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차 가려내는 비법 중고 미니밴, 제대로 골라 후회 없이 타자
2003-07-24  |   18,262 읽음
몇 해 전 탤런트 홍석천 씨의 중고차 고르기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잦은 지방출장 때문에 편안한 중형차가 필요했던 그는 중고차시장에서 3년 된 레간자 2.0을 샀다. 새차나 다름없는 깔끔한 겉모양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적산거리가 3만km밖에 안 된 것이 마음에 들어 망설임 없이 사들였다.
그러나 얼마 후 지방공연을 위해 고속도로에 올랐다가 타이밍 벨트가 끊어지는 낭패를 겪었다. 적산거리 7만km가 넘은 차를 중고차 딜러가 속여서 팔았고, 제때 점검을 받지 못해 벨트 교환시기를 놓친 것이 원인이었다.

유심히 살피면 옥석이 가려진다
중고차를 살 때는 예산 짜기와 차의 쓰임새, 관련정보 수집 등 할 일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경력이 있는 차를 피하는 일이다. 사고차를 잘못 사면 애마가 아니라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다.
작은 사고를 겪은 차라면, 싸게 살 수 있어 장점이 되기도 하나 고치기 어려운 치명적인 사고를 당했다면 돈은 돈대로 들고 계속 골치를 썩게 된다. 특히 미니밴은 승용차를 기본으로 만든 모델이 많아 대부분 모노코크 구조이기 때문에 프레임 구조의 SUV보다 충격흡수능력이 뛰어난 대신 한 번 사고가 나면 원래의 성능을 되찾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오너 스스로 사고차를 판별하고, 이상여부를 알아내는 등 차를 보는 안목을 기르는 일이다. “나는 차를 잘 몰라서”라는 말은 핑계일 뿐, 조목조목 따져 보면 그동안 눈에 안 보였던 것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사고 여부를 판가름하는 방법은 승용차, 미니밴, SUV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미니밴의 경우 다른 모델보다 좀더 세심하게 살피고 따져야 할 부분이 있다. 특히 SUV나 일반 승용차에 없는 슬라이딩 도어는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마찬가지로 승용차에는 드문 뒤 해치 도어도 중요하다. 도어 경첩, 잠금장치 등도 중고 미니밴을 살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미니밴은 SUV 못지 않게 덩치가 크다. 그만큼 도어가 크고 도어 경첩이나 차체 구조가 대형화되었다. 강성을 높이기는 했지만 모노코크 구조인데다 도어와 파워 트레인의 무게가 많이 나가 사고의 후유증이 큰 편이다.
중고차시장을 돌아보고 마음에 드는 차를 정했다면 차에 오르기 전에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본다. 이때 도장면의 이상 여부를 꼼꼼하게 체크한다. 사고로 어떤 부분을 교환했다면 도장이 차이 나기 마련이다. “똑같은 색깔의 페인트로 칠했는데?”라고 안이하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같은 페인트를 차에 바르고, 몇 시간 뒤에 옆에 똑 같은 페인트를 칠해도 색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온도와 습도의 차이로 색의 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장면을 제대로 체크하려면 시선을 낮추고 햇빛을 비스듬하게 바라보면 된다. 앞뒤 범퍼의 모서리 부분은 아무리 도색을 잘 했더라도 새로 칠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페인트가 갈라진다.

다음으로 도어를 하나씩 열어 본다.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열리는 것이 좋다. 도어가 열리는 동시에 아래쪽으로 약간 쳐지는 느낌이 들면 사고로 교환한 것이다. 이때는 도어를 활짝 열고 도어와 차체 사이의 경첩 부분을 살펴본다. 도색이 벗겨졌거나 제자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났다면 사고난 것이 확실하다. 잘 파악이 안 되면 다른 쪽의 도어, 또는 다른 차의 도어를 살펴보면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기아 카니발을 비롯해 스타렉스와 프레지오 같은 원박스카의 경우 슬라이딩 도어를 쓰는데, 사고로 차체가 한 번 뒤틀어진 경우에는 완벽하게 수리를 했더라도 문을 열고 닫는 느낌이 다르다.
슬라이딩 도어는 천천히 닫더라도 죽 잡아당기면 쉽게 문이 닫힌다. 힘을 주어 당겨야 제대로 닫히거나 닫혔다가 다시 밀려나는 슬라이딩 도어는 사고를 의심해 본다. “그 정도 가지고 뭘…”이라고 생각했다가는 운전하는 내내 도어에서 나는 삐거덕거리는 잡소리를 감수해야 한다. 운전할 때 잡음은 무척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사고난 슬라이딩 도어는 잡소리의 온상
슬라이딩 도어는 대부분 2∼3개의 슬라이딩 레일이 있다. 카니발의 경우 도어의 위쪽과 아래쪽에 각각 레일이 있고, 3열 윈도 아래쪽에 레일이 하나 더 있다. 문을 최대한 열고 차체에 달린 레일과 시선을 평행하게 한 다음 레일이 뒤틀어지지는 않았는지, 레일과 차체가 잘 맞물려 있는지, 레일 주변의 차체가 굴곡지거나 움푹 패지는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미니밴은 여러 사람이 함께 타는 차이기 때문에 슬라이딩 도어는 아주 바쁘게 움직인다. 따라서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쉽게 피로가 쌓여 고장을 일으키게 된다. 사고로 차체가 뒤틀어진 경우에는 도어에서 잡소리가 나든지 잘 안 닫히는 수가 있다.
슬라이딩 도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뒤 해치 도어다. 이것 역시 커다랗기 때문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잡소리의 원인이 된다. 일단 도어를 열고, 뒤쪽 램프와 차체가 만나는 부분을 살펴본다. 램프를 분리해 보면 좀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철판에 굴곡이나 용접 흔적이 있으면 사고 경력이 있는 차다.
해치 도어의 위쪽 지지점도 살펴야 할 부분이다. 대부분 사고가 나면 위쪽 경첩은 대충 수리하고 아래쪽이 잘 닫히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경첩이 살짝 옮겨졌거나 볼트를 풀어낸 자국이 있으면 사고를 의심해 본다.
또 한 가지, 각 도어의 고무 몰딩을 손으로 천천히 잡아당겨 보면 사고 후 용접했는지를 알 수 있다. 차체는 안팎에 2장의 철판을 맞대고 순간적으로 강한 전류를 보내 붙이는 스폿 용접법을 쓴다. 두 장의 철판이 붙어 있는 면에 손톱만 한 동그란 원이 일렬로 있는 것이 스폿 용접의 타점이다.
대부분의 사고차는 스폿 용접의 타점이 일정하지 않고 비틀어져 있다. 철판과 철판 사이에 다른 얇은 철판을 대고 용접한 경우도 사고차다.

고무 몰딩 들추면 부딪친 흔적 드러나
무엇보다 도어 주변의 실리콘이 출고 때처럼 남아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실리콘이 없다면 사고를 의심해 봐야 한다. 작은 사고로 도어만 바뀌었다면 다행이지만 엔진룸에 손상을 입은 차라면 구입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겉모습 체크가 끝나면 운전석에 들어가 시동을 걸어 본다. 어떤 차를 사려고 마음먹었다면 미리 그 차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중고차시장에서 차를 보았을 때, 엔진 소리가 시끄러운지, 진동은 어떤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산거리가 디지털로 된 모델은 예외지만 다이얼식을 쓰는 아날로그 적산거리계는 조작할 수 있다. 주행거리를 조작했는지 여부는 계기판 주변의 패널을 고정한 볼트를 푼 흔적이 있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 드라이버를 이용해 볼트를 돌려야 하므로 볼트 표면이 벗겨지게 되어 있다.
시동을 걸고 회전수를 살펴본다. 디젤과 휘발유, LPG 엔진 모두 회전수가 불안정하면 연비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시동을 건 다음 AT차의 경우 브레이크를 꾹 밟은 상태에서 D레인지에 맞추고 신호대기 상태를 가정해 보자. 순간적으로 회전수가 살짝 내려가면서 차체에 진동이 느껴질 것이다. 이때 사이드 미러와 룸미러, 스티어링 휠, 기어 노브 등이 떨리는지 살핀다. 또 브레이크를 밟은 채로 D레인지와 N레인지를 옮겨다니면서 진동을 체크해 본다.
D레인지에서 진동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그 상태에서 헤드램프 하이빔을 켜고 에어컨도 최대로 작동시킨다. 오디오와 비상등, 실내등, 와이퍼까지 차에서 쓰이는 모든 전기장치를 모두 가동시켜 본다. 이때 회전수가 심하게 내려가면서 부조화 현상을 보이면 일단 제너레이터 안에서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얼터네이터의 문제를 의심할 수 있다. 사고로 차체 골격에 이상이 생겨 진동이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엔진룸을 살펴볼 차례다. 모노코크 타입 미니밴은 엔진룸을 열었을 때 양쪽에 쇼크 업소버 마운트가 보인다. 쉽게 말해 코너링 때 차체 뒤틀림을 줄여 주는 스트럿 바를 다는 곳이다.
이 지지점에는 대부분 3개의 볼트가 고정되어 있는데, 이 주위를 먼저 살펴본다. 실리콘이 매끄럽게 남아 있다면 다행이지만 덕지덕지 발라져 있으면 백발백중 사고차다. 이 경우 고속에서 핸들이 떨리거나 휠 얼라인먼트를 맞춰도 교정이 힘들다.
예전에는 보네트 양옆에 실리콘이 남아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경우가 많았지만 폐차장에서 중고 보네트를 가져다 달고 전체적으로 도색을 새로 하면 감쪽같이 사고경력을 속일 수 있다. 보네트 안쪽과 펜더의 색깔이 차이나도 사고차로 볼 수 있다. 오래되어서 색이 바랬다고 해도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린 흔적이 있을 때, 펜더를 고정하는 볼트를 풀어냈던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도 의심스러운 차다.
보네트를 열었을 때 전조등을 고정하는, 양옆을 가로지르는 구조물(크로스멤버)의 좌우균형이 맞는지 체크하고 볼트 풀린 자국이 있는지도 살펴 본다. 테일램프도 마찬가지지만 차에서 조금 떨어져서 바라봤을 때 한쪽이 새것이라면 교환한 것으로 봐야 한다. 램프 모서리에 새겨져 있는 부품 제조번호가 달라도 한쪽을 교환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고차는 살 때는 어느 정도 수리비를 들일 각오를 해야 한다. 큰 사고가 난 차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상습적인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간단한 접촉사고를 겪은 차는 가격이 낮아 오히려 차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큰 사고를 겪지 않은 차라는 확신이 서면 작은 흠집과 지저분한 것들은 과감히 무시하고, 차를 고르도록 한다.

진짜(!)로 무사고인지 확인할 수 있다
보험처리
공개 사이트를 이용하자

자동차도 출고에서 폐차 그리고 사고내역을 상세하게 기록한 이력서가 생겼다. 이제는 중고차의 사고 내역을 확인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된 것. 그만큼 분쟁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보험개발원은 중고자동차 매매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98년식 이후 모델)의 사고기록을 알려주는 ‘자동차 이력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www.carhistory.or.kr)에서 사고 싶은 자동차의 번호를 입력하고 5천500원을 내면 해당 자동차의 대물, 대인, 자손, 자차 보험처리 내역과 차주가 몇 번 바뀌었는지, 도난·침수 여부까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단 오너가 자기차의 이력 공개에 동의해야 다른 사람도 검색해 볼 수 있다.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자비를 들여 차를 고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큰 사고를 겪은 차는 피할 수 있는 길이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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