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도 리콜이 된다
2015-11-10  |   15,781 읽음

2억원이 넘는 고급 수입차를 골프채로 부순 남성이 있었다. 고의로 차를 파손시키면 자동차보험 처리가 안 된다는 것을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알 텐데, 분명 무슨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확인된 내용인 즉슨, 새로 산 차가 주행 중에 세 차례나 시동이 꺼졌고 사고까지 날 뻔했지만 업체 측에서 교환을 해주지 않아 시위를 벌인 것이라고 한다. 해당 동영상은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고 외국 뉴스에까지 소개가 될 정도로 파장이 컸다. 결국 그 남성은 새차로 교환을 받았다고 하니 깜짝쇼 효과를 제대로 본 셈이다.


만약 그 남성이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아마 어려웠을 것이다.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넣거나 매매대금 반환 소송을 하는 것밖에는 없는데 두 가지 모두 소비자가 이긴 사례가 드물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을 보면 차량 인도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주행 및 안전도와 관련한 중대한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했을 경우 제품을 교환해주거나 환불해주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일 뿐 강제성은 없다. 또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차량의 중대한 결함을 일반인이 입증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 차량결함이 의심되는 사고가 심심치 않게 뉴스에 소개된다. 운행 중에 갑자기 차에 불이 나거나 급발진하는 사고가 대표적이다. 이런 사고가 나도 자동차결함을 밝히는 것이 어렵다보니 우선은 운전자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자동차보험으로 먼저 처리를 하고 난 다음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제품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제조업자가 거꾸로 입증하도록 판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 문제도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5e059d5ef9f9fcffa827566188028caf_1447115466_8198.jpg

 

 

차량결함과 관련해 관심을 끄는 소송이 얼마 전 미국에서 제기되었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배우 폴 워커의 딸이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인데, 사고가 난 스포츠카가 화재에 취약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미국은 제품 불량의 경우 징벌적 배상책임을 부과하기 때문에 만약 딸이 이긴다면 고액의 배상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징벌적 배상책임 제도를 도입하는 논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고, 한·미 FTA에 따라 법률 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이와 유사한 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자동차 업체들이 대규모 리콜을 자주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신속한 리콜이 오히려 회사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리콜은 해당 물품을 구매한 모든 고객에게 연락해 수리 또는 교환을 해주는 것으로, 문제를 제기한 일부 고객에게만 제공하는 ‘무상수리’와는 차이가 있다. 리콜이 더 활성화되어 차량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사라지기를 기대해본다.


리콜제도는 보험에도 적용이 된다. 원하는 보험이 아니거나 내용을 잘못 알고 가입한 경우에는 청약을 철회할 수가 있다. 청약 철회는 보험청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할 수 있지만 보험증권을 받은 경우에는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만 가능하다. 연금보험이나 종신보험과 같이 보험기간이 긴 저축성보험에서 청약을 철회하는 경우가 주로 발생하지만 법적으로는 자동차보험도 가능하다. 다만 책임보험은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철회가 안 된다. 청약 철회로 인해 무보험 상태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보험기간이 1년 미만인 단기보험의 경우에도 철회를 금지하고 있다. 청약과 철회를 반복하며 보험혜택을 누리려는 악성 고객을 막기 위함이다.


보험을 가입할 때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보험회사로부터 설명을 받지 못했다면 계약 성립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또 약관내용을 허위 또는 과장해서 안내받은 경우에는 민법상 취소가 가능하다. 폭스바겐이 배출가스를 조작한 사건과 관련해 구입자가 매매계약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보험회사는 계약과정의 통화내용을 녹취하거나 계약 후 모니터링을 통해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간혹 보험 가입 과정이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계약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가입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중에 피해를 볼 수 있으니 계약 전에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수원 (The-K 손해보험 부장, goodforu@educar.co.kr)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