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차 피하는 요령 중고차 고를 때
2003-07-15  |   16,653 읽음
올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 차생활 씨. 손꼽아 기다리던 여름 휴가가 다가오면서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파도 철썩이는 바닷가만 눈앞에 아른거려 휴가 계획을 짜 보기로 했다. 학생 때처럼 고속버스를 타긴 싫고 차 한 대 뽑고 싶은데 주머니가 가벼워 새차를 사긴 힘들다. 중고차로 눈을 돌린 김 씨가 부딪친 문제는 천차만별의 중고차 상태다. 새차와 달리 품질이 보증되지 않는 중고차는 잘 고르지 않으면 애물단지가 되고 만다. 감쪽같이 수리한 사고차를 비싼 값에 내놓거나, 물에 빠졌던 수해차가 버젓이 정상차로 둔갑하기도 하는 중고차 시장. 차를 비싸게 팔려는 사람과 싼값에 사려는 사람이 만나는 곳이다. 한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단점은 숨기고 좋은 점을 드러내는 시장의 생리를 이해한다면, 차를 조목조목 따져 옥석을 가리는 눈을 키우는 것이 현명하다.

겉모습 살피기
일단 차 주위를 한바퀴 둘러보며 겉모습을 살펴본다. 그 중 세심하게 봐야 할 곳은 범퍼와 차체의 틈새, 각 패널들의 조립상태다. 사고가 있었지만 세심하게 수리하지 않았거나 비포장도로를 자주 달린 차는 패널간 단차가 생기기 마련이다. 연식에 비해 헤드램프나 리어램프가 지나치게 새것 같다면 교환한 것으로 보면 된다.
나온 지 3년 이내의 차는 도장상태를 확인한다. 맑은 날 햇볕에 차를 비춰보았을 때 보는 각도에 따라 페인트 색이 다르다면 다시 색을 입힌 것이다. 섣불리 사고를 의심하지는 말고 일단 염두에 두도록 하자. 오래된 중고차라면 다시 도색할 수 있고, 무사고지만 긁힌 부분을 감추고 깔끔해 보이기 위해 페인트를 다시 칠하는 예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차의 성능과는 무관한 부분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오래된 차는 겉모습보다 성능을 중심으로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접 타보기
겉모습이 아무리 그럴싸하더라도 움직임이 불안한 차는 쓸모가 없다. 대형사고가 났을 때 중고차 값이 크게 떨어지는 이유다. 아무리 수리를 잘 했어도 어딘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차를 사기 전에 꼭 시운전을 해보아야 한다. 달리면서 주행소음 외에 바람소리가 들리지는 않는지 귀로 몸으로 승차감을 느껴본다. 기어변속은 적절히 이루어지는지, 후진으로 기어를 옮길 때 ‘덜컹’ 하는 변속충격이 있는지 체크하고, 미끄러지는 느낌은 없는지도 체크한다. 급가속이나 급차선 변경 등 과격하게 차를 몰았을 때 차체가 안정적으로 움직이는지를 살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승차감이나 운동성능은 겉만 보고 알 수 없으므로 직접 몰아봐야 한다. 따라서 판매자가 타보지 못하게 하는 차는 살 필요도 없다. 시승 결과 매끄러운 주행성능을 보인다고 생각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실내 살펴보기
먼저 주행거리 조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운전석 계기판을 검사한다. 대부분의 차는 계기판 윗부분에 고정나사가 달려있다. 이 나사를 풀어 계기판을 뜯으면 되는데, 한번이라도 손을 댄다면 나사가 조금이라도 손상되기 마련이다. 나사머리가 뭉그러져 있거나 주위의 플라스틱 부분이 상해 있으면 일단 계기판을 열었다는 얘기다. 다만 요즘은 DIY로 계기판 튜닝을 많이 하기 때문에 주행거리 조작의 확실한 증거로 볼 수는 없다. 보통 일년에 2만km 달린다고 가정하고 평균주행거리와 차이가 많이 난다면 차의 종합적인 성능과 주행거리를 함께 염두에 두고 비교해보아야 한다.
요즘 차에는 옵션이 많이 달려있다. 에어컨과 파워윈도는 기본이고 선루프, 파워시트 등 검사해야 될 장치가 많다. 하나도 빼놓지 말고 꼼꼼히 체크해야 나중에 수리비가 더 많이 드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운이 좋다면 같은 값에 업그레이드 오디오가 달린 튜닝카도 만날 수 있다.
시트 점검도 잊지 말자. 오래된 차는 시트의 봉제선이 뜯어지기도 하고 흡연자의 차에서는 종종 담뱃불에 눌은 자국이 발견된다. 장마철에 물에 빠졌던 차는 시트 아랫부분 철판이 녹슬어 있기도 하다. 가장 괜찮은 경우는 시트커버가 덧씌워진 차다. 커버만 벗기면 출고 때와 다름 없는 깨끗한 시트가 나오기 때문이다.
여러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주행성능도 괜찮은 무사고차지만 실내가 더럽다면, 차를 산 뒤 청소하면 그만이다. 전문적인 실내크리닝 서비스를 받아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차체 사고여부 검사하기
차가 사고를 입게 되면 유기적으로 연결된 각 부품이 큰 충격을 받아 뒤틀리게 된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정비 기술이 많이 나아졌으나 무사고차에 비하면 불완전한 것이 사실이다. 다음은 사고유무를 판별하기 위해 세심히 체크해야 하는 부분들이다.
먼저 보네트를 열고 테두리 부분을 따라 살펴보자. 펜더와 차체를 연결하는 볼트를 확인해 볼트가 조금이라도 상해있거나 페인트가 벗겨진 흔적이 있다면 펜더를 교환한 차다. 보네트의 테두리 상태를 살피는 것은 차의 사고유무를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하다(사진 참조). 보네트의 끝부분이 실리콘으로 반듯하게 마감되어 있다면 출고상태 그대로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그냥 접혀지기만 하고 실리콘 마감이 안되어 있다면 십중팔구 보네트를 교환한 것이다.
도어도 같은 원리다. 끝부분이 실리콘으로 잘 마감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의심이 간다면 경첩의 조립부분을 살펴본다. 부품으로 공급되는 새 문은 실리콘 마감이 되지 않는다(단 외제차는 실리콘으로 마감처리를 한다). 문을 새로 달면 시간이 지날수록 어긋나기 쉽다. 도장 상태도 사고여부 판별에 중요한 정보가 된다. 재도장을 하면 마무리 부분에 흐른 자국이 남거나 약간이라도 티가 나기 마련이다. 사진을 보면 페인트가 흐른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문과 만나는 부분의 고무몰딩을 벗겨 철판의 스포트 용접 상태를 확인한다. 자동차회사에서는 철판을 붙일 때 스포트 접합을 한다. 정비공장에서는 단가가 싸다는 이유로 보통 산소용접을 하는데, 자세히 보면 티가 난다. 실력 있는 정비사가 꼼꼼히 용접하면 비슷한 수준으로 나오지만 원이 완전하지 않고 어딘가 일그러진 부분이 남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트렁크를 열고 안쪽을 잘 살펴본다. 추돌을 당해 트렁크를 자르고 붙인 차는 철판 연결 부위와 바닥코팅 부분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실리콘 상태도 검사한다. 범퍼를 고정시키는 브래킷은 차체 하부를 검사할 때 주의해서 살펴보자.
LPG 겸용으로 개조했던 차인지 아닌지 알아보려면 연료주입구를 확인한다. 휘발유를 쓰도록 설계된 엔진을 구조변경한 차는 아무래도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개조했던 차는 주유구의 왼쪽이나 밑 부분에 LPG 콕을 달기 위해 뚫어놓았던 구멍을 메운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엔진룸 검사하기
각 부품에 쓰이는 오일은 소모품이지만 차 상태를 나타내는 중요한 정보이기도 하다. 엔진 오일과 트랜스미션 오일을 검사하고 색과 점도, 불순물 여부를 판별한다. 변색된 오일은 교환하면 되지만 쇳가루가 심하게 섞여 나오면 부속의 마모를 의심해봐야 한다.
냉각수는 제때 갈아주지 않으면 녹이 섞여 있기도 하고 더러운 물이 들어가면 쉽게 변질된다. 전문가는 냉각수의 냄새를 맡아서 차의 상태를 판별하기도 하는데, 퀴퀴한 냄새가 나고 색깔이 변해 있다면 침수차일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때는 시트와 실내 바닥 등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부분의 부식 정도나 흔적을 찾아 정밀 진단해야 한다. 정비공장이나 보험사의 침수차 수리기록을 찾아보는 것은 물론이다.

차 밑바닥 보기
개인이 차를 살 때는 평가하기 힘든 항목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리프트를 이용해 차를 들어올려 확인하면 되는데, 위의 5가지 검사를 끝내고 차가 마음에 든다면 리프트 비용을 내더라도 바닥을 보는 것이 좋다. 휠하우스를 쉽게 살필 수 있는 높이까지 올린 다음 쇼크 업소버에서 오일이 흘러나왔는지 살핀다. 서스펜션의 성능은 주행과정에서 검사했고, 이번에는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타이어를 잡고 베어링의 손상 여부를 살피면 되는데, 정상적인 상태라면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베어링이 손상되면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미세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다음으로는 차를 완전히 올리고 앞범퍼 결합부위의 손상, 엔진 오일 누유 여부를 검사한다. 삼원촉매장치나 머플러 같이 쉽게 충격을 받는 위치에 있는 부품은 손상 가능성이 높다. 드라이브샤프트 부트 같은 고무류는 시간이 지나면 딱딱해지거나 상하기 쉬우므로 더욱 신경 써서 살피도록 한다.

미니 인터뷰 / 유성원〈엔카 서부점 자동차평가팀 실장〉
“싸고 좋은 차는 없어요”
“값을 떠나서 차를 알아야 합니다. 일단 속지 않고 차를 사야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게 어렵지요.”
유성원(35) 엔카서부센터(☎02-2068-0655~6) 자동차평가실장은 먼저 중고차시장에 퍼져있는 불신풍조를 지적했다.
“중고차 검사를 오랫동안 해서인지 싸고 좋은 차는 없다고 말하고 싶어요. 문제는 차의 상태에 맞게 적절한 값을 주고 사야하는데 일반인은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선택에 어려움을 겪곤 하지요. 그래서 중고차의 품질을 믿지 못하
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는 중고차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현재 그의 팀이 진단검사를 하는 차는 하루 줄잡아 20여 대 정도. 전국적으로는 하루 500여 대가 정밀 진단을 받고 있다고 한다.
유성원 실장은 “현재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품질보증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보증기간 안에 고장이 나면 전국 어디서나 무상수리를 받을 수 있다”며 “중고차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고객이 되어 믿음을 가질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차를 잘 고르는 요령에 대해서는 “발품을 팔아 꼼꼼히 점검하고 꼭 운전을 해보아야 한다”며 “일단 차를 잘 아는 사람과 같이 시장을 찾거나 검증된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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