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뉴 베르나 센스 사랑스러운 첫차
2003-11-12  |   16,863 읽음
언니! 오늘 퇴근하고 시간 어때?” “또 모임 있구나. 어디서 하니?”
“오늘은 일산 쪽의 카페로 갈 거야. 같이 갈 수 있어?”
“차 씻는 거 도와 달라고? 으이구, 알았어.”
동호회 정기모임이 있는 날. 쌀쌀해진 날씨에도 임지연 씨는 언니와 함께 셀프세차장을 찾았다. 회사 근처에 있는 주유소 기계세차장을 마다하고 멀리 떨어진 셀프세차장을 찾은 이유는 그녀의 남다른 차 사랑 때문이다. 구석구석 꼼꼼하게 거품을 문지르고 힘찬 물줄기로 깨끗하게 씻어내면 쌓였던 스트레스까지 날아가 버리는 듯하다. 열심히 세차를 하고 나니 간밤에 내린 비로 얼룩졌던 뉴 베르나가 순백의 자태를 되찾았지만 세차만으로는 부족한 듯 싶다.

현대 아반떼 XD로 초보운전 시작해
차 사기로 결심하고 조금씩 돈 모아


“좋아. 오늘은 번쩍번쩍 씻겨줄게. 조금만 기다려.” 지연 씨는 트렁크에서 코팅제를 꺼내들고 정성 들여 차체에 바르기 시작한다. “이제 다 됐다”고 한숨 돌리던 언니는 또 시작이냐고 불평을 하면서도 그녀의 지극한 차 사랑을 알기에 왁스칠을 거들기 시작한다. 동호회 모임 때마다 흔히 볼 수 있는 지연 씨 자매의 ‘세차장 풍경’이다.
뉴 베르나 동호회 ‘ND베르나’ 운영자를 맡고 있는 임지연 씨가 면허를 따고 차를 산 것은 지난 99년이다. 남들은 어렵다던 시내주행도 그녀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운전에 타고난 소질이 있고 차를 좋아해서 가장 갖고 싶은 물건도 차를 꼽았을 정도라고. 그 바램은 어머니가 현대 아반떼 XD를 사면서 부쩍 커졌다. 어머니 차였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끌고 나갈 수 있는 차가 생긴 것이다. 단정하고 아담한 ‘나만의 공간’에 사로잡히면서 그녀는 말 그대로 ‘나만의 차’를 사겠다는 마음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중 결정적인 사건이 생겼다. 어머니가 아반떼 XD를 팔고 현대 뉴 그랜저 XG를 사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무임승차’할 수 있었던 그녀의 기득권이 없어져 버렸다. 새차는 어머니가 쉽게 키를 넘겨주지 않아 뒷자리에도 앉아보기 힘들었던 것. 차를 몰고 싶을 때 손쉽게 들락거릴 수 있었던 아반떼 XD가 그리워졌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녀에게 차를 살 돈이 있을 리 없었다.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도 없는 일이어서, 목표를 ‘소형차 사기’로 잡고 그 날부터 꼬박꼬박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정말 아껴가면서 모았어요. 처음엔 까마득해 보였는데 어느덧 600만 원이 넘더군요. 이쯤해서 일을 저지르기로 마음먹고, 모았던 돈을 어머니께 드렸지요. 그랬더니 할말이 없는지 그냥 웃기만 하시더군요.”
사고 싶은 차를 고르는 일이 그렇게 즐거우면서도 힘든지 처음 알았다. 처음에는 중고차를 사려고 했다. 연식이 얼마 지나지 않은 중고차는 새차에 비해 값이 싸면서도 상태가 괜찮은 차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쳤다. 중고차는 새차에 비해 고장날 확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부모님의 조언에 따르기로 하고 새차 카탈로그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가진 돈이 적은 터라 일단 소형차와 준중형차로 대상을 좁혔지만 그래도 고를 만한 차는 많이 있었다. <자동차생활>에 소개된 비교시승기를 참고하고 다른 사람들의 차도 타보면서 마음으로 사지 않을 차부터 지워나갔다. 끝까지 남은 차는 현대 뉴 베르나와 뉴 아반떼 XD다. 면허를 따고 길거리에서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차가 베르나였고 처음 운전을 시작한 차가 아반떼 XD였기 때문이다.
“원래 꽁지 빠진 듯한 뒷모습의 차는 싫어해요. 그렇지만 베르나 센스는 테라스 해치백이어서 그런 느낌이 없지요. 또 소형차의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단정한 외모가 잘 어우러진 차입니다. 베르나 센스에 ‘필’이 통하고 나니 다른 차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군요. 아반떼 XD가 유일한 라이벌이었어요. 넓은 실내공간과 단단한 느낌을 지닌 아반떼 XD도 꽤 맘에 들었던 차였거든요.”

해치백대신 세단 출고되는 해프닝 겪어
승차감과 연비는 좋지만 잡소리가 단점


준중형차와 소형차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마음이 뉴 베르나로 기울어졌다. 무엇보다 차값이 차이가 났다. 자동차세금은 배기량을 기준으로 매기기 때문에 같지만 뉴 아반떼 XD에 비해 뉴 베르나는 거의 300만 원 정도 쌌다.
“혼자 타고 다닐 차니까 소형차가 맞는다고 생각했지요. 가끔 가족들을 태울 일이 있다면 실내가 조금이라도 넓은 준중형차를 골랐겠지만 말이에요. 이왕 사는 거 얼마 더 보태서 더 큰 차를 사라는 분들이 많았지만 소형차를 사기로 했어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니 선택은 의외로 간단하더군요.”
첫사랑은 잊혀지지 않는 법. 베르나 센스에 대한 감정이 고스란히 뉴 베르나 센스로 옮겨갔다. 카탈로그를 보니 앞뒤 디자인이 바뀌고 더 귀여워진 모습이었다. 베르나가 선이 살아있는 차가운 얼굴이라면, 뉴 베르나는 조금씩 둥글게 다듬어져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다. 뉴 베르나의 옵션과 기능에 대해 알아보다가 너무나 맘에 들어 그 길로 계약을 했다. 직접 눈으로 보고 차를 산 게 아니라 사진과 옵션을 보고 사게 된 셈이다. 계약서를 쓰고 2주만에 차가 나왔다. 그런데 새차를 받으러 갔던 날,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부딪쳤다.
“설레임과 기대가 산산조각 부서지는 느낌이었지요. 뉴 베르나 세단이 눈앞에 떡 하니 나타난 거예요.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뉴 베르나 센스가 마음에 들어 그리도 서둘렀던 터라, 베르나 세단의 툭 튀어나온 네모난 엉덩이가 마음에 들 리 없었다. 알고 보니 뉴 베르나가 세단만 있는 줄 알았던 영업사원의 실수로 일어난 사건이었다. 주인을 잘못 만난 뉴 베르나 세단은 그 길로 중고차가 되어 팔리게 되었다. 차를 다시 신청한 임지연 씨. 결국 한참을 기다린 끝에 앙증맞은 하얀색 뉴 베르나 센스를 만날 수 있었다.
베르나 센스 1.5 GV에 옵션으로 자동변속기(117만 원)와 에어컨+파워 스티어링 패키지(95만 원)를 더해 차값은 모두 1천30만 원이 나왔다. 차는 2년 할부로 샀고, 초기납입금으로 400만 원을 들여 매달 28만 원씩 할부금을 내고 있다. 등록세는 47만 원, 취득세는 18만9천 원, 채권은 85만 원이었다. 신규등록 지연에 따라 부과된 8만 원의 과태료는 영업사원이 내는 것으로 모든 등록과정이 끝났다.
차를 받은 다음 집 앞에 세워 놓고 천천히 뜯어보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구형 베르나보다 디자인이 세련되어진 것은 물론 편의장비가 훨씬 좋아졌다. 다만 옵션에서 아쉬웠던 점은 전동식 사이드미러가 빠져 있다는 점. 아반떼 XD에는 전동식 사이드미러가 달려 있어 좁은 골목길을 지나거나 주차할 때 편했던 기억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 익숙해진 지금에는 불편한 줄 모르겠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반떼 XD에 비해 힘이 조금 모자라고, 가속페달이 무거운 느낌이 들었어요. 몇 달 동안 끌고 다닌 지금은 무척 만족합니다. 소형차치고는 안정감 있고 잘 달리는 편이지요. 주로 시내에서 타지만 연비도 그리 나쁘지 않아서 10km/X 정도 나옵니다. 가끔 장거리 고속도로를 뛸 때면 훨씬 좋아지고요. 승차감도 만족스러워 저하고 딱 맞아요. 맞춤복을 입은 것 같아요.”
불만은 잡소리가 여기저기서 난다는 것이다. 문 쪽에서 돌 튀는 소리가 자주 들리고 뒷유리 쪽에서도 잡소리가 난다. 뉴 베르나 동호회 회원들이 많이 지적하는 단점이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불만쯤은 임지연 씨의 뉴 베르나 사랑을 식히지 못한다. 오히려 ‘동호회에서 소음을 없애는 DIY를 해볼까’ 구상하는 그녀에게서 ‘무언가를 좋아하고 아낀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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