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 엔진 911의 뿌리를 찾아서
2016-02-15  |   23,509 읽음

유행은 돌고 돈다 이것은 자동차 분야에도 통용되는 이야기. 역사와 전통을 이야기하는 메이커들이라면 새로운 모델을 선보일 때 그 혈통의 시작점이 될 만한 역사 속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마련이다. 존재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일 수도, 혹은 스토리텔링을 통한 이미지 를 정립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완전히 새로워 보이는 것이라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무척이나 드물다는 사실이다. 포르쉐 911의 신형 터보 엔진 역시 마찬가지다. 숙소인 호텔 입구에는 70년대 말 활약했던 레이싱 포르쉐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1977년 독일 스포츠 레이싱 챔피언십(DRM)의 그룹5 소형 디비전을 위해 개발된 935/2.0이었다. 규정 만족을 위해 소배기량+터보 엔진을 얹은 911이라는 점에서 신형 911과 접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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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흰 바탕에 적/청 줄무늬의 마르티니 컬러를 더한, 1970~80년대 포르쉐 워크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2.0L 규정에 터보 엔진을 사용하기 위해 6기통 복서 엔진의 배기량을 1,425cc로 줄이고(당시 터보 환산계수가 1.4였다) KKK의 대구경 터보차저를 달아 370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다. 911 베이스의 그룹5 경주차 935는 1976년 첫 버전이 3.0L 터보 560마력, 모비딕이라 불린 78년형이 3.2L 터보로 750마력의 괴력을 자랑한 반면 이 차는 소형 엔진 덕분에 '베이비'라는 귀여운 별명으로 불렸다.


내구레이스와 르망에서 활약한 935와 달리 935/2.0은 DRM에서도 하위 클래스인 디비전를 위해 딱 한 대만 제작되었다. 그리고 경량화를 위해 차체 일부분은 알루미늄으로 교체했다. 당시 라이벌들의 2.0L 자연흡기 엔진 성능이 300마력 전후였음을 보면 포르쉐의 판단은 옳은 것이었다. 1977년 7월 데뷔전 노리스링(드라이버는 재키 이크스)에서는 과열로 리타이어했지만 그해 호켄하임에서 열린 F1 독일 그랑프리 서포트 레이스에서 다른 차들보다 무려 3초나 빠른 예선 기록으로 폴포지션을 차지한 데 이어 결승에서는 50초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폴투윈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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