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되는 운전면허제도, 그래도 부족하다!
2016-03-24  |   51,081 읽음

그동안 필요성이 컸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던 운전면허제도가 올 하반기부터 개선될 전망이다. 기존 학과교육을 5시간에서 3시간으로 2시간 줄이는 대신 기능교육을 2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림으로써 운전기능 비중을 높여 최초 면허 취득자의 도로 적응력을 키운다는 것이 주요 취지다. 도로주행 의무교육 시간은 6시간으로 기존과 같다. 특히 기능시험을 기존의 두 가지 측정기준에서 직각주차인 T자 구간, 경사로, 교차로, 좌우회전, 가속 등 5개 항목을 추가해 더욱 강화한다. 이에 따라 장내 기능시험이 50m 직선 도로에서 앞으로 300m 곡선으로 길어져 면허 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졌다. 경찰청은 상반기에 관련 내용을 정비해 올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운전면허 제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개선되는 운전면허 제도가 이전보다는 진일보한 측면은 있으나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의 운전면허 제도는 지난 2010년 이후 전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운전면허 제도 간소화’ 발표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기존에 진행되고 있던 선진화 제도 준비는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이후 두 번에 걸쳐 간소화 제도가 확정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2010년 이전 전체 교육시간은 60시간이었으나 간소화 이후 총 13시간으로 줄어들었으며, 이번 개선안이 적용되더라도 의무교육 시간은 13시간으로 같다.


운전면허제도 간소화 이후 부작용은 심각했다. 초보운전자의 교통사고 증가율이 늘었고, 국내뿐 아니라 이웃 중국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물면허’에 대한 부작용이 심각했다. 국내에 관광비자로 입국한 중국인이 관광을 하면서 간편하게 운전면허를 취득해 자국에서 교통사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게 중국 정부의 비판이었다. 급기야 중국 정부는 한국에 공문을 보내 개선책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에서는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데 약 6개월이 소요되며, 비용도 고가일 뿐 아니라 취득 과정도 우리나라보다 까다롭다. 그러나 한국에서 취득한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간단히 필기시험만 치르면 자국 면허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항의에도 우리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자 중국 지방정부들은 관광으로 한국에서 취득한 운전면허증을 인정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는 상하이를 필두로 점차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국내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중국 관광객의 수는 4,000여 명에 이르며, 2015년에는 그 수가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국내 운전면허 취득은 단 이틀이면 가능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운전면허 취득 기간이다.

 

1941063278_57148d2a6946a_146096465043.jpg

 

운전면허는 도로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는 측면에서 선진국에서는 면허 취득과정을 점차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정부에서 규제 개혁을 내걸고 각 분야에서의 규제를 타파하고 있으나 운전면허 같이 생명을 담보로 하는 분야는 예외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애초부터 규제 개혁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도리어 규제를 강화해 그동안 교통사고 천국으로 불렸던 오명을 탈피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아직도 지극히 높은 교통사고 발생 국가이며 사망률도 무척 높다. 각종 교통 관련 지수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것이 손쉬운 운전면허 취득과 무관하지 않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각종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의 80% 이상이 운전면허 취득과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청은 지난 1~2년간 이러한 목소리를 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귀를 막고 있었다. 운전면허 간소화 이후 쏟아져 나온 초보운전자의 문제점이 추후 큰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비록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올 하반기부터 개선안이 적용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적어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는 보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선진국은 대체로 운전면허 취득이 매우 어렵다. 우리는 이틀이면 가능하지만 선진국은 임시면허, 관찰면허, 제한면허 등을 일정 기간 유지하다 정식면허로 바꿔주며 최종 면허를 받기까지 호주는 4년, 독일은 2년, 프랑스는 3년이 소요된다. 또한 일반도로 주행은 물론이고 야간 주행이나 고속도로 주행을 의무화하는가 하면, 공사구간에서의 속도제한 등 실제 도로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실격시키기도 한다. 나아가 영국의 경우 면허시험을 치르기 전에 교통사고 응급조치교육을 8시간 이수해야 응시자격이 주어지며, 실기 시험 전 감독관이 차량 안전에 대한 내용을 직접 질의하는 감점제도까지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절차가 아예 없으며 올해 발표된 개선안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틀이면 면허 취득이 가능한 ‘물면허’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운전면허 제도를 간소화한 데는 면허 취득비용을 절감하자는 취지도 있었지만 실제 간소화 이후 그 비용이 절약되지도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비용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면허를 취득한 후에도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도로연수를 받는 등 개인의 비용 지출은 여전한 상태다. 더욱이 이번 개선안이 발표되기 전 연구용역을 수행한 대한교통학회의 목소리가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주변의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즉흥적으로 개선책을 도출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선진국의 좋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이들의 앞선 시스템을 배우고 벤치마킹하면 한국형 선진 운전면허제도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이 요구하는 목소리를 잘 반영하려는 당국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개선안을 계기로 하루빨리 한국형 선진 운전면허제도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김필수 교수

    현재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자동차문화포럼연합 대표, 에코드라이빙국민운동 본부 공동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올바른 자동차문화 보급과 함께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