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피해자의 간병비 지급기준
2015-10-21  |   24,414 읽음

지금은 진정세로 돌아섰지만 한동안 메르스가 우리나라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지난 5월 첫 환자를 시작으로 한 달 새 180명 이상 감염되면서 온 나라가 메르스 공포에 떨어야 했다. 우리나라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이란 병명이 무색할 정도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메르스가 많이 발생한 나라가 되었고 국민들의 일상은 마비되었다.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정부의 초기대응 부실과 2차 확산의 진원지였던 한 대형병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필자는 ‘가족 간병’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간호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우리나라의 독특한 가족 간병과 문병문화가 이번 전염병 확산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가족 간병의 문제점은 교통사고 피해자에게도 그대로 나타난다. 가족 중 한 명이 사고를 당하면 나머지 가족들도 함께 병원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식사시간에 식판을 받아오고 화장실에 갈 때 부축하는 것은 물론 잔심부름까지 모두 보호자의 몫이다. 일반병실에 있는 보호자는 그래도 여건이 좋은 편이다. 비좁긴 해도 간이침대에서 편하게(?) 잠이라도 잘 수 있지만 중환자실 보호자들은 굴 같은 작은 방에서 공동생활을 한다. 언제 부를지 모르는 의사의 호출에 마음 졸이며 낮도 밤도 없는 생활이 계속된다. 입원기간이 길어지면 생업까지 포기해가며 간병에 매달려야 하는데, 이로 인해 경제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가정이 파괴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이에 따라 요즘은 간병인을 쓰는 사람이 늘긴 했지만 자동차보험의 간병비 인정기준과 맞지 않아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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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호비 기준에 따라 간병비 지급
간병비는 자동차보험에서 ‘가정간호비’라는 이름으로 지급되며 남의 도움 없이는 생명유지에 필요한 일상생활을 전혀 할 수 없는 식물인간과 사지완전마비인 경우에만 인정하고 있다. 그것도 퇴원 후에 지급하다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소송의 개호비 인정기준에 따라 간병비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개호’는 보행·옷 입기·음식물 섭취·화장실 이용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 동작이나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을 말하며 일반적인 간병이나 간호와는 다른 개념이다. 개호비는 육체적 장해뿐만 아니라 지적·정신적 장해인 경우에도 인정하며 대개 사지마비, 하반신 마비, 양쪽 눈 실명, 하지 절단 등이 해당된다. 입원기간에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보호자 간병이 필요 없는 중환자실 입원기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개호비는 성인 여자의 일용노임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간병인을 쓰면 보통 하루에 7만~8만원, 많게는 10만원까지 지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도시에 사는 피해자는 2015년 상반기 기준 7만5,977원을 지급한다. 가족이 개호를 해도 같은 금액을 지급한다. 피해자가 농촌거주자인 경우에는 농촌의 여성 일용노임(2015년 7월 기준 6만5,688원)을 지급한다. 개호비는 피해자의 여명기간 동안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장해 내용에 따라 일정기간만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양쪽 눈을 모두 실명한 사람에 대하여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데 걸리는 처음 3년 동안은 1명을 인정하고 그 이후는 1/2명만 인정한 사례도 있다. 마찬가지로 화장실 사용이나 옷 갈아입기 등 특정한 때만 개호가 필요한 사람은 그 시간만큼만 개호를 인정하기도 한다. 양쪽 다리가 절단된 환자는 1일 4시간, 기억력과 판단력 장해가 있는 뇌 손상 피해자는 1일 2시간의 개호를 인정한 판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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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병과 더불어 이번 메르스 확산의 또 다른 원인으로 거론된 병실의 다인실 구조도 사실 보험제도와 관련이 있다. 건강보험이나 자동차보험 모두 입원비는 ‘기준병실’만 인정하고 1인실이나 2인실처럼 ‘상급병실’을 이용한 경우에는 병실 차액을 환자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자동차보험에서는 환자가 원해서 상급병실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기준병실이 없어서 부득이 이용한 경우 최대 7일까지 차액을 인정해주고 있다. 또 감염의 위험성이 높아 치료상 상급병실 이용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예외적으로 인정해주기도 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간병과 문병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에서도 현재 일부 병원에서 시범운영 중인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간호사가 간병까지 책임지기 때문에 교통사고 피해자의 간병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수원 (The-K 손해보험 부장, goodforu@edu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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