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고와 정부보장사업
2016-03-14  |   23,580 읽음

생리학적으로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는 학설이 있다. 이 학설이 맞다면 3년 넘게 같이 사는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 것일까. 흔히들 정 때문에 산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요즘은 경제력이 더 중요시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남편의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황혼이혼을 요구하는 아내가 늘고 있는가 하면 재산상속을 노리고 도리어 이혼을 거부하는 재벌가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얼마 전에는 카드빚을 숨기려고 교통사고로 위장해 남편을 청부 살해한 일까지 있었다. 뺑소니 사고로 묻힐 뻔한 이 사고는 사고현장 근처에 설치된 CCTV 때문에 덜미가 잡혔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에서는 9,237건의 뺑소니 사고가 발생해 그 중 95.4%는 범인이 잡혔다. 특히 사망사고 154건은 100% 범인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검거 소요기간도 5.6일밖에 안 되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50%대에 불과했던 뺑소니범 검거율이 이렇게 높아진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CCTV 설치 확대와 시민들의 제보가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1월 국민의 분노를 샀던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고’의 경우에도 누리꾼의 관심과 시민의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뺑소니 검거율을 더욱 높이기 위해 경보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한다. 용의차량 정보를 교통방송, 교통전광판,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해 시민의 제보와 뺑소니범의 자수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신고보상금 제도도 개선한다고 밝혔다.


뺑소니 사고를 내면 ‘도로교통법’ 외에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처벌을 받는다. 면허취소는 물론이고 사망사고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 상해사고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앞서 말한 크림빵 뺑소니의 경우 사망사고인데도 가해자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되었다. 피해자가 야간에 무단횡단을 했고, 가해자가 경찰에 자진출석을 한 것이 감형사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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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에게 연락처 안 줘도 뺑소니
그럼 뺑소니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판례에 따르면 첫째는 사람이 다쳐야 하고, 둘째는 운전자가 그 사실을 알고도 뺑소니를 하려는 의도가 있어야만 범죄로 인정된다. 만약 운전자가 사고를 낸 사실이나 사람이 다친 것을 몰랐다면 뺑소니로 처벌받지 않는다. 실제로 운전자의 평소 청력 상태로 보아 사고 당시 부딪히는 소리를 듣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고, 다리에 멍이 들어 전치 1주 진단을 받았지만 부상 정도가 형법상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뺑소니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도 있다. 반대로 경미한 사고라고 판단하여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구호조치는 했지만 피해자에게 연락처를 주지 않아 뺑소니로 인정된 경우도 있다. 따라서 교통사고가 나면 확실하게 구호조치를 하고 피해자에게 연락처를 주어야 억울한 뺑소니를 피할 수 있다.


뺑소니 사고를 당했을 때 보상을 받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정부보장사업’으로 보상을 받는 것이다. 정부보장사업은 일종의 사회보장제도로 11개 손해보험사가 대행처리를 하고 있으며 보상기준도 자동차보험과 같다. 사망은 1억5,000만원, 부상은 3,000만원, 후유장해는 1억5,000만원 한도로 실제 손해액을 보상받을 수 있지만 가해자로부터 받은 합의금은 공제하고 지급된다. 정부보장사업은 뺑소니 사고뿐만 아니라 가해차량이 무보험인 경우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 발생한 뺑소니 교통사고에만 적용되고 외국에서 발생한 사고는 보상대상에서 제외된다. 가해차량이 자동차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주한미군 차량, 배기량 50cc 미만 이륜차, 골프장 카트인 경우에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두 번째는 피해자 본인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담보’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피해자의 손해액이 정부보장사업 보상액을 초과하는 경우에 청구할 수 있으며 2억원 한도내에서 보험금이 지급된다.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담보는 본인 소유 자동차뿐만 아니라 배우자, 자녀, 며느리, 사위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에서도 보상을 받을 수 있으므로 가족들의 자동차보험 가입내역을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 다만 여러 자동차가 중복으로 가입되어 있어도 보상액은 중복으로 지급되지 않는다.


뺑소니 사고 3건 중 1건은 음주운전 사고라고 한다.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기 위해 뺑소니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따지고 보면 술 때문에 판단력이 떨어져서 그런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음주운전은 사고 위험 자체도 높을 뿐 아니라 사고 이후에 잘못된 행동을 유발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술을 마시면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자신은 물론 타인의 안전을 위한 기본 원칙이다.


이수원 (The-K 손해보험 부장, goodforu@edu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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