나이 묻지 마세요. 내 이름도 묻지 마세요……고향도 묻지 마세요.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1990년대 초반 가수 방실이가 노래했던 ‘서울탱고’의 가사 중 일부다. 조건이나 이유가 없음을 뜻하는 단어 ‘묻지마’의 원조격이 되는 노래다. 그 이후 이 말은 ‘묻지마 관광’ 등 은밀한 사생활에도 사용되었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보험’처럼 편리함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묻지마 폭행’, ‘묻지마 테러’와 같이 불특정 다수에게 위협을 가하는 충동적 행위를 나타내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대검찰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매년 50여 건의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며 올해에도 4월까지 18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강남역 노래방 살인사건, 부산 각목 폭행사건, 수락산과 사패산 살인사건 등 묻지마 범죄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음주운전자는 물론 동승자도 처벌 강화

교통사고에도 묻지마 범죄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음주운전이 대표적인 예다. 술은 조금만 마셔도 위험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대담해져 급차선 변경과 같은 난폭운전을 유발한다. 통계에 따르면 음주 후 운전을 할 경우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보다 사고가 날 확률이 두 배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이에 따라 많은 나라에서는 음주운전을 고의에 가까운 중대한 범죄로 보고 강도 높게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면 1급 살인범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고, 호주는 상습 음주운전자의 이름을 신문에 공개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도 일정기간만 지나면 면허를 다시 취득할 수 있을 정도로 처벌이 비교적 관대했다. 음주운전자의 재범률이 42%나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음주운전을 했다가는 큰 낭패를 보게 된다. 검찰은 지난 4월 25일 사망사고를 낸 음주운전자는 구속하고 살인범에 준해 구형량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또 혈중 알콜농도가 0.1% 이상인 경우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위험운전 치사상)을 적용해 엄하게 처벌하고, 5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자에 대해서는 차량을 압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발맞추어 대법원 또한 음주사고에 대한 양형기준을 변경해 최대 징역 12년까지 선고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검찰이 발표한 음주운전 근절대책에는 획기적인 사항이 하나 추가되었다. 바로 음주운전을 직접 하지 않았더라도 음주운전을 부추겼거나 음주차량에 동승한 사람도 형법상 교사·방조죄를 적용하여 함께 처벌한다는 것. 이에 따르면 음주운전을 부추기거나 지시한 경우에는 음주운전자와 동일하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단순 방조일 경우에도 음주운전 처벌기준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1년 6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참고로 일본은 동승자와 주류 판매자, 미국은 주류 판매자, 핀란드는 차량 제공자도 함께 처벌하고 있다. 이 제도를 시행한 결과 한 달 만에 음주운전 방조자 41명을 입건하는 등 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는 운전을 가르쳐 주겠다고 만취한 여자친구에게 운전대를 맡긴 남자친구, 회사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신 뒤 직원의 음주운전을 제지하지 않고 동승한 상사, 화물차 기사에게 술을 판매한 식당주인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검찰의 결정은 자동차보험 처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음주운전을 방조한 경우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민법 제760조(공동불법행위책임)에 의거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음주운전을 막거나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과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음주운전임을 알면서도 차량(열쇠)을 제공한 사람, 음주운전을 적극적으로 권유·독려·공모한 동승자, 지휘감독 대상인 직원의 음주운전을 알면서도 방치한 직장 상사, 음주운전을 예상하면서 술을 판 식당주인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 보험회사는 동승자나 주류 판매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들은 피해자의 손해규모에 따라 상당한 액수를 직접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로 음주운전을 방조한 동승자에게 피해자의 손해액 전부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사례도 있다(부산지방법원 판결 2010가소124298). 

 

우리나라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인해 매년 600명 정도가 사망하고 있고, 부상자도 4만 명이 넘는다. 지난해 초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고’도 피해자 가족 입장에서 보면 묻지마 범죄와 다를 바가 없다. 다행인 것은 음주운전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근절의지를 보이고 있고, 국민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얼마 전 시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75%가 0.05%인 현행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0.03%로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국민의 기대에 맞는 제도 변경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본인이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의 음주운전도 적극적으로 말리는 성숙된 운전 문화가 확고하게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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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수원  (The-K 손해보험 부장, goodforu@edu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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