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과실분쟁을 예방하는 방법
2016-02-08  |   30,132 읽음

교통사고가 나면 미국은 경찰관, 일본은 보험회사, 한국은 견인차가 제일 먼저 도착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서글픈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실제로 교통사고가 난 곳을 지나다보면 견인차만 여러 대 와 있는 것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보험회사 직원이 나올 때까지 도로에 차를 세워둔 채 기다리는 모습도 흔한 풍경이 되었다. 교통 혼잡과 2차사고 방지를 위해 사고차량을 신속하게 이동시켜야 함에도 사고처리에 대한 잘못된 상식 때문에 그대로 놔두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내가 가입한 보험회사가 상대방보다 먼저 도착해야 과실판정에 더 유리하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보험회사의 현장출동서비스는 IMF 시절에 도입된 것으로 지금은 긴급출동서비스와 함께 자동차보험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서비스 도입 초기 어느 보험사는 헬리콥터로 출동하는 것처럼 광고를 했고, 요즘 나오는 보험회사 TV 광고에도 종종 보상직원이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헬리콥터를 이용한 출동은 아예 없고,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양복을 입은 보상직원이 출동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은 보험설계사나 용역업체 직원이 출동하며, 그들의 역할은 고객을 안심시키고 사고내용과 피해사항을 조사하여 보상직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과실판정을 바로 요구하는 운전자도 많은데 원칙적으로 출동직원은 과실비율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과실비율은 출동직원이 조사한 내용을 근거로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 및 법원 판례에 따라 보상직원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대부분의 고객들이 현장에서 과실여부를 궁금해 하기 때문에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조회하는 방법과 과실결정 절차를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사고유형별 과실기준은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나 과실비율 인정기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운전자 양측 주장이 다른 경우가 많아 보상직원이 과실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에는 두 보험회사 담당자들끼리 과실협의를 한 뒤 협의가 제대로 안 될 경우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에 상정하여 전문변호사에게 심의를 맡긴다.

1941063278_56bbde0989ccd_14551526495644.jpg

 

사고부위뿐 아니라 주변 상황도 찍어둬야
과실분쟁이 많은 대표적인 경우는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다. 교차로 사고는 ‘도로 폭’과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6:4 또는 7:3을 기본과실로 정해놓고 있지만 누가 먼저 진입했는지, 일시정지는 제대로 했는지 여부에 따라 과실비율이 바뀔 수 있다. 블랙박스나 CCTV 영상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차량 정차위치와 형태만 가지고 사고내용을 추정할 수밖에 없을 때는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운전이 최선이다. 교차로 부근은 주변 건물과 주차된 차량 때문에 운전자가 정상적인 시야를 확보할 수 없다. 따라서 사고를 예방하려면 정지선에서 무조건 멈추고 좌우를 직접 살핀 후 진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고가 나면 보험회사에 현장출동을 빨리 요청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출동직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입증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출동직원이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사고장소와 도로사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20분 정도 소요된다. 그때까지는 운전자 스스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자신의 차에 설치된 블랙박스 SD 카드가 손상되지 않도록 차량 시동을 완전히 끈 후 SD 카드를 뽑고, 자기 차에 블랙박스가 없으면 상대방 차에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도 있다. 뒤따라오던 차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때 차량번호나 운전자의 연락처를 받아두면 좋다. 또한 주변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실제로 주유소나 상가 건물에 설치된 CCTV 영상이 과실 판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경우도 많다.

 
끼어들기 사고처럼 간단한 접촉사고는 굳이 현장출동을 부르지 않고도 운전자 스스로 사고조사를 마칠 수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언제든지 사진 촬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사고현장만 잘 찍어둬도 중요한 증거자료가 된다. 사진을 찍을 때는 차량 파손부위만 찍지 말고 전체 도로상황이 나오도록 멀리서도 찍어두고, 내 차의 진행방향뿐만 아니라 상대방 차량 진행방향과 신호등, 표지판, 노면표시 같은 주변상황도 두루 찍어두면 도움이 된다. 차량을 촬영할 때에도 직접 접촉한 부위 외에 바퀴 정지위치와 타이어 흔적을 같이 찍어두면 사고내용을 추정하기가 쉬워진다. 한편 경미한 사고라도 상대방의 고의사고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보험회사에 현장출동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출동직원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따르지만 현장에서 철저히 조사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이수원 (The-K 손해보험 부장, goodforu@educar.co.kr)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