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밴이 SUV보다 좋은 5가지 이유 운전 편하고 공간 활용성 뛰어나
2003-09-24  |   23,612 읽음
RV란 미니밴, SUV(Sports Utility Vehicle), 픽업트럭, 캠핑카, 승용 왜건 등 레저용차를 통칭하는 말이다. 일본식 구분으로, 우리나라도 여기에 따른다. 미국에서는 이런 차를 ‘트럭’이라는 카테고리에 넣고 있고, RV는 캠핑카만을 뜻한다.
국내 RV의 주류는 미니밴과 SUV다. 이 둘은 세제혜택과 저렴한 유지비라는 장점을 내세워 승용차 고객을 빠르게 흡수했다. RV가 인기를 얻기 시작할 때만 해도 미니밴 고객이 훨씬 많았지만 새 SUV들이 잇따라 선보이면서 요즘 RV의 대세는 SUV 쪽으로 기울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니밴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이 요즘 SUV가 미니밴의 특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니밴에 버금가는 실내 편의성’, ‘미니밴의 거주공간’, ‘미니밴다운 승차감’ 등을 내세우고 있다. 승용차와 다를 것이 없는 미니밴은 차츰 승용차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SUV는 고급·편의성을 추구하면서 미니밴을 닮아 가고 있다.
국산 미니밴은 승용차를 베이스로 해 모노코크 보디가 주를 이루고, SUV는 프레임 보디가 많다. 두 차종의 장단점은 보디 타입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굴림방식 앞바퀴굴림차가 운전 편하고 공간 활용성 좋아

85년 포니 엑셀을 내놓은 현대는 ‘앞바퀴굴림’이 더 안전한 차`라며 성냥개비로 성냥갑을 앞쪽에서 당겼을 때와 뒤쪽에서 밀었을 때 움직임의 차이를 설명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FF(앞바퀴굴림)차가 대세를 이루던 91년에는 대우가 FR(뒷바퀴굴림) 타입의 프린스 수프림을 내놓고 벤츠나 BMW 같은 세계적인 명차들은 ‘주행안정성이 뛰어난 뒷바퀴굴림방식을 쓴다’고 강조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국내 메이커들은 더 이상 굴림방식을 장점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운전하기 편하고 실내공간 확보에 유리한 FF 방식이 이미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많은 미니밴이 승용차를 베이스로 하거나 메커니즘을 가져다 쓰고 있다. 당연히 미니밴은 FF 방식이 주류다. 파트타임 4WD가 대부분인 SUV는 평소에는 뒷바퀴굴림이고 필요에 따라 앞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국내 SUV 가운데 현대 싼타페가 유일하게 FF 기본의 4WD다. 결국 미니밴은 FF, SUV는 FR차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굴림방식은 어느 쪽이 더 유리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차의 특성에 따라 구동방식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전자는 굴림방식에 맞는 운전 테크닉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평범한 양산차는 굴림방식에 상관없이 가벼운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도록 세팅하는데, 이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보통 때는 굴림방식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지만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뒷바퀴를 굴리는 SUV는 미끄러운 길에서 FF 미니밴보다 쉽게 스핀한다. 미니밴은 앞쪽 굴림바퀴 위에 무거운 엔진이 실려 있어 접지력이 좋기 때문이다. 따라서 SUV는 네바퀴굴림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충돌안전성 모노코크 섀시가 상해 위험 적어

차체 구조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프레임에 엔진, 트랜스미션 등 파워 트레인을 얹고 그 위에 차체를 올리는 프레임 온 보디와 한 덩어리의 차체에 엔진, 트랜스미션, 서스펜션 등을 연결한 모노코크 보디가 그것이다. 요즘 승용차 대부분이 모노코크(monocoque) 섀시를 쓴다. 차 바닥과 옆면, 필러와 루프에 이르기까지 전체가 하나의 프레임이 되는 모노코크는 강판 프레스와 용접을 이용해 대량생산이 쉽기 때문에 자동차의 기본뼈대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프레임 온 보디와 모노코크 중 어느 것이 더 안전할까? 충돌형태와 속도, 방향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모노코크 보디가 충격흡수력이 더 커 승객이 다칠 위험이 줄어든다.
여기에서 충돌실험 결과를 보자. 유럽에서 팔리는 차의 충돌안전성을 테스트하는 유로 NCAP의 40% 오프셋 충돌결과 모노코크인 벤츠 E클래스와 아우디 A6는 만점인 별(★) 5개를 받았지만 프레임 보디 타입의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는 4개, 지프 체로키는 3개를 받았다. 별이 많을수록 안전도가 높다.
이유는 이렇다. 고정벽에 충돌했을 때 모노코크 차의 보네트는 S자로 꺾인다. 펜더와 차체 크로스멤버도 마찬가지. 반듯한 철판이 S자로 꺾이면서 충격을 흡수해 운전자와 승객에게는 그만큼 충격이 덜 전해진다. 프레임 보디의 경우 철판과 프레임이 강해 잘 휘거나 꺾이지 않는다.
고정벽면에 충돌할 경우 모노코크 보디는 차체가 많이 부서져도 승객은 큰 부상을 입지 않는다. 하지만 프레임 보디는 차체 손상은 거의 없어도 승객이 창 밖으로 퉁겨져 나갈 수 있다.
프레임 보디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프로드에서 큰 충격을 받아도 뒤틀림이 적은 등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충돌안전성만 따졌을 때 모노코크 보디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진동·핸들링 모노코크 보디가 더 뛰어나

마이너스 휠을 달아 본 독자라면 순정 휠과 핸들링 차이를 느꼈을 것이다. 휠과 타이어가 만나는 부분이 림, 이 길이를 림폭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휠과 차축이 만나는 부분은 림폭의 중앙이다. 이 상태를 오프셋 ‘0’이라고 한다.
우산에 비유하면 일반적인 우산 모양이 (+)오프셋이고, 우산이 바람에 날려 뒤집어진 상태가 (-)오프셋이다. 마이너스 오프셋이 커질수록 노면진동이 핸들에 많이 전달된다. 림폭이 너무 넓어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휠얼라인먼트의 구성요소가 되는 토인, 캠버, 캐스터가 조화를 이루지 못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은 프레임 보디에서 크게 나타난다. 모노코크는 대부분 쇼크 업소버 마운트가 차체에 달려 보디 전체로 충격을 흡수해 승차감이 좋은 편이다. 프레임 보디를 쓰는 차는 프레임에 쇼크 업소버가 연결되어 프레임에 1차 충격이 전해지고, 그 다음 위쪽 보디 일부에 전달된다. 특히 핸들에 전해지는 충격이 큰 편이다.
차 무게, 비슷한 링크와 쇼크 업소버를 단 상태에서 마이너스 휠을 달았다면 모노코크 보디 차가 핸들링이 더 안정되고 빠르며 민첩하다. 새차 개발 때 큰 비중을 두는 소음과 진동, 잡소리를 의미하는 NVH 역시 모노코크 모델이 한층 뛰어나다.

실내 활용도 서스펜션과 프레임에 따라 공간 달라져

88년 동아자동차 시절 코란도 훼미리가 첫선을 보였을 때다. 신선한 디자인으로 주위의 관심을 모았지만 혹평도 끊이지 않았다. 그 중 하나가 ‘이렇게 넓은 실내공간에 5명밖에 탈 수 없다니…’였다. 요즘 많이 개선되었지만 SUV는 여전히 공간 활용도가 떨어진다.
7인승 롱보디 SUV에 3열에 시트를 달았다고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3열에 시트를 만들기 위해 아래쪽에 있던 스페어 타이어가 C필러 근처로 옮겨지면서 실내가 더 좁아진 차도 있다.
실내 활용도는 필요한 장비를 적절한 곳에 배치하고 부품을 간소화해 유효공간을 확보했느냐가 중요하다. 다양한 시트 구성으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또한 내장부품의 디자인, 루프 라인, 시트, 도어 크기와 열림 정도, 열림방식 등이 실내공간 활용도에 영향을 미친다. 미니밴은 여러 사람이 타고 편하게 이동하는 것이 목적이다. 승용차와 지상고가 비슷하고 키는 SUV와 차이가 없어 답답함이 없다.
실내공간을 좁히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휠하우스다. 오프로딩을 염두에 둔 SUV는 휠트래블 성능을 위해 휠하우스 공간이 넉넉해야 한다. 반면 승용차와 서스펜션 구조가 비슷한 미니밴은 휠하우스를 작게 만들 수 있어 공간 확보에 유리하다. 또한 프레임의 유무에 따라서도 실내 높이가 달라진다.

고속 안정성 지상고 높은 SUV가 다운포스 약해

최고시속이 자동차의 성능을 대변하지는 못한다. 얼마나 빨리 최고시속에 도달하고, 고속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지,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얼마나 빨리 멈출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최고시속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 최고시속을 결정하는 2가지 요소는 엔진 출력과 달릴 때 받는 공기저항이다. 차가 달릴 때의 공기저항은 어느 정도일까?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면서 손을 창 밖으로 내밀면 감이 잡힌다. 그 힘이 만만치 않은 만큼 차에 가해지는 저항은 무척 클 것이다.
달릴 때 받는 공기저항은 차체의 단면적에 비례하고, 차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달릴 때 공기와 맞닿는 면적이 두 배라면 두 배 큰 힘을 받고, 두 배로 빨리 달리면 네 배로 올라간다는 말이다. 키가 클수록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 탓에 같은 엔진이라도 차체가 낮은 미니밴이 SUV보다 최고시속이 조금 더 나온다. 당연히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 쪽이 불리하다.
요즘 나오는 SUV는 차체를 둥글게 다듬어 공기저항을 많이 줄였다. 도시형 럭셔리 SUV는 고속성능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를 감안해 승용차 수준의 공기저항계수를 지니도록 설계된다. 단, 험로 주행을 염두에 둔 SUV는 승용차나 미니밴에 비해 최저지상고가 높다. 이 때문에 차 바닥으로 들어가는 공기량이 많아 고속에서 차체가 들썩걸릴 수 있다.
승용차와 별 다를 것이 없는 미니밴은 SUV보다 무게중심이 낮다. 미니밴이 고속에서 안정감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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