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차'를 지향한 대우 레간자
2013-12-12  |   25,299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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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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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3월 28일 데뷔한 레간자는 뒷바퀴굴림 방식의 프린스를 대체한 대우의 첫 FF(앞 엔진 앞바퀴굴림) 중형차였다. 프로젝트명 V100으로 개발되었으며 GM과의 결별을 고하면서 대우가 92년부터 추진한 5개 차종 동시개발계획의 세 번째 작품이었다. 이태리어 ‘elegante’(우아한)와 ‘forza’(힘)의 합성어에서 가져온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80년대 중형차 왕국을 되찾고자 하는 대우의 야심이 담긴 모델이었다.

 

 

199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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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리만 남기고 소음을 줄였다는 뜻으로 만든 ‘청진기’편

 

막중한 임무를 부여한 만큼 대우가 레간자에 쏟는 정성은 상당했다. 국내 부평기술연구소 주도 아래 영국 워딩연구소와 독일 뮌헨연구소가 힘을 보탰다.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한 셈이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수출을 염두에 두고 폭스바겐 파사트, 푸조 405, 오펠 오메가,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포드 토러스 등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모델들을 벤치마킹했다.

 

 

199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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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출전략형으로 개발한 2.2 가솔린 모델을 잠깐 국내에서도 판매했다.

 

개발기간은 31개월로 당시 동급 국산 라이벌들에 비해 짧은 편이었지만 영국 미라를 중심으로 미국 데스벨리, 호주 앨리스 스프링스 등 15개국 18개 지역에서 옹골차게 필드 테스트를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대우는 레간자의 생산을 위해 부평공장에 1,400억원을 들여 설비를 새단장하는 등 개발뿐만 아니라 양산단계에서도 정성을 쏟았다.


클래식한 느낌의 디자인은 이탈리아 쥬지아로의 손길로 완성되었다. 그는 당시 유행했던 유럽형 에어로다이내믹 스타일에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가미했다. 도어트림을 잇는 캐릭터 라인은 기와지붕과 한복에서 영감을 얻었고 대시보드의 디자인엔 태극무늬가 투영되었다. 덩치는 길이×너비×높이가 4,671×1,779×1,437mm로 현대 쏘나타Ⅲ와 기아 크레도스보다 작았다.

 

 

199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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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시트를 기본으로 단 레간자 럭셔리. 프로젝션 안개등,음이온 공기청정기, 리모컨키 등 고급 편의장비가 트림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됐다.

 

엔진은 1.8L 111마력, 1.8L DOHC 137마력, 2.0L 116마력, 2.0L DOHC 146마력의 4종류로 시작했다. 호주 홀덴에서 들여온 1.8과 2.0L D-TEC 엔진은 새로운 흡기관과 ECU를 적용해 중속 영역을 강화했고 2.0L DOHC 엔진은 고속 영역에 집중해 최고시속 206km로 동급 모델 중 가장 빠른 실력을 뽐냈다. 변속기는 5단 수동이 기본, ZF 4단 자동변속기를 옵션으로 마련했다.

 

개발 초기부터 ‘조용한 차’를 지향한 레간자는 엔진으로부터 나오는 소음과 진동을 차단하기 위해 3개의 벨트를 하나로 연결하고 유체 봉입형 엔진 마운트, 가변식 냉각팬, 알루미늄 오일팬을 사용했다. 또 소음의 실내 침투를 최소화하기 위해 9겹의 대시패널과 3중 고무 실을 붙인 도어를 채택하는 등 방음과 방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듀얼 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은 유럽 취향을 반영해 약간 단단하게 세팅했다. 때문에 한국의 전통적인 중형차 오너들에겐 다소 승차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코너링 솜씨는 좋아 조금 더 젊은층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1998년에는 북미형으로 개발한 2.2 142마력 모델에 리어 스포일러를 붙여 내놓았다.

 

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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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간자는 데뷔 초 ‘변화된 대우’를 앞세워 인기를 끌었지만 1998년 현대 EF 쏘나타와 르노삼성 SM5가 등장하면서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게다가 1999년 12월 내놓은 매그너스와의 판매 간섭을 피하기 위해 1.8L 엔진만을 얹어 시장에서의 비중이 크게 줄었다. 2000년 1월 범퍼몰딩과 로커몰딩을 달고 보디컬러와 같은 색의 라디에이터 그릴로 꾸민 블랙&화이트 버전을 출시하고, 그릴 디자인을 바꾼 2001년형 모델을 출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반전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2002년 후속모델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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