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길·돌길, 어떻게 통과할까? 험로주행의 기본은 꼼꼼한 노면 체크
2003-11-07  |   9,814 읽음
오프로드는 경사도와 노면의 상태에 따라 코스가 달라진다.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운전하는 사람의 테크닉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하지만 능숙하게 돌파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또 같은 길이라도 차와 운전상황에 따라 방법아 달라진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올바른 오프로드 통과법을 알고, 경험을 밑천 삼아 응용하는 것이다. 오프로드 달리기는 무엇보다 ‘차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오프로드는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탓에 노면의 변화가 심하다. 평소에는 어렵지 않게 지날 수 있는 길도 비로 진창이 되거나 돌이 굴러 내려와 험로로 바뀌기도 한다. 올라갈 때는 날씨가 좋았지만 정상에서 소나기를 만났다면 내려갈 때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모래밭을 달릴 일도 있고, 겨울에는 눈과 얼음을 헤쳐야 한다.

진흙길 - 노면을 파악해 일정 속도로 달린다
유난히 비가 많았던 올해,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오프로드는 진흙길과 돌길이다. 사실 진흙길은 겨울철 오프로드와 아주 비슷하다. 빗물이 흐르는 진흙길은 빙판 이상으로 미끄럽다. 깊은 진흙은 눈이 많이 쌓인 오프로드와 상태가 똑같다.
진흙길과 눈길 달리기의 원칙은 같다. 기본은 차 밖으로 나가 노면을 살피는 일이다. 아무리 눈이 좋은 사람도, 차에서 내려 땅에 발을 딛기 전에는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없다. 보기에는 마른 것 같아도 안쪽이 젖어 있다면 바퀴가 올라갔을 때 진창으로 바뀐다. 그리고 한번이라도 바퀴가 헛돌면 트레드 사이에 흙이 끼여 매끈해져 버린다. 반대로 표면만 살짝 젖어 있다면 얼음 위에 눈이 쌓인 것과 비슷하다. 차에서 내릴 때는 경사진 곳을 피해 차를 세운다. 차가 기울어져 있으면 출발하기 어렵고, 주차 브레이크를 단단히 채워도 차가 미끄러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진흙길을 밟기는 쉽지 않다. 이때는 방수가 되는 튼튼한 등산화를 신는 것이 좋고, 발이 드러나는 슬리퍼가 제일 나쁘다.
차에서 내린 다음에는 우선 움직여야 할 코스를 체크한다. 바퀴가 지나갈 곳을 걸으면서 진흙의 끈기와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진흙 속에 바위나 돌, 나무 그루터기 같은 장애물이 있는지를 살핀다.
차 바퀴가 지나갈 곳을 확인했다면 바퀴가 빠졌을 때 하체가 걸리지 않을지 가늠해 본다. 진흙이 물러 깊숙이 빠지는 곳은 차 바닥이 닿을 수도 있다. 이럴 때 차가 앞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액셀 페달을 힘껏 밟으면 네 바퀴가 공중에 뜬 채 배가 걸려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흙탕물이 가득한 웅덩이를 만날 때도 있다. 사실 오프로드에서 웅덩이를 힘차게 차고 지나가는 것은 속이 후련한 일이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에서는 곤란을 겪을 수 있다. 물이 깊거나 수렁이 있어 바퀴가 갑자기 빠지면, 빠르게 달리던 힘 때문에 스티어링 휠이 돌아가 손목을 다친다. 차에도 손상이 간다. 작게는 서스펜션 부싱이 터지거나 쇼크 업소버의 고장, 크게는 스티어링·서스펜션 링크가 부러져 꼼짝 못하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로 기어 1단이나 2단에 넣고, 천천히 들어가야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진흙길을 만나면 경사와 상관없이 트랜스퍼를 저속(L)으로 바꾼다. 진흙은 의외로 바퀴에 걸리는 저항이 커 하이 레인지(H)에서는 힘을 잃고 멈추거나 바퀴의 회전수가 빨라 접지력을 잃고 헛돌 위험이 크다.
로 기어에서는 견인력이 충분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차를 멈추거나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진흙길은 꾸준하게 액셀 페달을 밟아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한 번이라도 바퀴가 헛돌면 구동력이 끊어지고 질퍽한 진흙이 바퀴를 잡아 다시 속도를 붙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진흙으로 덮인 급경사는 베테랑 운전자도 식은땀을 흘리는 코스다. 올라가는 것은 도움닫기 거리가 충분하면 어떻게 해결되지만 언덕 오르기에 실패했거나 내리막을 달릴 때는 작은 실수로 차가 전복될 수 있다. 진흙이 덮인 경사로는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언덕을 오르다 실패해 후진으로 내려가는 리커버리(recovery) 상황이나 내리막길 등을 만나면, 트랜스퍼를 저속에 놓고 기어를 1단에 고정한 후 차가 똑바로 내려갈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속도가 느릴수록 조절하기 쉽지만 경사가 커 차가 중력의 영향을 받으면 그대로 미끄러지기도 한다. 이럴 때는 브레이크를 밟기보다는 핸들을 돌려 방향을 잡고 액셀 페달을 과감하게 밟아야 한다. 중력에 의해 굴러 내려가는 속도까지만 가속이 되면 타이어에 접지력이 되살아나 방향을 틀 수 있다. 말로는 쉬워도 급경사 내리막에서 액셀 페달을 밟기란 쉽지 않다. 마른 노면에서 연습과 경험을 쌓아야 구사할 수 있는 테크닉이다.

돌길 - 차에 맞는 코스 선택이 중요해
오프로드에서 가장 흔한 것이 돌길이다. 처음 오프로드에 가는 사람은 주먹만한 돌이 깔린 곳도 `지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 아무렇지 않게 지날 수 있게 된다. 돌길은 두 가지 원칙만 알면 되려 진흙길보다 통과하기 쉽다.
우선 자기 차의 하체를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SUV는 최저지상고가 190∼220mm다. 앞뒤 리지드 액슬 구조인 구형 코란도나 록스타 등은 디퍼렌셜 케이스만 비켜 나가면 최저지상고보다 높은 돌을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독립식 앞 서스펜션을 쓰는 나머지 4WD는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에 20cm 정도의 장애물을 놓고 똑바로 통과하는 연습을 하면 오프로드에서 돌의 크기를 가늠하기 쉽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이 바퀴가 지나갈 지점이다. 가운데 15cm 정도의 돌이 있고 좌우가 꺼진 길은 차 바닥이 닿을 수 있다. 바닥을 살펴 어느 지점이 가장 낮은지를 알아야 한다(뒤쪽 디퍼렌셜과 중간 머플러, 앞쪽의 오일 팬 등이 낮은 부분이다). 내 차의 어디가 가장 낮은지, 어디에 붙어 있는지를 알아야 코스를 잡을 수 있다.
두 번째 지상고보다 높은 돌을 만났을 때는 바퀴로 타고 넘는다. 이때도 차에서 내려 바퀴가 지나갈 자리를 미리 확인한다. 앞쪽 오버행이 큰 쌍용 뉴 코란도는 접근각이 낮아 바퀴가 닿기 전에 범퍼가 먼저 부딪치게 된다. 때문에 무릎 높이의 바위는 앞에 돌을 괴어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돌에 올라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내려갈 때는 올라갈 때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올라선 바위의 반대편이 깎여 있어 바퀴가 급하게 떨어지면, 도어 스텝 부분이 걸리기 때문에 바위 앞쪽에도 돌을 쌓아 차체가 뜬 상태로 바위를 타고 오를 수 있도록 코스를 다듬어야 한다. 이때도 반대쪽 바퀴나 하체가 걸리는 부분이 없는지 살펴 머릿속에 코스를 새겨 넣어야만 실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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